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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情

장형준 |2007.09.27 21:57
조회 20 |추천 0

오후 네 시에 화순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밭에 가서 익은 고추도 따고 들깨도 털어야 합니다. 추석을 지내면서 어머니가 아프셔서 밭일이 밀려 있습니다. 삼일 째 몸이 좋지 않아 약을 드시면서 집에서 쉬고 계십니다.

집에 도착해보니 동네 아주머니 두 분이 와 계셨습니다. 말이 좋아 아주머니지 한 분은 육십 대 후반, 다른 한 분은 칠십이 넘으신 분입니다. 동네에서 어머니와 친하신 분들입니다. 어머니가 아파서 밭일을 못 하시고 걱정을 하니 함께 가서 일을 하시겠다고 저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참 고마웠습니다.

트럭을 타고 밭에 도착했습니다. 아버지와 아주머니 두 분은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고 저는 어제 베어 놓은 들깨를 털었습니다. 들깨는 아주 동그랗습니다. 한 아름씩 잡아서 나무가지로 터는데 이리 저리 뛰고 난리가 아닙니다. 들깨 향이 좋아서 그런지 노린재와 벌레등이 참 많이 붙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들깨를 털고 나서 다시 말린 다음에 털기 위해 가지런히 놓아두었습니다. 털어낸 들깨를 포대에 담아 놓고 저도 고추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아래 두룩부터 따기 시작해 저는 윗 두룩부터 시작했습니다. 끝물인데도 따 낼 고추가 많이 있더군요. 이 녀석들이 아프신 어머니의 관심을 끌고 밭을 잊지 못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고추를 거의 따낼 무렵 아주머니 두 분은 밭 아래에 있는 배추밭에 가서 배추를 솎아냈습니다.  다 따낸 고추를 트럭으로 옮기고 보니 배추 솎기를 끝낸 분들이 까맣게 꼬투리가 익은 녹두를 따시더군요.

계획했던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여섯 시가 넘어서고 있었고, 해는 서쪽 산으로 넘어가고 없었습니다. 흐린 날씨 탓에 빠르게 어둠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일하신 분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솎아 온 배추잎을 쌈장에 싸먹는 맛이 그만이었습니다.

아프신 어머니 때문이었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시골 이웃의 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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