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쿠로카와 키쇼가 설계했다는 미술관 내부 인테리어. 자연 채광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물결 모양의 넓은 창과 콘 모양의 기둥 위에 세워진 브라세리 폴 보큐즈가 추상화를 연상케한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정말 예술이다. 저 기둥을 빤히 쳐다보면서 저 사각형에 군데 군데 그림을 넣으면 어떨까했는데..그건 나만의 촌스러운 생각인가?ㅡㅡ
입구에 그의 얼굴 포스터를 세워두고, 그가 누구인지를 설명해놓았다.
레스토랑 정면에는 폴 보큐즈가 요리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여기 없지만, 왠지 생동감이 넘친다. 이런 분위기들이 손님으로 하여금 보큐즈 요리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침샘을 더욱 더 자극시키는 아뮤즈의 역할을 하는거 같다.
레스토랑 곳곳에 보큐즈의 얼굴로 도배를 해놨다.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 손님의 90프로가 여자이고, 그 중 절반 이상이 40대 이상이다. 이 사람들은 미술을 보러와서 밥을 먹는것일까? 아니면 폴 보큐즈의 요리를 먹으러 찾아온 것일까?
폴 보큐즈의 로고가 강렬하게 눈에 들어온다.
실버웨어는 일본의 LUCKY WOOD 것을 사용하고 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웨이터. 웨이터의 앞치마가 유난히도 탐난다.
냅킨에 단추 구멍이 있다. 물어보니 단추에 끼우라고 한거라는데 같이 간 형님이 귀엽게 착용해주셨다.
제대로 된 바게트빵.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바게트를 먹었다. 비스트로에서 주는 스타일인데
정말 이런 바게트가 그리웠다. 버터는 따로 차지를 해야한다. 그냥 먹는게 더 맛있어서 그냥 먹었다.
어느새 좌석을 가득 메운 손님들.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렇다.
점심 코스는 두가지가 있다. 18000엔과 2500엔.. 1800엔에는 요리 하나와 디저트가 있고, 2500엔에는 에피타이져와 메인, 디저트가 있다. 에피타이져는 수프까지 네가지의 초이스가 있고, 나머지는 모두 세가지이다.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세명이었는데 각각 하나씩 시켜서 총 9가지의 요리를 맛 볼수가 있었다.
Terrine de boeuf "a la Mode" en Gelee
콘소메 젤리로 굳힌 비프 테린이다. 고기와 젤리가 질기지 않고, 아주 부드러웠다. 콘소메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쫀득한 느낌까지... 이런 류의 테린 참 질리고 싫어했는데 제일 맛있었던
에피타이져...
클로즈 업. 당근이 들어있어서 식감도 좋고, 모양도 이뻤다. 고기와 당근의 싸이즈도 딱 적당해서 먹기가 좋았다.
Terrine de Canard Campagnarde
오리고기 테린이다. 오리고기를 지방과 함께 갈아서 피스타치오를 넣고 오븐에서 익힌 것인데
프랑스에서 자주 먹는 가정식의 테린이다. 예전에 프렌치 쉐프랑 같이 일할때 보면 이걸 만들고
나면 위에 기름막이 형성된다. 그걸 따라낼려고 하면 아주 난리를 쳤었다. 그게 이 테린 맛의 결정체라고 했었다. 그 기름이 굳으면서 테린의 테두리를 하얀 막으로 코팅시켜준다. 이것이 짭짤하면서도 맛있는 테린을 만들어준다.
하얀 기름으로 옷을 입힌 오리 테린. 약간 짭짤한것이 맛있었다. 프렌치 요리에서 에피타이져는 종종 간이 쎈것이 많은데 이런건 와인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아니면 빵에 싸서 먹어도 좋다.
이건 꼬니숑이라고 부르는 작은 오이 피클이다. 프랑스인들이 테린을 먹을때 주로 같이 먹는다.
바게트 빵에 오리 테린을 넣고, 이 피클을 하나 넣고 싸서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먹을수 있는 런치
샌드위치가 된다. 피클을 담아온 그릇이 참 이쁘다. 일본풍의 대나무 집게와 아기자기한 그릇이 이상하게도 잘 어울린다.
Salad du Marche aux Champignons Marines
프로슈토 햄을 곁들인 샐러드다. 신선한 샐러드와 짭짤한 햄, 그리고 드레싱이 참 맛있었다.
특히 이 토마토. 껍질 벗겨서 마리네이드 한거 같은데 새콤하면서도 짭잘한것이 참 좋았다.
Queues de Gambas Poelees, Risotto Americaine
메인 디쉬 중 가장 맛있었던 새우요리. 밑에 리조토가 깔려있고, 소스는 갑각류로 뽑은 진한 어메리칸 소스이다. 아주 클래식한 메뉴지만 새우와 리조토의 익힘 정도가 아주 좋았다. 쉬운 요리일수록 내공의 차이를 느끼기가 쉽다. 소스의 간이나 농도도 아주 좋았다.
자연 채광을 잘 받아서 리조토의 밥알 하나 하나가 반짝 반짝 빛나는것이 유난히도 맛있어 보인다. 새우가 그리 크진 않지만 육질이 탱탱한것이 아주 좋았다.
Fricassee de Cuisse de Poulet a l'Estragon
치킨 프리카세다. 프리카세는 주로 가금류를 크림으로 은근히 익혀내는 일종의 스튜 형식의 프랑스 요리다. 익혀내온 정도는 거의 삼계탕에 가까운 그래서 아주 부드럽다. 사실 이건 그냥 다른 요리에 비해서 밋밋한 요리였다. 독특한 향도 없었고, 그냥 잘 익은 닭요리였다.
