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 스포일러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글이 깁니다.
인내심이 풍부하시다거나, 지금 이순간 심심하다 생각되시는 분들께서만 쭈욱 읽어주시길... 전모두환씨의 추종자 되시는 분들. 악성댓글만 달고 나갈거라면 아예 읽지도 말고 그냥 나가주셔도 무방하십니다.
2007년 7월 29일 with 셀/평택극장/14:25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 단 9일만에 평범하고 평화롭던 한 지역이 민주화항쟁의 소용돌이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그들에게 총과 칼을 들고 투쟁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다만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었을 뿐.
5.18 민주화항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이야기를 해보자.
군부 내 주도권 장악을 위한 12.12 사태 이후 청와대로 입성하려는 욕망을 키우던 전두환 씨는 급기야 전국적으로 펼쳐진 학생운동의 뿌리를 뽑을 요량으로 1980년 5월 17일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이로인해, 모든 정치활동 중지, 대학 휴교, 옥내외 집회 시위 및 전현직 국가원수 비방금지, 직장이탈 및 파업불허, 언론 사전검열 등의 조치 뿐 아니라 김대중씨를 비롯한 정치인 수백명을 연행한다.
5월 18일 오전. 휴교령이 내려진 것을 모르고 학교에 나갔던 전남대 학생들은 공수부대원들에게 제지당한다. 이미 계엄군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꿇어 앉혀진 학생들. 자연스럽게 모여들게된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공수부대원들은 무차별적으로 학생들을 구타하고 짓이기기 시작했다.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시민들과 고등학생까지 닥치는대로 밟고, 민가에까지 들어가 젋은 남자들을 끌어내고, 옷을 벗기고 팬티만 입혀 연행해 간다. 대학살극이다.
바로 이것이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시작이었다.
영화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1980년 5월 18일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동생 진우(이준기 분), 신애(이요원)와 함께 극장에 간 민우(김상경). 오로지 신애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충만하던 그날의 일요일. 평범한 주인공들의 평범하던 일상으로 시작했던 영화는 고요하던 광주에 갑작스럽게 몰아친 피바람을 가혹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다치건 죽건, 자신의 안위만, 동생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챙기던 민우. 자신이 살고 있는 광주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저 지나가려니 하고 마는, 어쩌면 가장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가 그런 불의를 참지 않고 항의해 줄거라고, 그러다보면 언제그랬냐싶게 다시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그는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나, 진우는 달랐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친구를 잃은 슬픔에 결사항쟁의 결의를 다지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생의 빈자리. 오열하던 민우는 시민군에 합세하게 된다.
실제로도 광주민주화항쟁의 한 가운데 있었던 그들은 그저 평범한 시민들일 뿐이었다. 자신과 가족의 목숨지키고픈 소시민들이었을 뿐. 그들을 투사로 만든 것은 바로 이 나라였고, 군정부였고, 그놈이었다.
시민군들은 말 그대로 시민군. 아무도 강제로 합세하도록 강요하지도 않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다. 꿈틀대는 시민군들의 투지와 의지는 막을 수 없었겠지. 총칼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지만, 진정으로 승리한 것은 광주의 시민들이었다.
다큐멘터리 필름이나 이렇게 극화된 영화로나마 광주를 접할 수 있는 우리들에게, 광주는 사실 지나간 역사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5.18이 현재였던 사람들. 그들에게 그 사건은 절대로, 몇십년이 지나도, 죽음을 맞이해도, 죽음 이후에도 아마 잊을 수 없는 상흔이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아직까지도 1980년 5월에 머물러 있을게다.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지나갈 수 없는 현실. 아마 그들에게 광주민주화 항쟁은 현재일 것이다.
과거를 현재로 지각하고 살아가야 하는 잔혹함. 잊을 수 없는 만큼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항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
전 재산 29만원으로 골프치고, 경찰을 경호원으로 두고, 자식 결혼도 시키고.. 잘먹고 잘살고 있는 그 '옘뱅'할 분께 제발 부탁하는 바이니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삼천배로 남쪽을 향해 사죄하길 빈다.
전 대통령의 예우따위도 받을 자격없음을 자각하고 갖고 있는 전재산 29만원이라도 사회에 환원하는.. 반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시겠소?
다만 이 영화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진정성있는 스토리 부재 내지는 인물관계의 억지스러움 인것 같다(솔직히 딱히 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음). 물론, 열성적인 엑스트라 군단과 주조연들의 연기력은 가히 대단하다. 아니 그 단어로 압축시키기엔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광주항쟁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이 이끌었던 역사의 한 부분. 굳이 안성기 아저씨가 전직군인으로서의 지휘력으로 지휘봉을 잡는 극적구성이나 공수부대원 전직 동료, 부하와의 대립 등의 구성이 필요했을까.
전남도청씬에서는 필자의 동생인 정모군의 의견을 첨부한다. 녀석 왈. "실미도 필 나던걸.." 아..백배동감 했더랬다.. 물론, 전남도청씬도 실제로 5월 27일 마지막날의 대혈전이었음을 알고있다. 실제와 영화의 차이인가.
역시 주인공을 제대로, 아주 과하게 살린다. 물론 목숨을 살리는게 아니라 역할을 살려준다는 뜻이다. 안성기 아저씨야 뭐 그렇다치고, 민우(김상경)의 마지막이 어째 혼자 영웅으로 죽는 느낌..이라고 할까.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라고.. 죽는 순간까지도 외치고 싶은 그 마음은 비단 민우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굳이 영웅적으로 미화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플래툰의 그 유명한 장면이 떠오르던건 나뿐이었는가. 내내 눈물쏟다 그 장면에서 눈물 쑤욱 들어갔었다는..!
개인적으로 이요원씨의 연기는 나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흔들었을 거라 생각되고, 이준기의 새로운 모습도 나름 괜찮았으며, 대규모 엑스트라 군단의 열성 또한 박수쳐주고 싶다.
아이러니한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대부분 실제인물들을 모티브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물론, 현실성을 꼬집자면 우리는 영화를 볼게 아니라 5.18의 다큐멘터리를 봐야한다. 다큐멘터리로만 봐야 한다는 고집을 피울 것이 아니라면 한번쯤 봐 두는 것도 좋을 우리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좀 더 감정을 건드려 줄 수 있다는 영화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화려한 휴가. 올 여름. 어차피 시도때도 없이 내려치는 비 때문에 화려하지 못한 휴가를 보낼 많은 이들에게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 이 영화 볼 것을 권한다.
+++
마지막으로,,,
통계를 알고 싶어서 기사 검색을 해봤다. 인터넷 백과사전에는 약200명이라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어 다시 검색. 어떤 기사에 보니 부상자 미포함 공식집계 사망자수 600명이라고 하던데.. 어떤 이는 공식사망자수 2000명 이라고 하고, 또 검색해보니 광주시민 1/3이 사망했다고도 하고.. 하긴 닥치는 대로 다 잡아 죽였다는데.. 영화에서 보이는 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았을 거란 말씀. 아 끔찍하다. 끔찍해.. 그에 비하면, 공수대원 사망자수 27명. 그중에 13명이 자체오인사살(학살의 총구가 실수로 시민아닌 공수들에게 맞았다는 뜻)이라더라.
검색하다 발견한 것이고, 사실 여부도 확실치 않지만 군인들에게도 밥 굶기고 흥분제 투여했다는데.. 진짠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인간으로서..
입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잔혹했던 그 날. 절대 잊지 말자.
1980. 5.18 광주 민주화항쟁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