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마티나 닐랜드 | 감독 존 카니 | 촬영 팀 플레밍 | 편집 폴 뮬렌 | 미술 타마라 콘보이 | 출연 글렌 핸사드, 마케타 잉글로바 |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 제작연도 2006년 | 상영시간 85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개봉 9월20일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더블린의 거리의 악사로 지루한 현실을 연명하는 남자(글렌 핸사드)와 거리에서 꽃을 파는 체코 이민자 소녀(마케타 잉글로바)가 서로에게 힘을 얻고 영감을 얻는다는 것 외에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부연은 불가능하다. 전형적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담백명료한 줄거리를 85분의 러닝타임 안에 담아낸 영화 는 15만달러로 만들어져 8월26일 현재 미국에서 762만9391달러를, 영국에서 33만4338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이래 미국에서 기록한 이 성공담은, 를 ‘올해의 인디영화’로 만들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소박한 이야기가 거둔 소박한 성공. 블록버스터의 계절을 나름의 방식으로 돌파한 영화답다.
베이시스트로 밴드 생활을 한 바 있는 아일랜드의 존 카니 감독은 이 흔한 줄거리의 영화에 은밀한 매력을 더하기 위한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뮤지컬영화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등의 광팬이었던 그는 자신을 매료시킨 그 영화들의 가장 큰 힘이 음악이었음을 기억했다. 음악을 영상과 함께 듣기 위해 습관처럼 그 영화들을 틀어놓곤 했다는 카니 감독은 자신의 가 “현대적인 뮤지컬영화”가 되길 바랐다. 자신이 아끼는 음반을 수시로 듣는 마음으로, 음악을 듣기 위해 멍하니 틀어놓을 수 있는 영화. 이른바 ‘비주얼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거리의 악사가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앨범을 만들고, 그의 음악적으로 교감하는 소녀는 이를 돕는다는 이야기의 곳곳에는 주인공들이 듣거나 부르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삽입되고, 각각의 음악은 인물의 일상을 보여주는 몽타주와 다음 시퀀스로 자연스럽게 영화를 진행시키는 에너지가 되어준다.
가 지닌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한 것은 풋풋한 매력을 소유한 비전문 배우들이다.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이 속했던 밴드 (The Frames)의 보컬 글렌 핸사드를 남자주인공으로 섭외한 뒤, 핸사드와 함께 솔로 앨범 작업에 참여했던 체코의 피아니스트 마케타 잉글로바를 여자주인공으로 끌어들였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파티장에서 이뤄진 우연한 합주로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음악이 지닌 마법같은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영화 속 모든 노래를 직접 작곡하고 불러 사실성을 더한 공로 못잖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보여준 음악적 교감의 광경이었다.
평범한 이야기 의 마지막은 너무 평범해서 특별하다. 헤어진 런던의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남자와 체코에 두고 온 별거 중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어린 딸이며 어머니 등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여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흔한 키스 한번 주고받지 않는다. 이와 함께 이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 ‘생활인’의 그것으로 손색이 없다. 소녀가 구사하는 체코어를 통해서, 영화 속 가장 중요한 대사를 모호하게 처리하는 카니 감독의 포석은 영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추와도 같다.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단추. 군더더기없이 날렵한 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처럼 나름의 기능과 필연성을 가진 장치들 덕분이다.
[넥스트플러스 36호] 글: 오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