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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아... 마산으로 가거라!

정백현 |2007.10.03 12:29
조회 135 |추천 0


재계 24위이자 업계 2위의 조선업 회사인 STX그룹이

자금난에 빠진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의 해묵은 문제로 남아왔던

"현대 문제" 가 비로소 해결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 분명한 셈이다.

 

기껏 배 만드는 회사가 얼마나 부자냐고 할만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STX라는 기업 자체가 인지도가 높지 않고

다른 구단처럼 소비재 물건을 파는 회사도 아니고...

더구나 재계 순위에서도 다른 구단처럼 10대 재벌 안에 들지 못해

프로야구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가 의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역선으로 쓰이는 컨테이너 선박은 한 척당 약 5백억원 이상,

LNG 운반선은 한 척당 최고 2천억원을 호가하는 정도이고,

게다가 우리나라가 조선업에 있어서 부동의 세계 1위라는 점과

최근 10년간 조선업계가 불황을 모르는 판국이라는 것을 보면

(세계 조선업계 랭킹에서 1위부터 7위까지가 모두 한국 회사다.)

조선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장사이고,

STX도 무시 못 할 규모의 대기업이라고 봐도

크게 오류는 아닌 듯 보여진다.

 

STX는 쌍용중공업의 후신으로, 경남지역에 본거지를 둔

국내 2위, 세계 6위의 조선업체이다. (업계 1위는 현대중공업)

 

어디가 되었건간에 현대는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연초 농협의 인수 보류 해프닝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그들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제는 치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어떤 기업이 유니콘스를 인수하건 대환영이다.

정말이지 때려밟아찢어구워삶아죽여도 모자랄만큼

두고두고 잘되는 꼴 못 볼만큼 미워했던 그들이지만,

한때는 정말 제2의 신앙처럼 받들어 모셨던 옛 연인이기에...

그래서 더 애증이 교차하는 팀이라 잘되기를 바랄 뿐이다.

 

프로야구의 대승적 발전 차원에서 어서 빨리 인수되어야 하는데...

역시나 문제는 연고지이다.

 

연초에 인수 해프닝을 벌였던 농협은

애초부터 새로운 연고지로 서울을 원했다.

하지만, STX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가 보는 새 팀의 최적 연고지는 바로 경남 마산이다.

야구 열기가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정도로 높은 도시이고,

또 규모 면에서도 지방 소재 야구장 치고는

꽤 큰 규모의 마산야구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나 부수 시설은 고쳐야할 문제지만...)

 

"왜 마산인가?" 하는 문제는 다음의 얘기를 보면

무릎을 탁 치면서 알게 될 것이다.

신생팀의 연고지,

왜 마산이어야 하는가?

 

▶ 서울은 포화상태다.

 

인구 1천만의 서울은 프로야구 각 구단이 군침을 흘리는

그야말로 최고의 금싸라기 블루칩 시장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도시이자 수도라는 장점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번듯한 야구장 중의 한 곳인 잠실구장,

그리고 높은 스포츠 열기와 선수 수급의 용이함 등

온갖 장점은 다 갖고 있는 곳이 서울이다.

 

그래서 현대가 2000년 인천을 버리고 서울을 택했고,

삼성도 한때 서울 연고 이전설이 나돌았던 이유도 저 때문이며,

축구에서 FC서울(당시 안양)과 부산아이파크가

서울 연고 이전을 실행하거나 검토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울은 이미 꽉 찼다.

선수 수급은 넘쳐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프로야구판의 시장은 LG와 두산이 선점하고 있다.

사이좋게(?) 양분하고 있는 서울에 제3구단이 들어온다면

그것이야말로 포화상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과거 1990년대 초반 프로축구 서울 연고팀이 3개이던 시절

(일화(現 성남), 유공(現 제주), 럭키금성(現 서울) 등 3개 팀이

서울을 연고로 하던 시절이 있었다.)

프로축구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세 팀을 몽땅

천안, 부천, 안양 등 서울 밖으로 내쫓았던 전례를 감안할 때

서울에 3개의 야구팀이 들어선다는 것은 넌센스다.

