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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그여자) 딱네글자 "잘 지내죠?"

박찬미 |2007.10.02 09:21
조회 140 |추천 6


그남자..



휴대전화를 열어서


조심조심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냅니다.


"잘 지내죠?"



메시지를 보내려고 결심한 지


십 분이 지나서야 겨우 완성한 말입니다.


딱 네 글자


" 잘.지.내.죠?"



한 참이 지나서야 도착한 답 메시지


"예.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죠?"


그리고 웃고 있는 이모티콘 하나.



그 눈 웃음 하나에 나는 용기 백배,


그녀에게 감히 전화를 걸어 봅니다.



"잘 지내시죠? 별일 없구요?


아..예에..별일 없었구나.. 예.. 뭐.. 저도 잘 지냈어요..


예..그럼 예.. 잘 지내세요..예..예.."



전화를 끊고 나면,


난 무슨 대단한 고백이라도 한 사람처럼


숨이 턱까지 차 올라 있습니다.


거기다 거울을 보면.


꼭 한 시간 동안 물구나무선 사람처럼


얼굴엔 피가 다 몰려 있죠.



밀려드는 약간의 허탈함을 뒤로 하고


난 일단 이 터질 듯한 심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침대에 누워 생각합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내일은, 내일은 밥 먹었냐는 말도 꼭 해 봐야지."



아우, 얼굴이 왜 이렇게 터질 것 같지?




그여자..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게는


옷을 말하는 단어가 단 하나밖에 없다죠


바지도 티셔츠도 외투도 속옷도 양말까지도


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단어로 부른대요.



문득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와


내가 보낸 메세지를 생각해 보니까


어쩜 우리 두 사람도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단 생각이 들었었어요.



보고 싶던 마음과 반가움


연락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던 미안함


너무 오랜만이라는 원망



또 어떻게 지냈는지.


햇볕 드는 버스 정류장엔


벌써 벚꽃이 피어난 걸 아는지..



우린 그 모든 마음을 이 한마디로 표현 하니까요..



" 잘 지내죠?"



아직은 단어가 가난한 셋상에 살고 있는


우리 두 사람.



하지만 자주 만날수록, 자주 통화할수록


단어의 수는 점점 늘어나겠죠?


언젠가는


보고싶단 말도


지금 당장 만나자는 말도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우리 세상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겠죠?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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