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이송희일이라는 한 개인의 망발(감히 이렇게 표현한다.)에 더욱 가열되었던 이 논란은 어느새 영화 한편의 이야기보다는 한국영화의, 더 나아가 이 사회의 문화권력으로까지 확대되어가는 상황이다. 결국 가장 중요했던 '디워'라는 영화는 제외되어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적인 사견임을 우선 밝히고 시작하겠다. 본인은(굳이 필자라 하기 어색함도 있고 이런 글을 쓰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어서 본인이라 하겠다.) 작금의 이 상황의 중심이 결국은 네티즌으로 대변되는 관객 혹은 대중들과 자신을 지성인이라고 여기고 영화, 더 나아가서 사회의 선각자를 꿈꾸는 진중권 이하 평론가집단이라고 생각된다.
본질을 망각하게 한 것이 누구인지, 의도적이었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처음 논란의 핵심은 영화의 선전이 어떤 원인으로 인하였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렇다. 단지 영화였고 대규모의 자본이 투여되었으며,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영화였다. 당연한 과정으로 대대적인 마케팅과 감독의(보통의 인지도가 아니었던) 홍보활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감독의 언행 하나에 마케팅 수법에 누구도 딴지를 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작은 목소리는 있었다. 허나 큰 파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디워'라는 영화가 평단의 혹평에도 흥행을 하고 있다."이것이 문제였던가? 아니면 "심형래의 영화가 흥행하고 있다." 가 문제였을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작은 소리가 커지면서 흥행의 비결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좋은 모습이다. 잘된 사례든 안된 사례든 이러한 분석은 꾸준히 이뤄져야하며 정확한 비판과 지향점을 찾아내는 것은 건강한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드디어 문제가 시작된다. 이송희일이라는 철없는 감독이 불을 지핀다. 인터넷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발달된 이나라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간과한 채. 분명 이슈가 되어 떠오른 '디워'라는 영화에 대해 지금봐도 형편없는 글을 개인의, 그러나 그렇지 않은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혹자는 이 글을 찾아낸 기자에 대해 힐난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블로그는 엄연히 개인적이지만 단순히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남겼다며 말이다. 비판이 문제가 아니다. 글을 읽어보면 지성인이라 일컬어지는 다수는 그런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여기에는 동감이다. 비판? 할 수 있다. 아니다. 해야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안보고를 떠나서 비판이 어째서 평가로 이어졌는지 납득할 수 없으며, 자신이 감독이던 아니던 타인의 결과물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보다 정제된 용어를 사용했어야 했다. 또한 영화를 보는 각자의 기호와 의도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라면이 좋아 매일 라면을 먹는다해도 언젠간 질린다. 처음부터 SF가 좋아 본 사람도 있고 매일 조폭영화, 혹은 작품영화만 보다 한번쯤 볼까하고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이송희일이란 개인에게 매도될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가 의도했는지 아니었는지 알길은 없으나 결과는 영화가 배제된 비생산적인 논쟁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기름을 붓는 MBC에게 참 대단한 곳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라도 식을라치면 엉뚱한 사건으로 단초를 제공하는 솜씨는 가히 천부적이다. 아침방송하나가 나머지 훌륭한,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무난했던 다른 방송까지도 피해를 주었다. 어찌 상업영화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례할 수 있는지. 이것은 대중의 심증을 확증으로 굳혀갔다. 일명 '심형래 왕따론'이다. 그래놓고는 무마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100분토론이라... 평소에 손석희 씨에 대한 좋은 감정 혹은 견해를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이런 얼토당토않은 의도가 토론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전국에 전파를 쏠수 있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우려스러웠다. 대중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방송, 신문 등의 매체는 지식인이라 포장된 혹은 강력한 부를 축적한 경제인, 또는 정치인들의 의견에는 귀기울이지만 네티즌으로 요약되는 대중의 시선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성역아닌 성역이 된 지 오래다. 표면은 '디워'였으나 그 내면은 기존 지성인과 새롭게 부상한(또는 왜 이게 새로운 것인지 의아한) 본래의 주인인 대중과의 대결이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진짜 대결점과 서로의 의견은 들어야 할 주체를 초빙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한쪽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무시당한 것이다. 패널들 모두가 지성이라 스스로 일컫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주제에 맞추려면 적어도 '디워'라는 팬카페나 혹은 진정 디워를 지지하는 그들 이외의 의견을 지닌 사람을 섭외하던지, 영구아트무비에 섭외를 요청하던지 했어야 한다. 그게 안되면 토론을 하지 말았어야 옳다. 토론은 보라. 그들끼리 갑론을박하는 모습이 너무나 역겹다. 결국 그들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인가?