 

또, 무엇보다 기존 서울팀인 LG와 두산이 찬성할 리가 없다는 것도

서울 제3구단의 창단을 가로막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권 말기이긴 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주된 모토 중 하나가

바로 "지역 분권화 사회" 의 실현이다.

쉽게 말하자면 서울에 집중된 기능들을 지방으로 보내는 것이다.

현재 충남 계룡시 주변에 건설 중인 행정도시 "세종시" 와

각 지방별로 착공됐거나 계획 중인 혁신도시가 그 예다.

 

정권의 유지를 받들어서라도...

서울에 야구팀이 더 들어오는 것을 어불성설이다.

 

▶ 수도권에는 더이상 경기장이 없다.

 

야구를 하려면 야구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에는 프로야구를 할만한 야구장이 없다.

잠실구장은 이미 LG와 두산이 1년 내내 쉬지 않고 쓰고 있고,

현대가 2000년 서울 연고 선택 당시 홈구장으로 쓰려고 했던

목동구장은 그 구조 자체가 프로경기에 맞지 않고,

"야구의 메카" 동대문구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 외에는 서울에 정식경기용 야구장이 없다.

 

동대문구장이 철거된 후 대체구장으로 사용되는

고척동 하프 돔 구장은 아마야구 전용으로 쓰여질 예정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2010년 완공 예정이고, 아직 착공도 못했다.

고척동 돔 구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양천구 신월동과 성동구 구의동에 간이 야구장을 만든다고 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아마야구 전용이고,

관중석의 규모도 매우 적은 간이 야구장일 뿐이다.

 

그렇다면 서울 바깥의 사정은 어떤가?

많은 야구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안산 돔 구장" 은

아직 첫 삽을 뜨기는 커녕, 설계 도안도 채 나오지 못했고,

계획만 나온 상태다.

 

성남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돔 구장 사업은

사업 추진 현실성이 의문이다.

설계와 구체적인 건설 계획이 나오긴 했지만,

이 돔 구장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돔 구장이 공사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3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대체 홈구장에서 어정쩡한 홈경기를 치러야 한다.

 

대체 홈구장에서 어정쩡한 홈경기라...

수원에서 현대가 8년동안 수원시민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아온 것은

바로 수원이 현대의 대체 연고지, 임시 연고지였기 때문이다.

그 시련을 주인이 바뀌고 나서도 맞아야 되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수원은...

엄연히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이지, 남 빌려주는 전셋집이 아니다.

 

▶ STX는 경남 연고의 기업이다

 

프로야구의 창설 초창기 팀별 연고지의 기준은

"모기업 총수의 출신지 또는 기업의 탄생지 또는 현재 본거지" 다.

 

지금의 삼성그룹과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대구 경북지역이 삼성라이온즈의 연고지가 된 것은

이병철 창업주의 출신지가 경북 의성군이었던 점,

그리고 삼성의 모체인 "삼성상회" 가 대구에서 개업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원칙은 적용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공장이 광주에 있는 것과

롯데그룹의 제2근거지가 부산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STX는

경남 창원과 진해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전형적인 경상남도 향토 기업이다.

 

경남 연고 기업이 경남지역에 스포츠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리와도 같다.

특히나, 현재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민구단 경남 FC의 최대 스폰서가 다름 아닌 STX라는 점에서

경남 연고 야구팀의 창단은 더욱 당연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 마산은 야구도시다

 

2004년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야구의 낙원 - 마산구장" 이야기는

많은 야구팬들에게 박진감과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마산은 아직도 롯데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꽤 많은 시민들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마산구장의 낙후한 시설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되고 있지만,

신생팀과 마산시가 서로 신경을 써서, 조금씩 고쳐 나가면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준수한 경기장이 될 것이다.

비가 오면 진흙탕으로 돌변하는 그라운드가 문제일 뿐이지,

관중석과 전광판은 최근에 모두 교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과거부터 마산고, 마산상고(現 마산 용마고) 등

마산 출신의 많은 야구스타들이 프로야구에 등장했다.

