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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나누는 북녘소식 2

남북나눔운동 |2007.09.05 18:07
조회 102 |추천 2

남북나눔운동 신명철 본부장

 

6.15 선언 이후 우리 남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평양을 방문하고있다. 이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더 많은 북한을 보고, 더 많은 북한을 느끼기를 원한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 남한처럼 밤문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밤시간대에는 모든 활동이 정지된 것과 같은 느낌이다.

 

유명한 '평양교예단(써커스'도, 공연횟수가 5,000회가 넘었다는 가극 '피바다'나 '꽃파는 처녀'의 공연도 오후 6시면 모두 끝나고 금요일은 배우들이 노력동원한다고 해서 공연하지 않으며 겨울철에는 난방문제로 아예 문을 열지도 않는다.

 


 

남쪽에서 밤문화에 익숙한 방북자들에게는 그래도 하는 마음으로 북한 안내원을 붙들고 어디라도 가보자고 졸라대지만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였던 안내원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래일 우리가 나가야 되니까 오늘은 쉬시라요."

 

결국 저녁식사 후 호텔 로비 구석에 있는 기념품 판매대와 책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아쉬움을 안고 방으로 들어오는 게 대부분의 경우이다. 물론 간이빠 같은 곳에서 음료수를 주문하면서 북한 접대원을 상대로 북한 사정을 탐색하고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얘기를 듣고는 특종이나 한 것처럼 무용담을 펼치는 순진파도 있고, 지하의 노래방에서 남쪽 노래를 찾다가 아주 먼 시대에 흘러간 노래를 발견하고는 감격해하는 감격파도 있고, 일찌감치 목욕탕으로 향하는 실속파도 있다.

 

그러나 여러번의 방북경험에서 체득한 지혜는 저녁나절과 밤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TV를 보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극히 단조롭고 제한된 것이며 반복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TV에서는 북한의 생활상과 언어와 문화, 그리고 생각과 사람들의 문제를 접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TV드라마는 사회주의 혁명이 배경이었고 역사물은 이조시대 양반이 평민에 대한 착취와 일본 통치시대의 박해와 설움, 그리고 6.25 전쟁시 미군에 의한 만행(?) 등이 방영되었는데 요즘은 북한사회와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남녀간 사랑이야기 등을 소재로 엮어 연속물로 방영하고 있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북한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지난 3월에는 세관원으로 평양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지방의 세관으로 가게 되어 아내와 함께 걱정하는 연속극으로 인해 북한 주민의 평양선호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방북자를 위한 교육강사로 나섰을 때면 북한 TV를 많이 보고 올 것을 권하고 있다.

 

여가문화가 빈약하고 정서공간이 부족한 북한 사회에서 혁명구호와 사회주의 질서에 길들여진 북한 주민(최소한 평양시민)들로서는 저녁나절 TV에 방영되는 연속극이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이며 공간이고 서로가 동화되는 감성이 작용하는 시간인 것 같다.

 

최소한 평양에서 어느 곳에 가든지 어제밤 TV의 연속극 얘기를 꺼내면 화제가 이어지고 몇 달 전에 방영된 얘기를 조금만 꺼내도 연속극의 제목을 망설임없이 알려주며 거꾸로 제목이 무엇이었다고 얘기하면 내용은 물론 등장인물의 이름까지도 알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TV의 연속극 얘기는 화제를 제공하는 매개체의 역할도 하고 대화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도 한다.

 

북한 TV를 보고 있노라면 북한의 변하는 모습도 읽어나갈 수 있다. 이전 같으면 혁명과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모든 프로그램이 꼭 차 있었을 텐데...

 

오늘도 평양 TV는 드라마를 방영할 것이며 한동안 우리에게 '태조왕건', '대장금'이 화제가 되었듯 무슨 제목의 연속극이 매일 저녁을 수놓아 가고 있을 것이며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달래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북한의 어려운 전력사정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공기와 매연없는 평양의 길거리에 시꺼먼 연기를 내뿜는 굴뚝을 가리키며 가리키며 안내자는 '저것이 동평양화력발전소입네다'하면서 자랑을 한다. 우리는 이미 역사속에서나 기록되고 있는 석탄을 연료로 한 화력발전소이다. 매연이야 있건 말건, 공기가 오염되건 말건 시꺼먼 연기가 굴뚝에서 쉬지 않고 나올 때 전기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며 그래야 평양 시민들은 행복한 것이다.

 

하루속히 북한의 전력사정이 나아져서 평양만이 아니라 북한지역 어느 곳에서라도 TV의 연속극을 볼 수 있고, 북한에서 아직은 TV가 귀한 물품이고 턱없이 비싸서 TV를 가진 가정이 극히 드물지만 모든 가정에 골고루 TV가 보급되어 우리 남한의 재미있는 TV연속극을 함께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일의 기쁜 소식도 TV를 통해 함께 듣게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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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남북나눔운동 소식지 4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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