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무역산업부와 뉴질랜드 환경부는 국가 차원의 ‘지역에너지’ 체제 수립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역에너지는 에너지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이 에너지 정책 수립과 실행에 대한 권한과 실행력을 갖고 에너지 절약과 효율향상, 지역 자연자원을 활용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가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하고, 최대한 중앙 집중적인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의 사용량을 줄여가는 것이다.
지역에너지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라는 에너지전환의 관점에 ‘공간’ 개념을 더해 도시나 지역 차원에서 에너지 자립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에너지 공급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역이 갖고 있는 태양, 풍력, 조력, 생물자원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고효율 열병합발전을 통해 대기 중에 버려졌던 열을 회수해 건물이나 지역 냉난방에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
영국의 에너지세이빙트러스트(Energy Saving Trust)는 2050년까지 영국의 모든 가구가 지역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을 이룩하고 난방에너지의 절반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전체 전력수요량의 30-40%를 지역에서 자립한다는 말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소형 열병합발전과 소형풍력발전, 태양광이다. 지역에너지 자립을 통해 영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5%나 줄어들게 된다.
지역에너지(Local Energy) 가능한가?
지역에너지 실현을 위한 구성요소
지역에너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구성요소의 핵심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곳과 가깝게 소규모 전력, 열, 또는 열병합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소규모 에너지 생산시설을 자가발전(micro-generation)시스템이라고 한다. 자가발전시스템에서 생산한 전력을 제어하고 공급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이런 것이 스마트 제어시스템이나 에너지 저장 기술과 결합해 이후에는 소규모 전력망이나 스마트 망을 형성할 수 있다. 자가발전시스템은 또한 태양열 열수기, 히트펌프, 빌딩의 단열과 에너지 효율화, 패시브 빌딩, 지붕 절연, 이중창 등과 결합해 효율을 더 높일 수도 있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지역에너지는 단순히 기술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참여와 이해가 필수적이다.
도시와 지역에너지
광주전남혁신도시에서 총 에너지의 5%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기고 밝힌 계획이 도시의 에너지 자립 개념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전남도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공원 가로등, 비주거용 건물 등에는 태양광과 태양열, 지열 등을 도입하고, 단열 강화, 고성능 창호 시스템, 전열 교환 환기 시스템 등 기술을 통해 혁신도시 내 총 에너지 수요의 25%를 절감하기로 했다. 울산과 대구 혁신도시도 ‘솔라시티’를 표방하고 있다. 대구는 동구 신서동에 조성되는 혁신도시 안 모든 건물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건물은 태양광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모두 남향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남 남악신도시와 평택 소사지구 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에너지 자립 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부의 전폭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지원이 저절로 에너지 자립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예산이 없는 곳에서는 지금처럼 한전이 공급하는 전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지역의 에너지 자립률을 어떻게 높일까?
학교나 아파트 단지, 면이나 리단위의 작은 마을, 이미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생태공동체나 마을 공동체, 생협 단위의 실험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스스로 책정하고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 하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상으로 삼을 곳이 학교라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을 함께 측정하고, 에너지 절약의 목표를 설정한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고효율 조명기기나 멀티탭을 사용해서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하고, 그로인해 올라가는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한다. 더 나아가 학교에 설치할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선택하고, 태양광 또는 소형풍력발전기 설치를 통해 에너지 실제 학교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 본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지방에너지 보급사업이나 태양광 10만호 보급 사업 등을 활용해 학교에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홍성 풀무학교, 이우학교, 푸른꿈 고등학교는 이미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대상으로 삼을 곳이 작은 마을이라면,
특히 농촌마을의 경우 다양한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이용해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부안군 주산면에서는 바이오디젤 원료가 되는 유채를 생산해서 유채기름으로 인근 학교 급식에 사용하고 남은 폐유채유를 정제해 주산초등학교 학교버스에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농민들은 농기계에 들어가는 경유만이라도 밭에서 자급자족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축산분뇨가 골칫거리인 마을이라면 축산분뇨를 이용한 메탄가스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을 통해 지역의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에너지도 생산할 수 있다.
충남 홍성군 고요마을회관 처럼 마을 공동의 공간에 공동출자를 통해 태양광시설을 설치하고 전기를 판매해 마을 공동 운영비로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현재 군비로 지원된 태양광 발전이라 한전에 판매를 하고 있지는 못하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상으로 삼을 곳이 도시의 아파트 단지라면,
지역에너지 자립 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과정이고, 자립률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활이 바뀌는 것이다.
수송교통 부분에 있어서는 대중교통체제와 자전거를 통한 통학과 통근으로 줄어드는 에너지량을 계산할 수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아파트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을 보면 그 확산 속도가 놀랍다. 대우건설은 목포에 분양한 아파트에 태양광발전 모듈 682장을 설치했다. 하루 600kw의 전기를 생산해 입주민들이 연간 1700만원의 전기세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대림산업은 ‘3리터 하우스’라는 개념으로 제곱미터당 연간 3리터의 연료로 냉난방이 가능하게 설계한 주택을 분양했는데, 기존 시설물보다 80%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다. 또한 현재 대단위 아파트에서는 열병합으로 전환하는 것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자립률 높이기 공모대회’
이런 캠페인 어떨까? 각 지역에서 특정 공간, 건물, 지역을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률을 올리는 캠페인을 벌인다. 대상으로 삼은 곳이 작을수록 좋다. 가까이는 일하는 사무실 공간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에너지 사용이 줄어들고 또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직접생산하면 그야말로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건물이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대응 운동도 되는 것이다. 자립률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 사례를 공유한다. 100% 자립이 아니더라도 특정 목표치를 정해놓고, 달성한 곳에 대해서는 마치 지점이 생기듯이 에너지 자립 공간 1호점, 2호점, 3호점 이렇게 지정해서 늘려나가면 어떨까? 이런 활동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활동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부안군 주산면 주민들은 스스로 유채를 심어 한국사회에 바이오디젤 붐을 일으키고 있다. 또 전북의제는 “기후보호센터”를 설립해 전라북도가 기후보호도시가 될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에서도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농민회, 의제21, 농업기술센터, 홍성군이 참여하는 에너지 모임이 시작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의 시민발전소, YMCA의 햇빛발전소, 에너지 나눔과 평화의 발전소와 같이 관련 NGO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제 우리는 동네 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
글 : 녹색연합 이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