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해바라기]
[미스터소크라테스]와 더불어 오래전부터 보고싶었던 김래원
주연의 영화. 2007년 추석연휴가 되어서야 뒤늦게 보게 되었다.
스토리 라인은 역시나 단순했다. 문제아로 술과 싸움 밖에 모르던
주인공이 가석방되어 나와 가족과 함께 지내며 삶의 의미를 다시 느
끼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나, 세상은 다시 그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다시 차가운 저 밑바닥으로 끌고간다. 그래서 복수를 결심한다.
개과천선하고 착실히 살아보려던 주인공을 조직은 가만히 두지 않고,
이에 분노한 주인공의 복수는 잔혹하다. 하지만 그의 폭력은 미
화되고 살인은 용서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속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대리만족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전부였더라면, 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새엄마'로 부르던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의 찡- 한 느낌은, 반전도 아니거니와 영화의 큰 복선도
아닐지언데, 이 영화를 달라보이도록 만드는 그 어떤 역할을 수행
하고있다. 이 영화가 건달들이 등장인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먹
질과 칼부림마저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영화'라 불리는 이유
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주인공 김래원의 여동생으로 출연하는 인
물('허이재'다. '허이재의 재발견'이라 불릴만큼 이 영화에서의 극
중 역할은 허이재의 발랄하고 귀여운 그녀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
졌다.)과 정이 쌓여가는, 그리하여 가족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는 잔혹함과 비정한 뒷골목의 세계가 아니라 작은 행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영화는 출소 후 희망을 갖고 성실히 살아가려던 주인공
과 그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뒤, 그 것을 빼앗아버림으로써
주인공의 절망과 슬픔을 더욱 깊은 것으로 만들어낸다. '작은 행
복'을 빼앗긴 주인공은 절망에 빠져 슬퍼하다 스스로 복수를 위해
최후를 맞으나, 마지막에 남은 여동생의 라스트씬은 새드엔딩이지
만은 않은 나름대로의 희망적인 결말을 맺는다. 가족사진을 꺼내
바라보는 그 씬에선 나도 모르게 가족의 행복했던 순간이 오버랩
되는 것이다.
영화 [괴물]이 그러했듯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가족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는 정말로 멋져보였다.
사실 소재와 장르가 그리 중요하던가? 이 영화, 언제까지고 기억될
잔잔하고 애틋한 가족애를 그려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