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져서
여름옷을 찾던 중, 아직 치우지 못한
당신이 내게 준 흰색 민소매티가 보이네요.
스물다섯살 생일에,
잘 어울린다며 사주었던
그 티를 보자, 절절한 마음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네요.
당신이 주었던 그 티는
아직도 내 옷장에 가지런히 개어져 있는데
당신은 이제 내 옆에 있질 않네요.
잘 어울린다고 말해 줄 당신도,
땀냄새가 싫지도 않은지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던 당신도,
기억속에서 사진속에서 밖에
볼 수가 없네요.
예쁜 고양이를 안고
앞니가 빠진채
팬티 보이는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해맑게 웃는 5살 무렵의 당신 사진은
아직도 당신이 준
지갑 한켠에서 웃고 있네요.
헤어지고 한번도 입지 않아서
새것처럼 깨끗하네요.
"사람은 오랠수록 좋고 옷은 새 것 일수록 좋다"
하지만, 옷장 가득 놓여진 새옷보다
당신이 주었던 헌 민소매티가 전 더욱 좋습니다.
가슴 아파서 더 이상 입을 순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당시 당신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비록 지금은 당신이 곁에 없지만
미소 지어지는 그 기억 하나로
사람도 옛 사람인 당신이 좋습니다..
질리지도 않는지,
더 예쁘고 비싼 귀걸이들보다
내가 사준 싸구려 귀걸이를
항상 하고 다녔던 당신 생각에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 많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져 오네요.
만일 내세(來世)가 존재한다면,
다음 세상에서 당신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 태어나
당신께 받았던 갚지 못할 그 사랑을
다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그 때엔 지금처럼
가슴 아프지 않고
헤어지지 않고
언제나 당신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