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는 대쪽보다 곧은 자존심을 지녔다.
연기에 관한 한 그의 프라이드를 능가할 배우는 거의 없다.
물론 그는 겸양의 미덕과 인내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무려 14년 동안의 영화배우 생활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범수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황제처럼 당당하게 이 자리에 올랐다.
하찮은 단역에서 인상적인 조연을 거쳐
눈부신 스타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하게 성장해온 것이다.
이범수는 언제나 발전의 연속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와 단절된 별난 성과를 가늠할 수는 없다.
<정글쥬스> <몽정기> 역시 그에게는 아주 특별한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올해 이범수는 두 편의 영화에서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내 보였다.
<싱글즈>와 <오! 브라더스>에서의 연기는
남들이 쉽게 판단하기 힘든 폭 넓은 기량으로 다져진 것이다.
그는 거대한 사회 속 연기의 세계 속에서
다시 그 안에 담긴 자기 자신의 세계 속에서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겼고,
그 발걸음은 역으로 연기자로서의 완성과
대중과의 당당한 만남이라는 유토피아를 공략했다.
이범수는 자신의 뜨거운 열정이 관객의 환호와
행복하게 공명하는 뜻 깊은 순간을 만끽했다.
“나의 연기가 어떻게 세상을 울리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까”
라는 그의 고민과 자부심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이범수는 여전히 생각한다.
‘좋은 배우’에 대한 평단의 편견에 대해
“명랑한 것보다 침체돼 있는 것이, 화려한 것보다 담백한 것이,
밝은 것보다 어두운 것이 더 잘하는 연기인가”라고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