MBC에서 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허구연 해설위원을 비롯해

프로 초창기 롯데의 중심타자였던 박용성,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도루왕인 현대 전준호,

삼성 김창희와 신명철, SK 채종범(현재 군복무 중) 등이

대표적인 마산 출신 야구스타에 속한다.

 

이웃 도시인 창원은 프로농구 창원 LG세이커스 덕분에

LG 홈경기마다 창원체육관이 들썩들썩거려

대표적인 신흥 농구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산만은 유독 다르다.

이웃 창원에 농구팀 창원 LG도 있고 경남 FC도 있겠지만...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전통적인 야구도시로 명망이 높아왔다.

 

야구단은 야구도시에서 성장해야 사랑을 받는다.

엉뚱한 곳에 있으면 인정을 못 받는다.

코드가 맞아야 되는 법이다.

 

지금 현대가 자리를 임시로 잡고 있는 수원과

한때 현대가 연고지 이전을 고려했던 울산은

대표적인 축구도시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부산아이파크의 연고지인 부산과

대구 FC의 연고지인 대구, 상무의 연고지인 광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야구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현대유니콘스가 수원에서 흥행에 실패했고

부산, 대구, 광주 축구단도 인기몰이에 실패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명망있는 야구도시에 가서 날개를 펼쳐야 잘 되는 법이다.

다시 말하지만, 코드가 맞아야 잘 되는 법이다.

 

▶ 롯데와 경쟁구도를 이뤄야 한다

 

경남지역도 서울 못지 않은 블루칩 시장이다.

무엇보다 야구 자체를 너무도 사랑하는 그들의 정서 상

새로운 야구단의 창단은 분명 득이 될 곳이다.

 

현재 부산 경남지역의 연고팀이 롯데자이언츠는

25년째 부산과 경남지역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점해왔다.

그 덕에 사직구장에 만원 관중이 자주 운집하는 것이고,

마산구장에도 우렁찬 함성이 울려퍼지는 것이다.

 

LG와 두산이 으르렁거리며 양분하고 있는 서울처럼

롯데와 신생팀이 경남지역에서 경쟁 구도를 벌이면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잡히게 되고,

자연히 성적으로나, 마케팅으로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선의의 라이벌로서 치열한 경쟁은 곧 성적 상승으로 반영된다.

서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순리.

 

7년째 가을 잔치 진출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짠돌이" 롯데의 각성을 위해서라도,

특히나 기존 연고팀인 롯데의 각성을 촉구하며

신생팀의 마산 연고를 환영하는 롯데 팬들의 여론을 봐서라도...

마산 연고지는 합당한 곳이다.

 

▶ 제대로 된 지역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4개 종목의 프로스포츠 중에서

각 팀의 연고지명을 구단 공식 명칭에 붙이지 않는 스포츠는

4개 종목 중에서 오직 야구 뿐이다.

 

SK와 롯데 등 일부 구단이 구단의 응원 구호나

엠블럼에 연고지역의 지명을 넣는 경우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연고지명을 구단 명칭에 넣은 곳은 없다.

 

신생팀이 지금의 현대처럼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제대로 된 연고지에 정착하게 되면

프로야구 각 구단이 공식적으로 지역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때처럼 유니폼에 연고지명을 붙일 수 있고,

전광판에 게재하는 팀명에도 현재의 기업 이름이 아닌

각 지역의 이름으로 쓸 수 있다.

현재 프로농구와 프로축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스러운 지역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는

신생팀의 연고지 정착이 필요하다.

그 연고지의 최적지가 바로 마산이라는 것이다.

마산은 신생팀의 연고지로 분명 끌리는 곳이다.

주 연고지인 마산 외에도 인근 창원과 진해,

나아가 경남지역 전역을 아우르게 되면

명실상부 인기구단으로 변신할 수 있다.

 

부디 현대유니콘스가 STX로 잘 팔려가서

제대로 된 연고지에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연고지가 마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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