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략 K본부와 M본부, 그리고 교육방송인 E본부만이 TV채널의 전부였던 시절로 기억되는 언젠가 새롭게 S본부가 등장하면서 당시에는 꽤 파격적인 일본 만화 영화들이 많이 방송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 시절. S본부에서 방영되었었던 전설의 그 만화, '피구왕 통키' 는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꽤나 기억에 남는 만화이다.
내가 졸업한 국민학교에서 6년은 외우고 불렀을 교가는 음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조차 기억 나질 않는데 피구왕 통키의 주제가는 지금도 단 한자도 틀리지 않고 술술 불러댈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에코까지 늘 빼놓지 않고 따라 불렀었던 어린이, 곤자양. -_-)
그 당시 '피구왕 통키'의 인기는 지금도 꽤나 유별나다고 기억될만큼 정말로 굉장했었다. 통키가 방송되던 날에는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조차 보이질 않았었다. 마치 예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송하던 날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없고 가게들도 장사가 안된다던 말처럼 말이다. (-_-)
학교에서는 체육시간에 항상 남자아이들은 축구, 여자아이들은 피구를 했기 때문에 피구는 여자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일종의 성편견을 심어주었던 피구를 되려 남학생들이 더 열정적으로 쉬는 시간에까지도 너도나도 폴짝거리며 '불꽃슛'을 쏘겠다고 발광(?)하며 즐기는 운동으로 만들었었다.
피구왕 통키와 관련 상품들도 참 많이 나왔었는데 그 중 유별나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불꽃 마크'가 그려진 피구공이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불꽃마크가 그려진 피구공이 불티나듯이 팔렸었고 그걸 산 아이들은 불꽃마크에 손가락을 대고는 불꽃슛을 쏘겠다며 그걸 자랑하고는 했었다. (-_-)
비단 피구공같은 학용품 뿐만 아니라 '피구왕 통키'가 그려진 운동화에 심지어 과자까지 나왔었으니까 말이다. (꽤 맛있었는데... 축구왕 슛돌이 과자도 있었지... -_-)
피구왕 통키에 대해서 이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본인. 몇개월 전에 문득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다가 피구왕 통키가 생각났더랬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봤는데.... 있는거다. 피구왕 통키가 전편 다 더빙벌죤으로... (-_-)
순간 오싹했다.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수집 능력이란 가히 미국 중앙 정보부급과 필적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일단 기쁜 마음에 전편을 다 다운 받아놓긴 했는데 막상 보려고 마음을 먹으니 이걸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시덥지 않은 고민도 했었다. 동심을 가지고 봤었던 내 어린 날의 즐거운 추억을 세상에 찌들어버린(-┏) 지금의 내가 괜시리 망가뜨려놓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또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기 때문에 결국 포테토칩을 *으면서 벌렁누워 CIA급 수집능력을 가진 어느 네티즌에게 감사하면서 피구왕 통키를 감상했다. 재생을 시작하자 흘러나오는 주제가에서부터 새록새록 피어나는 옛기억들과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란 꽤나 신선했다. 세월이 흘렀어도 피구왕 통키는 여전히 여러가지 의미로 굉장했다.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그들의 나이, 초등학생. (-_-)
피구공에 철을 박아넣고 연습하는 초등학교 피구부...
2m를 넘게 뛰는 무시무시한 점프력을 가진 초등학생이 한트럭...
앵간한 보디빌더보다 더 무시무시한 근육이 울룩불룩한 초등학생이 열댓트럭....
그들의 근육보다도 더 사기스러운 초등학생의 안면나이 평균 30세 이상....
하지만 그 모든 것들보다 더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통키의 아버지는 피구하다 죽었다........?
피구하다가.....
'피구' 하다가.....?
새삼 이 나이를 먹고 다시 본 피구왕 통키는 내게 '동심이란 얼마나 유연한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 엄청난 것들을 일말의 거부감은 커녕 의문조차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그 포용력이란. (-_-)
심지어 왜 어른들이 '학생 때 공부하라'고 말씀하셨었는지에 대해서조차 납득하게 만들었다. 그 정도의 수용성을 가질 수 있던 시기라면 확실히 배움에 있어 유리한 시기였던 것 같다. 뇌세포 활동 왕성하고 이것저것 잘 받아들일 때 공부 열심히 할 걸 그랬다, 정말. (-_-)
언젠가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이 만화를 다시 한번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 땐 지금과 또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겠죠?
통키를 기억하시는 분이나 동감하시는분 추천~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