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여년 전 일이다.
고등학교때 등교를 하는 방법은 두가지 였다.
하나는 지하철만 타고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학교 앞 지하철역에 도착하는 것 과,
또 하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학교가 있는 동네까지 실어다주는 버스로 환승하고서 학교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나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주로 버스로 환승하는 방법을 택했었다.
바깥을 구경하는 재미에 지하철보단 버스가 덜 지루했고 무엇보다 아침 일찍 첫차를 탔기 때문에 텅빈 버스에 오르는 것이 너무도 좋았기 때문이다.
한 손에는 조그만 쇼핑가방을, 어깨에는 묵직한 배낭을 매고서
행선지를 향해 열심히 미끄러져가는 지하철을 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로 환승하였다.
졸업 후 처음으로 타는 버스였는데도 자연스럽게 버스천장 뚜껑과 양쪽 창문을 활짝 열고선 맨뒤 좌석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얼굴을 한채 온몸을 감싸는 바람에 모든걸 맡겼다.
버스를 타는 방법엔 항상 육체적 고통이 뒤따랐다.
버스정거장과 학교가 멀다는 것과, 학교를 가려면 작지만 큰 언덕배기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열심히열심히 언덕을 넘으면서도 두눈으로는 많이 바뀌어버린 건물들과 초등학교 공원들을 훔쳤고, 새삼 느끼는 세월의 흐름에 가슴한켠이 뭉클함을 느꼈다.
신호등을 두어번 건너고는 멀리 고등학교 정문이 보이자 이미 예상했던 설레임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 설레임도 잠시, 낯익은 얼굴의 친구들이 보였고 서로들 어색하게 마주하고선 악수와 포옹을 아끼지 않으며 멀어졌던 마음과 마음의 끈을 조금, 조금씩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손에 들려있던 조그만 쇼핑가방에서 교복자켓을 꺼내입었다.
겨울 방학이라 인기척 하나 없이 차가운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렀고 친구들과 나는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시려운 귀를 양손으로 감싼채 히히덕 거리고는 교실을 향한 계단에 첫 발을 올렸다.
얄팍해진 기억을 열심히 더듬었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다.
지금은,
점점 벗겨지는 머리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애아빠가 되어
잠 못 드는 밤 그저 아름답기만 하던 추억들을 안주삼아 떠올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