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시바'를 만나라
배낭여행자의 인도방랑기 1
인도를 보았다. 10억 명의 인구만큼이나 수많은 신을 섬기는 나라.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힌두교 시바신를 비롯해, 알라를 모시는 이슬람교, 오랜 탄압으로 흔적만 있는 불교 사원 등 거리 곳곳에서 신들을 만났다. 현지에서 여행자가 본 것은 신과 동고동락하는 인도인들의 지난한 삶이다. 글·사진김정삼
열대의 우기(雨期)에 찾아간 인도의 하늘은 잿빛이다. 우기라고 우리나라 장마처럼 하루가 멀다고 비를 뿌리지는 않는다. 다만 언제인지 모르게 소나기가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는 정도다.
인도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젓줄, 갠지스강을 찾았다. 우기에 찾아간 갠지스강은 도시를 삼켜버릴 정도로 물이 불어나 있다. 그 연안 도시가 ‘바라나시’다.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며 흘러든 갠지스강, 평원을 가로지르며 힌두교 주신 시바(Shiva)의 이마에 걸린 초승달 모양으로 강 흐름이 구부러지는 곳. 시바의 머리 위 초승달과 일치해 힌두교 순례자들 사이에 바라나시는 성지 중에서도 으뜸이다. 바라나시는 무려 3천 년 전에 만들어진 고도(古都)다. 힌두교 순례자들은 바라나시 갠지스강에서 목욕 재계를 하거나, 근처에서 죽는 걸 지상 최대의 영광으로 알고 찾아온다.
히말라야에서 흘러든 성수 ‘갠지스강’
힌두교 성지답게 바라나시에는 힌두사원이 무려 1천5백여 개가 산재해 있다. 바라나시는 ‘영적인 빛으로 충만한 도시’라는 의미의 ‘카쉬(Kashi)'라고도 불리운다. 순례자들의 목욕재계를 위해 갠지스 강가엔 4km에 이르는 가트라는 계단식 시설이 설치됐다. 이곳에서 힌두교 신자들은 동트기 전부터 가트 앞에서 목욕으로 하루를 시작해, 저녁이면 힌두예배 의식인 가트 축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하루를 끝마친다.
어스름 황혼이 지나고
본격적인 어둠이 찾아들면, 시바신을 찬양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축제가 시작된다. 여행자들에게는 볼거리 축제일뿐이지만 순례자들과 인근 주민들에게는 하루 중 신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인 셈이다. 힌두교 수행자 ‘사두’의 집전아래 축제 의식이 거행된다. 그들이 찬양하는 신은 ‘강가(Ganga)’라는 갠지스강이 인격화된 여신. 사두는 주황색 금잔화를 주렁주렁 엮어서 목걸이를 하고, 이마에는 힌두의 수행자임을 표시하는, 희고 붉은 점을 찍었다. 그들은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축복한다. 여행자들은 축제 시간 전에 배 위에서 이 광경을 기다리거나, 축제 끝 순서로 펼쳐지는 꽃불띄우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10루피(원화 250원) 정도면 갠지스강에 소원을 비는 꽃불을 띄우면서 힌두 축제의 일원이 된다. 가트를 주변으로 힌두 사원이 즐비하다. 힌두의 여러 신들이 부조된 사원에 환한 달빛이 내려 그 빛이 반사되면, 신들의 나라 ‘인도’를 실감한다. 인도는 역사 속에서 불교 국가로 인식되고 있지만, 알고 보면 힌두교 신자들이 국민의 80%를 넘는다. 나머지는 이슬람, 불교, 자이나교 등이 소수 종교로 남아 있다. 거리 풍경은 한결같다. 힌두사원에서는 물론 작은 골목길을 지나다가도 힌두교의 주신인 시바상을 볼 수 있고, 택시를 타더라도 이동식 신전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신에 대한 섬김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슬람 문명의 대명사 ‘타지마할’
과히 힌두의 나라지만 수천 년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 이슬람 교도도 공존한다. 유일신을 섬기는 이슬람 교도와 다신을 섬기는 힌두 교도는 상극이지만, 종교 분쟁을 거쳐 몇 개 인근 나라로 분리된 뒤에 소강상태로 보인다. 그래도 힌두 사원 옆에는 이슬람 교도의 테러에 대비한 무장 경찰이 일년 내내 지키고 있다. 매년 한두 차례 테러도 빠지지 않는다. 8세기 초 인도에 들어온 이슬람 문명은 생명력이 긴 편이다. 16세기 전반에서 19세기 중엽까지 인도 지역을 통치한 강력한 무굴제국의 역사에서 보듯이, 인도 전역은 이슬람 문명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세계 최대 사랑의 탑이라 불리우는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5번째 왕인 사쟈한의 작품이다. 자신의 4번째 왕비인 뭄타즈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국가예산의 5분의 1을 쏟아 붓고, 2만여 명이 동원돼 22년 동안 짓은 건물. 사쟈한이 타지마할 같은 건축물을 후세가 짓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공사에 참여한 기술자들의 팔을 전부 잘랐다는 비극적인 얘기가 정설로 전해지고 있다. 훗날 사쟈한은 국고를 낭비한 죄를 추궁당해 타지마할 건너편 아그라포트에 유배돼 말년을 보낸다. 아그라포트 또한 무굴제국 악바르 시절, 붉은 사암으로 건축돼 무굴제국의 강력한 권력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유명하다.
유유히 흐르는 야무나 강변에 자리한 타지마할은 이슬람 문화의 옛 영화를 말해주듯이, 외형적으로 보기에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자태가 고고하다. 하지만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할만큼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했지만, 세월은 타지마할을 좀 먹고 있었다. 지난 8월 말 타지마할을 찾았을 때, 마침 뭄타즈의 진묘를 몇 년 만에 일반인들에 공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습기로 가득찬 뭄타즈 진묘는 강물이 스며든 건축물의 이상현상을 나타내는 중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타지마할 근처 마을에는 이슬람 집단 거주지가 있다. 하얀 챙이 없는 모자와 차도르를 입고 살아가는 이슬람교 사람들. 그들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이는 인도의 또 다른 모습이다.
Tip 인도 배낭 여행 어떻게 할까
“맘 먹었을 때 떠나라”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일상 탈출은 우선 ‘맘 먹었을 때’ 하는 게 중요하다. 떠나려는 의지가 먼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순서가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것. 하루 왕복이 가능한 국내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곳으로 떠나려고 하나, 라는 물음을 곰곰히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알고 떠나려면 그곳을 다녀 온 사람들의 여행서적을 2~3권 정도 참고하자.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조병준·예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간다(김재영·종이거울)’ 등등. 여행은 무계획이 좋다. 하지만 한달 여 걸리는 배낭여행을 자칫 무모하게 떠났다가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다. 여행 선배들의 경험이 모이면 모일수록 도움이 된다. 인도는 남한 크기의 33배, 한 도시에서 도시로의 이동이 보통 15시간~40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열대 기후를 견딜 체력관리가 필요한 건 당연지사. 힌두어와 공용 언어로 영어가 쓰이기에 간단한 생활회화 또한 큰 도움이 된다. 여행 전문가들은 첫 배낭여행이라면 단체 배낭여행을 권한다. 배낭여행 붐으로 인도전문 여행사가 여럿이다. 단체 배낭여행은 전문 여행인들의 안내로 프로그램 일정을 공유하고, 독립해서 여행하는 방법을 현지에서 배우게 된다. 한번 다녀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노하우’가 보인다. 배낭여행 설명회에 참석해서 여행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것도 큰 도움이 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