진중권. 이 사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부터(굳이 말하자면 작년부터) 그의 논쟁 스타일이라던가, 글쓰는 (그는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분야는 광범위하다. 나쁘게 말하면 안끼는 데가 없고, 좋게 말하면 자칭'천재'다.) 스타일을 보면 굉장히 전투적이고 공격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가 끼면 어디를 가던지 진흙탕싸움이 된다. 물론 사람이 한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일전의 토론에서는 공격적이긴 해도 이정도면 할 수 있는 얘기다. 라는 것을 느낀 적이 많기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그는 그와 다르면 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전의 강준만과의 논쟁에서 그것을 느꼈다. 편견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그가 하는 만큼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플롯을 얘기했다. 각종 코드를 말했다. 무슨 코드가 그리 많은지. 그는 코드를 참좋아한다. 결국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사람이다. 설마 집안에 코드가 몇개인지까지 외우는 건 아닐까? 아리스토 텔레스를 말했다.(이분께 죄송하다.) 데우스엑스마키나를 떠들었다. 그게 중요하다. 희곡에서, 극작에서 중요한 요소다. 중요할 뿐 필수는 아닌거다. 그리고 다시봐도 '디워'에는 플롯이 있다. 주인공이 분명 존재한다. 이무기의 형태로.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CG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재미없고, 알았다면 단순히 CG를 평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자신이 재미없게 봤으면 그만이지 내용을 들먹이는가? 스포일러아닌가? 도덕적으로 미성숙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괴수영화다. 괴수영화의 개념을 좀 공부하고 오기 바란다. 따로 학습시키지는 않겠다. 어차피 남의 말을 보지도 듣지도 않을 이미지라서 그렇다. 대문에 써놨던 말대로 안먹힐 거 같다. 당신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더 크지만.
진중권은 옳은 말을 다수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대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독설을 하려면 대안을 제시하라.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의견에만 힘을 쏟는 듯하다. 독설이건 무엇이건 공감과 설득을 이끌어냈을 때 의미가 있다. 무조건적인 비난과 자기중심적인 평가관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대안없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대안없는 비난은 가치가 없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소위 '지성인'이라 불리는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갈리고 교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객들이, 대중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모습은 이것이 아닐까? 이런 다양한 논의가 진작에 있었다면 '디워'를 둘러싼 이 이유없는, 대안없는, 결론없는 논쟁이 격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형식과 틀에 얽매여 있거나 패배주의에 빠져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토론은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어제의 KBS토론은 분명 100분토론보다는 진일보한 모습이었다고 생각된다. 일단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흥분에 조금 식혀놓고 가자.는 모습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또한 결국 관객들의 의견을 대변할 누군가가 부재된 토론임에는 틀림이없다.
이상하다. 한국영화의 주인은 당신이라는 문구를 많이 봐왔다. 여기서 당신은 충무로로 대변되는 영화인인가? 아니면 진정 관객인가? 의문스럽다. 한국영화를 논할 때 관객을 논외로 놓는 것이 수상하다. 영화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면, 어떤 헤게모니장악의 도구가 아니라면 왜 배제하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관객은 영화를 이해할 만한 수준이 떨어져서 '디워'를 본다는 일부 평단의 모습처럼. 오해가 있는 것이다.
인정하라. 관객은 이미 변했다. 그리고 당신들은 귀귀울여라. 심하게 말하겠다.
"관객은 더이상 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