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기찻길을 타고
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밀 때 밀고, 당길 때 당겨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여름은 분명 ‘사랑을 당길 때’다. 녹음 짙은 숲길에서, 낭만이 깃든 간이역에서, 노을 지는 강변에서 사랑을 당긴다. 사랑 때문에 앓게 될 ‘몸살’은 나중 문제다.
평행하게만 달리는 기찻길.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기에 기찻길은 종종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기찻길도 종착역에 이르면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달리기를 중단한다. 종착역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 사랑이 머물 테니까. 그 종착역이 오두막집같이 작고 정겨운 역사(驛舍)라면 더욱 좋겠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든 한 쌍의 연인이 앞을 바라보며 걷는다. 그들 앞에서 서로 떨어져 달리던 기찻길이 하나로 포개진다. 그 각도가 급하지 않고 완만하다. 마치 물이 흐르듯 은근하게 섞여든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모습도 이와 닮았다.
중년의 부부가 뒤를 돌아본다. ‘왜 좀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그들은 평행한 기찻길처럼 따로 걸어온 시간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 게다. 자신들의 사랑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것을,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랑이 더욱 깊어진 사실을 말이다. 역사 옆에 우뚝 선 고대산이 사람들의 사랑을 보듬는다.
신탄리역 기찻길은 비 오는 날 더욱 운치가 있다. 맑은 날이라면 아침이 산책하기에 좋다. 40여 년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 안에서 데이트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만하다.
찾아가는 길 ●수유리에서 3번 국도를 따라 철원 방향으로 약 1시간을 달리면 신탄리역 이정표가 나온다. ●신탄리역 031-834-8887
사랑이 깊어지는 여행지 ② 춘천 남이섬·경강역
사랑한다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울창한 숲, 너른 잔디밭, 섬을 돌아 흐르는 북한강. 사랑을 속삭이는 데 필요한 전부를 갖춘 남이섬은 연인에게 분명 매력 있는 곳이다. 어디에서든 분위기가 무르익을 테니까. 가평 선착장을 출발한 배가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여 분. 하지만 흥분과 설렘을 다스리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섬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연인들은 참아 왔던 사랑을 발산한다. 서로 허리를 보드랍게 감싸안고 팔을 살포시 끌어안는다. 고즈넉한 숲길로, 벤치가 있는 강변으로 짝을 지어 발길을 재촉한다. 타인의 시선을 무시한 채.
사랑이 무르익으면, 조금 더 깊은 밀어를 건넬 장소를 찾는다. ‘준상’과 ‘유진’이 머물렀던 곳은 적합하지 않다. 관광객이 많은 탓에 자칫 분위기가 산만해질 수 있으니까. 섬 남쪽의 숲길을 따라 걸어본다. 곳곳에 작고 아담한 벤치가 많은데다 강과 가까워 운치가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더욱 낭만적일 게다. 가평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첫배 시간은 오전 7시 20분. 새벽에 부지런을 떨면 아련하게 퍼지는 물안개를 볼 수 있다. 남이섬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하룻밤 묵을 요량이라면 일몰의 순간도 챙겨 보자.
찾아가는 길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 SK경춘주유소 사거리에서 우회전, 2.4km 직진하면 남이섬 선착장이 나온다. 가평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 방향으로 약 20분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경강역 이정표가 나온다. ●남이섬 031-582-2181, 경강역 033-263-7878
사랑이 깊어지는 여행지 ③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서로 무릎을 베고 누워도 어색하지 않은 곳
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여름이 되면 축령산에 생기가 돈다. 싱싱한 초록빛이 산자락을 타고 천지로 흩어진다. 나무가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가 수목원 입구를 가득 메운다. 들이마신 공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이제 사랑할 준비는 끝났다. 상대에게 순수한 마음을 전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그 이름처럼 조용한 아침에 더욱 아름답다. 선선한 아침 공기가 내려앉은 곳이면 어디에서든 사랑의 달콤함이 배가된다. 하절기(4~11월) 개장 시간은 오전 8시. 특히 비가 온 직후, 축령산 중턱에 구름이 걸린 광경은 장관이다. 하경전망대, 하경정원, 아침광장 등에는 사람이 많다. 반면 수목원 가장자리에 위치한 성서산책로나 침엽수정원, 도원찻집 앞 계곡 등은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에 부담 없는 장소다. 여름이 되면 아침고요수목원에 생기가 돈다. 그곳에서 연인들은 생기를 띤다.
찾아가는 길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청평검문소 사거리에서 현리 방향으로 좌회전. 7km 직진하면 아침고요수목원 이정표가 보인다. ●아침고요수목원 031-584-6702∼3
사랑이 깊어지는 여행지 ④ 양수리 강변연가
노을 진 강변에 앉아
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각각 흘러온 두 강(江)이 만난다. 흘러온 길도, 중간에 만났던 것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둘은 이질감을 느끼지 않나 보다. 거부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쌓였던 고단함을 서로 어루만져준다. 자연스럽게 하나가 돼 흐른다. 바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의 모습이다. 사랑도 어쩌면 이와 닮았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나 같은 길을 걸어갈 계획까지 세우니까 말이다.
한여름 카페 앞은 온통 초록빛이다. 앞마당의 잔디와 강 기슭의 연잎이 내뿜는 초록이 교묘하게 엉켰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느낄 만하다. 울타리가 두 곳의 경계를 표시해 준다. 뜰이나 카페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 사랑이 깊어진다. 뜰 한쪽에 마련된 나무그네가 눈길을 끈다. 그네에 앉든, 울타리 가까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든, 그순간 사랑이 요동친다.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흐르는 강물처럼 각자의 삶을 보듬을 준비를 할 것이다. 어느새 노을이 진다. 노을은 두 사람의 사랑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강변연가’에선 식사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숙박 시설도 갖춰져 있다. 승용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찾아가는 길 ●팔당대교 지나 6번 국도를 타고 가면 ‘다산유적지’ 이정표가 나온다. 다산유적지 주차장에서 ‘강변연가’ 이정표를 따라 200m 직진. ●강변연가 031-57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