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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김병우 |2007.08.10 03:09
조회 31 |추천 0

또한 아이들에 비해 말수가 적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옆 분단에는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성격이 아주 도도해서 반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도, 어울리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아이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했다. 선생님은 여자아이가 폐렴에 걸렸다고 했지만, 남자아이만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우연하게도 암 전문의인 그의 아버지가 여자아이의 주치의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남자아이에게 말해주었다.

"네 친구, 불치병에 걸렸더구나. 수술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이젠 최후의 순간만 기다리는 수밖에."

다음 날부터 남자아이는 매일 아침 여자아이의 책걸상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남자아이는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며 자신이 왜 이렇게 하는지, 여자아이의 진짜 병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3개월 후, 여자아이는 다시 학교에 나왔다. 딸의 마지막 시간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활기차게 보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뜻이었다. 흰 옷에 흰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는 얼굴은 옷색깔만큼이나 창백했다. 여자아이는 여전히 자신의 병이 폐렴이라고 알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학교에 다시 돌아온 후, 남자아이는 지나칠 정도로 그녀를 보살펴 주었다. 항상 먼저 말을 걸고,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면 재빨리 뜨거운 물을 갖다 주었다. 하루는 어떻게 알았는지 여자아이의 생일이라며 친구들을 동원해 축하 카드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쯤 되자 친구들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좋아한다며 놀렸고, 여자아이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남자아이를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아이의 관심과 보살핌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도 여자아이에 대한 남자아이의 유별난 호의와 관심에 서서히 익숙해져 갔다.

한 학기 내내 여자아이는 고열에 시달리면서 입원과 등교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럴수록 남자아이의 보살핌은 더욱 극진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여자아이의 몸속에 있던 암세포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남자아이는 아버지는 인체가 스스로 고열을 발생시켜 고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죽였다는 사례가 있긴하지만 그 확률은 1펴센트도 되지 않는다며 무척 놀라워했다.

여자아이의 완쾌는 그야말로 기적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는것이었다.

여자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느 듯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학교에 나왔다. 여전히 흰 옷에 흰 치마 차림이었다. 전과 달라진것이 있다면 얼굴에 발그레한 윤기가 흐른다는 것이었다.

여자아이는 학교에 오자마자 남자아이를 찾았다. 그리고 활짝 웃어보이며 쪽지를 하나 건네주었다.

`비밀 지켜줘서 고마워.'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

                                     -무어(Thomas Moore, 아일랜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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