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ivation: 2007 MOT (못) 콘서트
20070908 PM19:00 압구정클럽365
with 나우시카, 산처럼, 달빛너구리, 대구 고민녀, 대구 동교동
상식적이지 않은 콘서트, 상식적이지 않은 관객들
_미리 걱정하기
41세 여, 40세 남, 중간에 나, 29세 여, 26세 여... 이런 나이와 성별 구성으로 못 콘서트에 간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 생각했다. 2005년 나우시카 언니와 못 콘서트에 갔을 때 죄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관객들 때문에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에 더욱 그랬다. 더구나 그나마 평균연령을 낮춰줄 수 있던 29세 경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콘서트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더더구나 콘서트장에서 만나기로 한 대구에서 온 일행 역시 서른을 훌쩍 넘긴 처자들이었다. 이런... ㅡㅡ;; (그러고 보니 원래 내가 초대했던 친구분이 콘서트에 오셨더라면 평균연령이 훨씬 높아질 뻔했다. 그분은 45세이시니...)
그러나 막상 압구정클럽 입구에 도착해 줄을 선 관객들을 보니 안심이 됐다. 물론 우리보다야 젊었지만 2005년에 봤던 관객들보다 한참 성숙해들 보였다. 아, 관객들도 함께 나이들었구나. 이언과 Z.EE가 2005년에 스물아홉, 스물일곱에서 지금은 서른하나, 스물아홉이 되었듯 관객들도 함께 성숙했겠구나. 뮤지션과 그의 팬들이 함께 나이들어가는 것, 성숙해지는 과정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콘서트의 매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지난 번에는 볼 수 없었던 50~60대는 돼 보이는 진짜(?) 중년 혹은 노년(?) 관객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우리 일행은 수근거렸다. "저 연배의 어르신이 못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언이나 Z.EE의 어머님 아닐까?"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근거는 없는 수근거림이다. ㅡㅡ;;
_스탠딩 콘서트에서 자리잡기
스탠딩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ㅠㅠ) 우리 일행은 아예 맨 뒤로 가서 기댈 곳을 찾았고, 휴대용 방석까지 준비해온 (사실 일부러 준비했던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가지고 있더라마는 ^^;;) 나는 허리가 아프면 바닥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콘서트를 즐겼다. 물론 게스트가 나올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서 있긴 했지만.
객석 맨 뒤에는 음향실로 통하는 계단이 있어서 계단 몇 개만 오르면 오히려 어중간한 앞자리보다 전망(?)이 더 좋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여럿이다 보니 몇몇 관객과 나 사이에는 계단을 두고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글을 보시지야 않겠지만, 긴 머플러를 두르신 멋쟁이 여자분과 꽤 키가 크신 청년... 죄송해요. ^^;;;;;;;;;;;;;)
_못'스러운' 게스트들 만나기
오프닝 게스트는 이지형이이었다. 몇 달 전 대학로 50' Storys 레이블 콘서트에 갔을 때 게스트로 나온 걸 봤으니 구면(?)이었다. 그때는 무슨 드라마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어쨌든 드라마 삽입곡을 불렀고 다른 노래들도 죄다 락발라드여서 하드록밴드 공연에 왜 저런 게스트를 초대했나 의아해했더랬다. 오버로 뜨고 싶은데 줄을 잘 못 서서 언더에 머물러 있는 가수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지형이 무대에 서서 이러저러한 멘트를 날리는데도,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부를 자세를 갖추는데도, 시종일관 시큰둥했다.
