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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F.K

이창훈 |2007.09.17 11:12
조회 34 |추천 0


1991년도에 발표된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를 봤다. 이기호 교수가 남한산성 답사에서 소개한 영화인데, 그는 다음날 꼭 한 번 보라며 내게 DVD를 빌려줬다.

 

이 영화는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다룬 것으로, 짐 게리슨이라는 뉴 올리언즈 지방 검사가 사건을 파헤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짐 게리슨 역에는 케빈 코스트너가 맡았는데, 연기는 전반적으로 남의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이 감돌았다. 하지만 짐 게리슨이라는 인물의 순수함과 진실을 향한 열정은 코스트너의 어색함을 누르고도 남음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극중 아주 짧막하게 실제 짐 게리슨이 본인과 대척점에 서 있는 판사로 출연했다는 점.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에서도 실제 에린 브로코비치가 나와 화제를 모았는데, 이러한 까메오 출연은 영화에 대해 두고두고 얘깃거리를 남기게 한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이러한 까메오 출연을 상업적 전술의 극치라고 본다.

 

J.F.K에는 케빈 코스트너 이외에도 유명한 이들 많이 나온다. '볼케이노', '도망자'로 유명한 토미리 존슨, '미스틱 리버', '어퓨 굿 맨', '일급살인'의 케빈 베이컨, 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게리 올드만 등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던 명연기자들의 연기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크나큰 흥미를 안겨준다.

 

나는 이 영화를 두려운 마음으로 봤다. 나는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 사람의 육체를 갈가리 찢는 하드한 영화는 더더욱 싫다.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케네디의 미소는 케네디가 암살 당한 장면을 떠올리게 해 영화를 보는 내내 괴로웠다. 점점 고조된 그 두려움은 짐 게리슨 검사가 타임-라이프지에서 입수한 미공개 테이프를 법정에서 공개해줌으로써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케네디가 암살 당한 그 불편한 장면을 계속해서 봐야 했다. 정말 충격이었다. 퍼레이드에서 미소짓던 케네디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목을 감싸쥔다. 고개를 앞으로 숙인다. 부인이 놀라 케네디의 어깨를 잡는다. 그리고 케네디의 뒷머리 4분의 1이 '팍' 날아가 버린다. 케네디는 그렇게 죽었다. 이것이 어떤 특수효과를 거친 할리우드 액션이 아닌 진짜라고 하는데서 나는 더욱 몸을 떨었다. 

 

이 교수는 내게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웃기는 나라"라며 "미국은 자유가 넘치는 곳 같지만 실은 고도의 통제사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는 이미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 All the Presidents Men에서(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미국의 그러한 단면을 확인한 바 있다. -번역된 제목은 '대통령의 음모'인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살리지 못한 어설픈 번역이어서 안타깝다.- 그 영화에서도 진실은 사실로 위장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정부와 휘화 기관들이 권력을 장기 집권하기 위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 되었다는 점을 역설한다.

 

미국은 정말 웃기는 나라다. 제 나라 대통령이 대낮에 죽었는데도, 제대로 된 수사 한 번 안 하고 종결 시켜버리다니. 조사위원회라는 것도 구성원들 거의가 케네디의 정적이었다는 것을 볼 때 케네디의 암살은 단순히 어떤 또라이 같은 놈이 "나는 케네디가 싫어요"라며 확 쏴죽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범인으로 지목된 오스왈드는 잭 루비라는 마피아에게 죽임을 당하고, 잭 루비는 폐암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질병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한다. 그밖에 이 사건의 실체를 증언할 수 있는 비중있는 증인들은 모두 교통사고, 질병 등으로 사망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아직도 미궁이다. 올리버 스톤은 이 영화를 통해 케네디 암살 사건은 군부에 의한 쿠데타로 규정한다. 이토록 정밀하게 사건을 계획.실행시킬 수 있는 세력은 군부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갖가지 음모론이 40년 넘도록 들끓고 있지만 이를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리더십이 없어 설에 그칠 뿐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주장도 결국은 설로 귀결되고 만다. 진실은 요원하다. 

 

링컨과 마찬가지로 케네디 역시 민주당 출신이다. 실체를 들여다 보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보수성은 그닥 다를 것은 없지만 한국의 수구보수세력보다 더한 공화당 세력은 이 두 인물이 무척이나 고까웠나보다. 그리고 그들은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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