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오랫만에 만난 선배 한 분이 내 cdp를 보더니
"이거 오래쓰네?"
"네, 전 물건 오래써요."
"음-."
대화를 나누던 중에 옛날에 엄마께서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물건을 사거나 선물을 받으면 짧게는 이틀, 길게는 한 달을 넘기는 법이 없었다.
연필을 받아도, 옷을 받아도, 장난감을 받아도, 인형을 받아도..
처음에는 너무 갖고 싶어서 생 떼를 쓰고 결국 선물을 받으면 그 때뿐. 어디에 박혀있거나 방 구석에 뒤집혀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갖고 싶던 바비 인형도 이틀은 닳고 닳도록 만져주고, 안아줬지만 며칠이 지나자 유리상자안에 갖혀 선반 위에 모셔(?)뒀을 뿐이다.
하루는 엄마가 밖에서 놀다 온 나를 부르셨다.
엄마는 마침 내 방 청소를 마치신 중이었다.
나는 청소 안하고 나갔다고 혼나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얼마 전 친척이 사다주신 곰인형을 들고계셨다.
청소하시던 중에 책상 밑에 엎어져있던 것을 발견하셨나보다.
"정현아"
"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땐 존댓말 한다.)
"정현이는 새 것이 좋아?"
"응." (분위기 파악 후 곧 말을 편하게 한다.ㅋ)
"그래? 엄마는 엄마 물건이 생기면 정이 생기더라.그래서 새 물건 보다는 그동안 나를 위해 있어준 헌 물건이 좋고, 그래서 고장나고 못 쓰게 되기 전까진 소중히 하고 싶어."
"그럼 엄마는 헌게 좋아?"
"응, 엄마는 오래된 물건이 좋아."
"왜? 헌거는 닳고, 질리지 않아?"
"내 물건이니까. 내가 자주 만져주고 내 손 때가 묻은 내 것이니까.
정현이도 물건에 정을 줘봐. 그러면 질리지 않을거야."
.
.
.
이 때부터였다.
내가 물건을 오래 쓰게된건.
나는 여러가지 물건을 갖고 있지만 그 물건에게 주인은 나 하나다.
나를 위해 있어주고, 사용되어지는 거라 생각하면 정이가고 웬지 통하게 된다.
오래될수록 좋은 친구같은 느낌이랄까..
-사진출처_네이버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