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요일 정찬
파스타나 피자 아닌 현지 가정식

이탈리아 사람들 특유의 열정 속에는 ‘단 한 번뿐인 인생, 마음껏 즐겨야 한다’는 신념이 강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덥고 지치는 한여름,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모든 일과를 마 치고 자신의 고향 혹은 부모가 사는 집을 찾아 심신의 피로를 덜어낸다. 따로 떨어져 지내는 형제나 친지들, 가까운 지인들이 한데 모여 정성 가득한 홈메이드 요리를 마련해 놓고 주말 내내 여유를 즐기는 것. 그들은 이것을 최고의 휴가라 여긴다.
일요일 오후, 여름 정찬을 마련하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일요일 오전 온 가족이 성당에 들러 미사를 보고 오후 1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이탈리아식 정찬을 즐기는 것. 먼저 아페르티보(Apertivo) 는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단계로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와 함께 달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을 식전주로 즐긴다. 전채인 안티파스토(Antipasto)는 고기, 생선, 야채, 치즈 등의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특히 프레도(Predo)라는 이름의 냉전채에서는 보통 연어 요리나 지중해식 참치 요리, 아스티식 고기회 등이 마련된다. 본격적인 첫 요리는 프리모(Primo)로 주로 파스타나 리조토, 피자가 이에 속한다. 세콘도(Secondo)라 불리는 메인 요리는 생선이나 고기, 해물 등으로 만든다. 여기에는 콘토르노(Contorno)라는 가니시를 곁들이는데 제철 야채를 살짝 데치거나 생으로 낸다. 디저트는 돌체(Dolce)라 부르며 아이스크림, 셔벗, 케이크 등이 이에 속한다. 가장 보편적인 디저트 메뉴는 티라미수라고. 다른 코스에 비해 접시가 크기 때문에 디저트를 놓고 남은 여백을 초콜릿이나 소스 등으로 보기 좋게 장식하는 것이 포인트다. 마지막 으로 카페(Caffe), 즉 매우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와 단 과자를 들며 식사를 마무리한다.
식재료는 제철 것으로, 냄비째 푸짐하게 대접한다
요리에 있어서 재료의 신선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멀리서 식재료를 찾지 않는다. 이를테면 쌀이 귀한 남부 지역에서 굳이 북부 지방의 쌀을 구해다 리조 토를 만들어 먹지는 않는다는 것. 이는 일요일, 가족 모두가 모인 정찬 자리에서도 실현된다. 엄마들은 뒤뜰이나 텃밭으로 나가 손수 가꾼 싱싱한 채소를 넉넉히 마련해온다. 집집마다 풍부한 식재료를 맞교환하는 일도 흔하다. 심지어 각자 집에서 담근 와인도 병째 교환해 식탁 위에는 여러 집의 와인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장을 보러 가면 생선 한 마리 정도를 구입해오는데, 반드시 싱싱한 활어를 구입해 손질부터 완성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이때 필요한 재료가 허브. 이탈리아는 발코니에 식용 허브를 키우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 허브 몇 잎을 뜯어와 향을 가미하면 가정식 정찬 요리가 완성된다. 따지고 보면 싱싱한 재료에 조금의 간을 한 것이 다지만, 그 맛은 가히 명품 요리라 할 만 하니 재료의 신선함을 우선으로 하는 그들의 고집이 옳은 것임을 증명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광경이 로마에서 불과 10~20분 떨어진 곳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하 나의 식문화라는 점이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 중 하나는 냄비가 식탁 위에 그대로 올라온다는 점. 특히 가족 전체가 모이는 정찬 자리에서는 우리네 그것보다 2~3배는 큰 냄비에 음식을 가득 담아 식 탁 위로 줄지어 내온다. 엄마들은 가족들의 개인 접시에 넘칠 만큼 음식을 덜어주고 접시가 비워지기 무섭게 계속해서 음식을 더 채워준다고.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이 탈리아에서는 이 정찬을 3시간가량 즐긴다는 점. 와인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찬은 그렇게 저녁을 향해가고 같은 날 밤에 간단한 요기 후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이탈리아 여름 대표 요리2가지
토마토와 감자를 곁들인 금태 요리토마토와 감자를 곁들인 금태 요리 이탈리아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생선인 금태와 싱싱한 토마토를 활용한 요리로, 세콘도를 대표한다. 아스파라거스 리조토
아스파라거스 리조토 여름에 가장 많이 먹는 야채인 아스파라거스를 넣은 담백한 맛의 프리모로 즐긴다.
기획 : 손혜린ㅣ포토그래퍼 : 이병준ㅣ레몬트리ㅣ스텝 : ICIF 코리아(요리 및 도움말)ㅣpatzzi이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