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게임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뭘까?
id=ad250_sub희끗희끗한 머리에 폴로 티셔츠를 걸쳐 입은 침착한 말투의 사나이. 마이크 모하임(Mike Morhaime) 블리자드 사장(창업자)에게서 세계 게임 산업의 리더다운 풍모를 읽기는 쉽지 않았다. 차라리 교수나 회계사에 가까운 인상이랄까.
하지만 워크래프트에서 디아블로까지, 그가 창업한 블리자드는 10년 가까이 거대한 경쟁사들을 완벽하게 압도해왔다. 도대체 그의 머리 속엔 어떤 노하우가 숨어 있을까. 언제나 세계 게임 뉴스의 중심에 서있는 그가 본보와 단독으로 영상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블리자드코리아 본사의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오브 워크래프트(WOW) 까지 최근 블리자드는 실패작이 별로 없다.

▲ 블리자드가 개발중인 스타크래프트2 게임의 동영상 이미지. /블리자드 제공

▲ 지난 12일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사장(화면 속 오른쪽)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본사에서 화상 통화 시스템을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블리자드코리아 사무실에 있는 본보 백승재 기자(오른쪽에서 두번째)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블리자드코리아 제공
블리자드 게임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완성도다.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게임은 버리고, 성공할 수 있는 게임만 출시한다. ”
―게임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어떻게 판단하나?
“일단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기준을 세운다. 개발이 진행되면 담당 테스트팀을 통해 과연 투자한 자원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따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행되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다. 블리자드 직원은 모두 열정적인 게이머이므로,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
―당신도 직접 게임을 하는가. 직접 심각한 오류를 발견한 적이 있나.
“물론이다. 가장 심했을 때는 워크래프트 2 확장팩이었다. 당시 품질관리 담당자가 내게 CD를 건넸는데, 설치하려고 하니 오류가 떴다. 다음날 그 담당자는 사표를 내고 나갔다. ”
―옛날부터 게임을 즐겼나.
“물론 나도 초창기 게이머였다. 주로 인베이더나 벽돌깨기 같은 가벼운 게임을 주로 했다. ”
―UCLA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알고 있다. 다른 직장도 많았을 텐데 게임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실제로 나와 (블리자드의 공동 창업자인) 프랭크 피어스는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공동 창업자인 앨런 아담이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왔다. 모두 UCLA 동창이어서 마음도 통하고, 게임에도 취미가 있었기에 창업을 쉽게 결정했다. ”
―첫 게임은 무엇이었나?
“슈퍼 닌텐도용인 알피엠 레이싱(R.P.M Racing)이라는 게임이다. 투입비용은 4만5000달러(약 4200만원) 정도였다. 매출은 이보다 더 나왔다. 비교적 좋은 출발이었다. ”
―지금까지 만든 게임 중 가장 인상 깊은 게임은 무엇인가?
“당신이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웃음), 스타크래프트가 진심으로 내게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
―스타크래프트를 만드는 데 영향을 준 게임이 있다면?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이라는 게임이다. 다양한 전략이 담긴 카드를 활용해 상대방과 대결하는 게임인데 큰 영감을 줬다. 종족간의 힘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라든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을 다양화한다든지….”
―평소에는 어떤 게임을 즐기나?
“포커, 기타히어로, 월드오브 워크래프트. 3가지다. ”
마이크 모하임 사장은 실제 미국 포커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또 블리자드 팬미팅 ‘블리즈컨’에서는 폐막식 콘서트에 베이스 기타를 직접 연주했을 정도로 기타 마니아다. 그가 속한 연주그룹의 이름은 ‘L70ETC-Level 70 Elite Tauren Chieftain’이고, 가장 좋아하는 곡은 그룹 멤버가 작곡한 ‘I am Murlock’(나는 멀록이라네)이다
―영화도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워크래프트를 영화로 만들 계획이라고 들었다.
“배트맨 비긴즈, 슈퍼맨 리턴즈, 300과 같은 영화를 만들어낸 레전드리 픽처스와 함께 워크래프트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각본을 검토하는 단계다. 파이널 판타지같이 3D 그래픽만으로 이뤄진 영화가 아니라, 실사로 찍는다.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게임들에 대해서 물어보겠다. 최근 블리자드가 ‘히드라(Hydra)’라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던데. 디아블로에 동명의 마법이 등장했던 것으로 미뤄봐서 디아블로3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가 밝힌 차기작은 ‘스타크래프트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뿐이다. 다만, 우리는 진행중인 프로젝트명을 신화적인 캐릭터 이름을 토대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실제 프로젝트 작품의 내용과는 연관성이 없다. 스타크래프트 2의 프로젝트명은 ‘메두사’였으니까.”
―‘스타크래프트2’ 게임에서 테란, 프로토스는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저그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저그 종족은 현재 준비중이며 구체적인 발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2의 유통은 누가 맡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블리자드코리아는 그동안 성공적으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운영 능력에 높은 평가를 주고 있다. ”
―스타크래프트를 통한 e-스포츠에 대해 지적 재산권을 주장할 예정인가.
“많은 노력과 시간, 끊임없는 창작과정을 통해 개발된 제품을 출시하는 개발사로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지켜야 할 권리다. 물론 한국 e-스포츠 업계의 기여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e-스포츠에 맞고 완성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 더욱 노력 중이다. ”
―온라인 게임은 이제 거대한 가상세계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아이템 현금거래 등 부정적인 면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대책은 없는가.
“현금 거래 문제와 현금 거래가 가져올 수 있는 각종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게임은 단지 게임으로 즐겨야 하며, 사행성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블리자드의 철학이다. 사용하는 아이템을 다른 캐릭터와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아이템 귀속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과도한 시간 동안 게임에 접속하지 않도록 하는 ‘피로도 시스템’과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가 게임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보호자 설정 시스템’도 적용 중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전반적으로 밝다고 본다.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는 매우 빠르게 온라인 게임시장을 개척했다. 미래의 다중접속 온라인(MMO)게임에서도 분명 한국 업체들의 역할이 클 것이다. 한국 게임은 카트라이더를 해본 적이 있다. ”
마이크 모하임 (Mike Morhaime)
블리자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현 대표. UCLA에서는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의 대표작들에서 핵심 프로그래머 및 프로듀서 등을 맡았다. 1998년 블리자드 대표에 올랐다.
블리자드 (Blizzard)
1991년 2월 마이크 모하임, 프랭크 피어스, 앨런 아담 등 3명의 UCLA 동창생이 모여 창업한 게임업체. 한국시장에서 특히 큰 히트를 기록해 ‘국민 게임’이라고까지 불리는 스타크래프트(Starcraft)를 비롯, 워크래프트(Warcraft)와 디아블로(Diablo) 시리즈 등 대작들을 잇달아 히트시켜왔다. 이 세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세계적으로 5600만장에 달한다. 또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유료 가입자수는 올 7월 현재 900만명에 달한다.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98년 3월 출시된 블리자드의 대표작. 우주를 배경으로 세 종족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상대방과 대결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95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특히 큰 성공을 거뒀다. PC방의 보급과 함께 한국에서 네트워크 게임의 대표가 됐으며, 이후 프로게임리그가 큰 성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직접 해보거나 프로게임리그를 시청해본 국내 인구가 약 17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