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에 나설 생각이 없던 유시민을 등떠민 것은 네티즌이다. 개혁당의 개미들이다. 치욕을 견디며 당을 개혁하려던 기간당원들이다. 기성의 정치에 신물이 나서 다시 정치무관심으로 돌아설까 말까 망설이던 국민들이다. 그리고 내가 밀었다.
우리의 약소함과 우리의 미련함과 우리의 불완전함을 다 모아서, 증명해 보고 싶었다.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무수히 부딛쳐 깨어지는 계란들처럼 싸우고 또 싸우면서 밀고 온 새로운 정치의 꿈이 허무하게, 한 번 심판대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그냥 꺼지는 것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놓고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애처롭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밖에서는 친노라고 맨날 두들겨맞고 안에서는 비서관 하나 없는 캠프라고 조소당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 모르는 체 했다. 깨끗한 그릇에 밥을 먹으려면 누군가는 통합신당이리는 구정물에 손 담가야 한다고 말만 해놓고, 뒤로 빠져버렸다. 작은 일에 분노해서, 의견이 달라서, 할 일이 따로 있어서, 백만 가지 이유와 천만 가지 변명이 있지만, 지금 이 순간 깨닫는 것은 딱 한 가지, 나는 비겁했다. 이것은 나의 죄다. 잘못했다.
생각해본다.
꼭 유시민이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나? 지난 오년을 복기해보면, 그러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없었다!
이름 석자가 자기 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인생은 슬프다. 공적 존재의 무게를 벗어버리고 언제라도 제자리로 되돌아가려는 유시민의 그 갈망을 나는 잘 안다. 그럴 수 없었던 우리의 책임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밤 잠에서 깨어나면 엄습하는 존재의 외로움도 안다. 너무 잘 안다.
하지만, 그 슬픔의 결실로 세상은 아주 조금씩 한 걸음 선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유시민을 역사라는 맷돌에 넣고 들들 갈기 시작했던 거다.
유시민, 깃발이란 그런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거기에 이름을 쓰고 싸인을 하고, 심지어 낙서도 하고, 사시사철 비바람에 시달려 때묻고 바래도 거기 걸려 있어야만 하는 깃발.
처음에 네가 거기 나붓기지 않았더라면 나의 오늘도 없었겠지. 그렇게 나는 변명한다. 이 모든 것은 선봉에 선 너의 잘못이라고 나는 발뺌한다. 그러나...
그래도 유시민, 힘을 내라. 할 만큼 했다. 스스로가 상징임을 거부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는 돌멩이를 금강석으로 바꿀 만큼 강력한 것이다.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로 용감히 걸어간 그대에게 내 회한의 눈물을 바친다. 이 눈물로 모든 개미들이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며.....
서프라이즈-노혜경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