Cote de Porc Rotie, Gratin a la Lyonnaise
로스트한 돼지고기와 리요네즈 소스를 곁들여 그라탕한 팬네. 브라세리라서 그런지 음식은 참 투박하다. 맛도 단순하지만 하나하나에 깊이가 있다. 이것 역시 정말 흔하게 먹는 프랑스 요리인데 예전에 이 메뉴에 매쉬 포테이토를 곁들여서 나갔다. 여기선 팬네를 곁들여줬는데 이 팬네가 정말 맛있었다.
이 쫀득하면서도 노릇노릇한 팬네. 이게 정말 맛있었다. 이런걸보고 주객전도라고 하던가...
음식 딜리버리는 흑인 두 명이 하고 있었다. 한명은 프랑스계인거 같고, 한 명은 동남아쪽인거 같다.
Creme Brulee Speciale "Paul Bocuse"
폴 보큐즈의 스페셜 크렘 브휠레. 크렘 브휠레의 맛에 있어서 중요한것은 설탕 막이다. 이게
너무 두꺼우면 치아에 달라붙고, 너무 얇으면 쉽게 녹아버린다. 적당한 두께로 덮어줬을때
커스타드가 한층 더 맛있게 느껴진다. 커스터드 층이 좀 얇긴했지만 바닐라향도 풍부하고,
설탕막도 좋았던 크렘브휠레.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 줬더라면 더 스페셜 했을텐데...
크렘 브휠레를 처음 뜰 때의 느낌은 밤새 내린 새하얀 눈길을 제일 처음 걷는 느낌이랄까...
바닐라빈이 파바박...
Fruits Rouges, Vacherin Leger et Creme Glacee a la Vanile
과일을 곁들인 바슈랭. 딱 꼬르동블루에서 나오는 스타일의 디저트이다. 바슈랭은 머랭으로 만든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를 말한다. 이 디저트에서는 저 아이스크림 밑에 깔린 동그란 과자 다쿠아즈가 정말 맛있었다.
다쿠아즈와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으면 정말 환상. 다쿠아즈를 부쉴때 나는 뽀도독(?) 소리가
상상이 가시는지...
기본기 충실한 크렘브휠레도 좋았지만, 이 디저트가 왠지 나에겐 더 끌렸다는...
베리류도 냉동이 아닌 후레쉬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올해인가, 작년부터 블루베리 후레쉬가 나왔지만 아직 비싼편인데 일본은 이런것들이 그다지 비싸지 않아서 참 좋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다는거.... 참 좋은 나라다.
Gaufres Grand-Mere
고프레?? 와플인거 같은데...불어를 잘몰라서... 대충 와플인거 같다. 세가지 소스가 같이 나오는데 초콜렛, 애플, 생크림이 나온다. 사과 꿀리 같은게 맛있었다. 와플은 그냥 확 와닿진 않았다. 일본 백화점에 가보니 요즘 와플을 롤처럼 말아서 속에 크림 같은걸 채워넣은 디저트가 나오던데..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와플과 애플꿀리, 생크림을 발라서 한 입~
그냥 so so...
정말 깨끗하게 비운 디저트 접시들.
이건 디저트 메뉴만 따로 찍어봤다. 바바오럼이랑 발로나 초콜렛 폰당... 먹어보고 싶다.
못 먹고 온게 후회스럽다는..ㅡㅜ
세 명이서 9가지 요리를 쉐어해서 먹고 나온 계산서. 8900엔. 정말 싸다. 우리가 갔던 다른 곳에 비하면 가격 대비 최고. 우리가 갈때 환율이 많이 떨어져서 840원대였으니... 우리돈으로 7만원이다. 일본에서 그것도 세계적인 보큐즈의 요리를 이 가격에 9가지를 먹었다는건 정말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영업 시간. 일본어를 잘 몰라서 설명하기가 어렵군.. 암튼 미술관 휴관일에 맞춰서 레스토랑도
같이 문을 닫는다. 그리고 점심은 전화 예약이 안된다. 그래서 11시 전에 가서 줄 서야한다. 늦게가면 오래 기다려야하니까 미리가서 인테리어도 구경하고, 미술 작품도 관람하시면 좋을 듯...
우리는 내려오는길에 살짝 관람했다.. 다음 일정 때문에...ㅡㅜ
밑에는 '보그' 라는 이름의 또 다른 카페가 있다. 여기도 분위기는 좋은데 폴 보큐즈가 워낙에 유명하니까... 사람들이 그쪽으로 다 몰린다.
정말 클래식하면서도 내공이 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레스토랑이 하루빨리 오픈했으면 좋겠다.
국내 첫 미슐랭 레스토랑인 삐에르 갸네흐가 내년에 롯데 호텔에 오픈한다.
갸네흐의 성공으로 또 다른 유명 쉐프의 레스토랑들도 하나 둘씩 건너왔으면
하는 바램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음식을 먼저 알리는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음식도 잘 변형시키면 얼마든지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가 있다고 본다.
또 우리에게는 외국에는 없는 몸에 좋은 음식과 식재료들이 엄청 많다.
그것을 잘 살려서 외국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발전시킨다면 외국 유명 쉐프들도
한국이라는 나라의 요리와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테크닉을 우리의 음식과 재료와 문화에 맞춰서 새로운 장르의
레스토랑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그게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그 때는 우리나라 레스토랑에도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줄을 서고, 몇 달전에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그런 레스토랑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