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향수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이면 항상 드는 고민이 있다. 똑같은 향수를 다시 사 쓰자니 지겹고, 새로운 향수를 시도해보자니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다는 것. 향수는 대충 고르기에는 가격 부담이 너무 큰데다 마음에 안 들면 그야말로 화장대 위에서 먼지만 뽀얗게 쌓이기 십상이지 않은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준비된 곳이 바로 나만의 맞춤 향수를 만들어 주는 곳, 갈리마드 퍼퓸 스튜디오다. 국내 최초로 맞춤 향수 제작을 시작한 갈리마드는 프랑스 향수 회사인 갈리마드사에서 향료를 공급받아 맞춤 향수를 만들어 준다. ‘맞춤이라니 비싼 건 아닐까? 믿을 만 한 걸까?’라는 궁금증을 쏟아 내는 독자들을 위해 독자 신소연씨(21)와 직접 갈리마드를 찾아가 보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만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첫 관문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질문이 적힌 설문지를 받게 된다. 소연씨는 설문지에 제시된 직관형, 감각형, 감정형, 사고형의 4가지 심리 유형 중 자신의 성향으로 육감이 발달하고 섬세한 직관형을 골랐다. 직관형은 산뜻하고 발랄한 봄의 이미지. 소연씨는 이 밖에도 성격이 외향적이며, 라일락이나 후루티 등의 달콤하고 은은한 향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간단한 설문이 끝나면 전체적인 향의 컨셉트를 잡기 위해 퍼퓸 디자이너와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간다. 이 때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의상의 색, 끌리는 여성상, 좋아하는 무늬 등 좀 더 세부적인 취향이 검사된다. 이렇게 세세한 항목에 대한 테스트가 끝나면 왼손에 직관형, 감각형, 감정형, 사고형을 대표하는 향수를 쥐고, 오른손 엄지와 약지를 동그랗게 붙여 잘 떨어지는가, 힘의 세기를 측정하는 오링 테스트를 실시한다. 제 3자가 힘을 주어 손가락을 벌렸을 때 손가락이 잘 떨어지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향. “향에도 기가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향을 쓰면 에너지를 얻게 되지요.” 이 날 소연씨의 맞춤 향수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조향 전문가 정미순 원장의 설명이다.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앞에서 실시한 테스트에 의하면 소연씨는 직관형을 바탕으로 감정형의 요소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직관형과 감정형에 어울리는 향을 바탕으로 ‘향수 만들기’에 도전할 예정. 베이스 노트, 미들 노트, 톱 노트 순으로 향을 고른다. 정미순 원장은 여태까지의 테스트와 설문을 토대로 고른 5가지 향을 내어주며 향기를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향을 모두 고르라고 한다. 소연씨가 베이스 노트로 고른 것은 이 중 라일락, 화이트 머스크 등 4가지 향. 그 다음은 향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미들 노트 고르기. 이번에도 제시된 6가지 향 중에서 소연씨는 피치, 로즈, 쟈스민 등의 4가지 향을 골랐고, 톱 노트로는 그린티, 클래식 푸르트 두 가지 향을 선택했다. 이제 정해진 비율을 맞추어 차례로 이 열 가지 모든 향을 다 섞는데, 소연씨가 궁금한 점이 생긴 모양이다. “색은 아무리 예뻐도 계속 섞다 보면 이상한 색이 나오잖아요. 향은 좋은 향들만 섞으면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나요?” “향도 색이랑 같아요. 아무리 좋은 향들도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이상한 냄새가 날 수 있죠. 그래서 어울리는 향끼리 섞어야 해요.”
모든 향을 다 섞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시향을 거쳐 고객이 100% 만족하는 향이 나올 때까지 수정을 거듭한다. 1차 시향에서 소연씨는 과일 향이 너무 강하다며 좀 더 시원한 향을 추가하기 원했다. 이에 정미순 원장은 톱 노트에 ‘프레시 컷 플라워’라는 방금 꺾은 듯한 꽃 내음의 향을 추가하여 신선한 느낌을 더했다. 다시 실시된 2차 시향에서 소연씨는 과일의 새콤한 향을 다운 시키는 동시에 부드러운 달콤함을 원했고, 정미순 원장은 그에 맞게 피치 향을 추가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향은 소연씨도 오케이. 한 눈에 딱 보아도 귀엽고 발랄한 소연씨와 잘 어울리는 프루티 플로럴 계열의 향수가 탄생되었다. 이제 맞춤 향수 만들기의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 바로 완성된 향수에 직접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세상에서 하나뿐인 향이니 만큼, 그에 걸맞은 ‘이름’을 짓는 건 가장 어렵지만 즐거운 묘미가 아닐까!). 펜을 잡고 한참을 고민하던 소연씨가 붙인 향수의 이름은 ‘aqua秀0302’. 자신의 인터넷 아이디와 생일을 합친 이름이란다. 소연씨가 지어낸 향수의 이름은 그 자리에서 투명 라벨에 인쇄되어 향수 용기에 붙여졌다.
매력을 더해주는 맞춤 향수
이렇게 오드 뜨왈렛으로 완성된 향수는 1주일간 숙성시킨 뒤부터 사용한다. 가격은 30ml가 4만원, 50ml가 6만원 대. 시중에서 판매되는 향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약간의 가격을 추가하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용기 외에 다른 용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날 독자 체험에 함께 한 소연씨는 “이렇게 여러 향기가 섞여서 제가 원하는 향이 딱 나오는 것을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이 될 것 같네요” 라며 소감을 밝혔다. 정미순 원장은 맞춤 향수의 장점을 이렇게 말한다. “자신에게 맞는 향은 에너지와 매력을 상승시키고 자신감을 보완해 주죠. 또 우울할 때 사용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에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 향을 맡고 자신이 가장 행복해하던 시간을 기억해내지 않았던가. 일상에서 잃어버린 당신을, 혹은 행복한 기억을 되돌릴 수 있는 ‘향’을 직접 찾아보고 싶다면, 자신만의 향을 디자인하는 이곳에 들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