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Diary#1
며칠전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근무를 서고 있었다. 날은 덥고 엠보씽 같은 판초우의 덕분에 관복에 비는 스며들고 끈적해져서 불쾌지수는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찬물이라도 좋으니 샤워와 담배 한모금이 간절해 졌다. 그 두가지면 적어도 지금만큼의 불쾌지수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장달고 비 쪽딱맞고 근무하는 것부터 시작하니 군대와서 뭐하는 건지 이해도 안되고....점점 우울해져가고 가족 생각도 났다.
그런 생각에 잠겨 멍해져 있을 때 나이를 지그시 드셔 아버지뻘정도되어 보이느 교도관 한분이 따뜻한 보리차 한잔을 가져다 주시면서 얘기하셨다.
'어휴 대원 이렇게 비오는데 수고한다. 대한민국 군인들이 제일 불쌍한거야. 꽃같은 나이에 말이야 그렇지~우리 아들도 지금 군대가 있는데 엊그제 일병달았어. 우리 아들도 자네처럼 비맞으면서 근무하고 있을 생각에 차 한잔 가져왔어. 우리 교도관들 경교대(경비교도대)애들한테 무뚝뚝하고 별 관심없어 보여도 집에 조카나 아들 생각에 뭉클해진다. 대원~비오는데 고생하게나~우리 아들 생각해서라도 밑에 후임들 괴롭히지말고~허허허'
그 말을 들은 나는 집에서 느끼는 따뜻한 샤워와 편안한 쇼파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함을 느꼈다. 군인은 사회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강인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군인은 물론 항상 배도 고프고 겨울에 춥기도 하고 여름엔 땀 흘리면서 냄새나는 곳에서 서로 살을 부대끼면서 잔다.짬밥이 찼다고 해도....좀더 시원한 곳에 ...좀더 따뜻한 곳에...좀더 맛있는 것을 먹는다고 해도 구석에 생기는 허전함을 때울 순 없을 것이다. 군인은 이렇게 몸보다는 마음이 더 외로운 존재이다. 맛있는 음식이나 편안하고 안락한 침대보다는 정말,.,,,말하는 사람은 느끼지도 못할 만치의....꺼져가는 불의 불씨만큼만이라도,,,따스함이 담긴 말한마디면 충분히 훈훈해질 수 있고 보람을 느낀다..
대한민국에서 고생하고 있을 우리 대한민국 장병중 한명으로써 군생활 1년8개월을 해보고서야 몸보다 마음이 더 다루기 힘들고 더더욱 알 수 없는 것임을 느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