오홋, 그러나... 못 콘서트의 무대에 선 이지형은 퍽 다른 모습이었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같은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톰 요크 팬들에게 돌 맞겠지? ㅡㅡ;;) 어쨌든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물론 이번이 훨씬 좋았다. 못 콘서트에 오니 게스트도 못스럽게 변하는 건지, 아니면 이지형의 원래 모습이 이랬는데 내가 오해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마음에 들었다.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 뒤에 나온 네스티요나의 요나는 정말 못스러웠다. ㅋㅋㅋ 못 1집의 을 자기 스타일로 편곡해 직접 건반을 연주하며 불렀는데 몽환적인 목소리 하며 완전 여자 이언이었다. ^^;; 그리고 요나와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같은 의상실에서 옷을 맞춘 것 같은 한희정 역시 못스러웠고. ㅋ (확실히 뱅 헤어가 유행이긴 한가보다. 여자가수들이 약속이나 한듯 죄다 이마를 가린 일자 앞머리를 하고 나왔다. ㅋㅋㅋ)
_이상한 계절로 들어가기
게스트들이 맘에 들긴 했으나 어디 이언과 Z.EE만 하랴. 앨범 출시되자마자 사서 수도 없이 무한반복 청취했던 2집 의 수록곡들을 직접 만나는 일은 실로 가슴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상한 계절, 클로즈, 시니피에, 11 over 8, 사랑없이, heaven song, 서울은 흐림, 완전한 세상, 나는 왜, 다섯개의 자루... 2집 수록곡 중 몇 곡 빼고 다 불렀다. 모두 불렀으면 더 좋았을 텐데, 특히 ghost와 electric은 꼭 라이브로 듣고 싶었는데 못 들은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물론 받쳐주지 않는 음향은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지만 (내가 서 있던 자리 바로 위가 음향조정실이었는데 솔직히 뛰쳐 올라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한바탕 난리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ㅡㅡ;;), 그래도 좋았다. 특히 라이브로 들을 때 좋은 노래는 클로즈와 11 over 8이었다. 두 노래 모두 음반 발매 이전에 콘서트에서 발표했던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익숙한(?) 라이브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섯개의 자루. Z.EE의 기타연주를 눈과 귀로 확인하는 즐거움이란... 직접 보고 듣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모른다. 맨 앞자리에 서 있던 대구의 처자들은 Z.EE의 희고 가는 손가락에 한마디로 뻑이 갔다. ㅋㅋ
_비선형에서 휴식하기
2집 발매 이후 무한 반복 청취를 하면서 1집보다 2집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이번 콘서트에서는 1집의 노래들이 더 귀에 착착 감겼다. 못이나 세션들에게도 1집 의 노래들이 훨씬 익숙했을 테고 관객들에게도 그렇고, 아무래도 익숙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1집 발매 후 2집 나오는 데 걸리는 텀을 봤을 때 3집 나오기까지도 한참 걸릴 테니 그때까지 콘서트를 계속하면서 세션들과 관객들에게 2집의 익숙함을 선사하는 게 당분간 못의 사명이 아닐까 한다. ^^;;;
어쨌든 1집의 마이 베스트 페이보릿 부터 카페인, 그러나 불확실성은 더, What a wonderful world, 자랑, 날개, Cold Blood...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편안했다.
_상식적이지 않은 콘서트의 상식적이지 않은 관객 되기
이번 콘서트에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이언과 Z.EE의 쇼맨십이 출중(?)해졌다는 것이다.
2005년 콘서트를 다녀와서는 기억력이 꽝인 내가 이언과 Z.EE가 무대에서 했던 말을 거의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말이 거의 없었다.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다음 곡 들으시겠습니다"였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이언도, 더구나 Z.EE까지도 말이 무척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들이 했던 말을 여기에 옮길 수가 없다. (핑계도 좋다... ㅡㅡ;;)
물론 다른 콘서트에 비교하면 못 콘서트는 말이 없는 콘서트, 조용하기 짝이 없는 콘서트다. 노래 시작하고 끝나는 부분에만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있을 뿐, 라이브 콘서트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왁자한 웃음소리나 헤드뱅잉, 노래 중간중간 출몰하는 관객들의 괴성을 이곳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가 없다. 부동자세로 꼼짝않고 서서 노래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관객들이 하는 최고로 적극적인 행동이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두 번째 앙코르곡 헤드윅의 넘버 에서만큼은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이 앙코르곡은 홍보차 내한했던 존 카메론 밋첼이 자신의 콘서트에서 못의 날개를 불렀던 것이 인연이 되어 못도 자신의 콘서트에서 헤드윅의 넘버 중 하나를 부르기로 미리 결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콘서트 당일 Z.EE의 상태가 감기 때문에 매우 좋지 않아서 포기하려다가 계속되는 앙코르 요청에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안 불렀으면 큰일날 뻔했다. Z.EE가 이토록 파워풀한 목소리의 소유자였다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