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리 겨울와서 스키타러 가면 좋겠다~"
8월 한여름밤에 세수를 하다 말고
나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집니다
"하~ 빨리 스키 배워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수건을 집어들다가 그녀가 했던
괴상한 행동들을 따라하고 있는 나를봅니다
아까 내가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줬을때
"어! 이게 여기 왜있지?"
말하면서 몹시도 요란스럽게 자기 어깨를
푸둑푸닥 털어내던 그 모습처럼 나도 그렇게...
"어 이게 여기 왜있지?"
방에 들어오니 그녀가 잠시 만졌던 내 물건들은
번쩍번쩍 자체 발광을 하고 있습니다...
"어 이거 이쁘다~"
그녀가 잠깐 관심을 보였던 내 천원짜리
핸드폰 고리를 흐뭇하게 만져보죠
"니가 드디어 돈값을 해냈구나..."
귀신이 붙은것처럼 그녀의 목소리나 모습들이
내 머리위에서 계속 웅웅대는것을 느낍니다
그냥 여기까지만 기억하면서 나 오늘밤 기분좋게
잠이들면 좋겠습니다... 근데...
그런데 자리에 누우니까 오늘 제대로 못했던것들이
자꾸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아까 그거...
아~ 내가 왜 갑자기 미국 역사 얘긴 꺼내가지고...
할말이 없어서 어쩌다 나온 얘긴데
그녀가 너무 진지하게 듣는 바람에
난 너무 긴장해버리고... 그만 할 수 도 없고...
이야기는 점점 앞뒤도 없어지고... 재미도 없어지고...
나는 말을 하면서도 생각했었죠...
'아휴~ 이러니까 나를 안좋아하지...'
그렇게 그녀가 너무 시시한 이야기까지 잘 들어줄때면 가끔은
'이젠 날 좋아하나?' 싶을때도 있지만
그건 그냥 그녀가 예의바른 사람이라 그런거 같습니다
소개해준 친구한테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까
그냥 괜찮은거 같긴한데... 잘 모르겠다고...
연애보단 친구로 지내게 될 거 같다고...
지금껏 썰렁한게 장기라고 버텨온 인생이었는데
이제와서 간절히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구요...
뻣뻣한게 장기라고 생각하고 버텨온 인생인데
진작 운동이라도 좀 해놓을걸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산다고 살았는데 딱히 멋지게 보여줄 것
하나 준비하지 못하고 이제껏 뭐하고 살았나 싶구요...
하도 흔해서 좋은지도 몰랐던 그 영화속 대사가
이젠 진자 가슴에 딱 들어와 박힙니다...
그대는 나로하여금 더 좋은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