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만난 그녀에게 잘보이고 싶어 시작한 버릇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종각 삼성증권 앞 횡단보도에서
나란히 서있던 우리에게 한 아줌마가 모금함을 들고 왔다.
난 최대한 멋지게 보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지갑에서 천원을 꺼내고
이런건 늘상하는 일이라는 듯 그녀와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넣었다.
물론 그녀와 헤어진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그녀는 내 그 행동에 많은 감명을 받은듯 했고
주위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하기까지 했다.
그 후 난 더욱 아무렇지 않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기 위해
돈이 있을 땐 가급적 불쌍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다.
선행은 주위의 호감을 사는 가장 간단하고도 기본적인 방법이다.
내가 모금을 하는걸 지켜보는 사람이
적어도 내게 악감정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건 당연지사
그런 행동을 반복하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나에 대한 관심과 호감은 환영할 일이지만
주변의 시선을 받는것을 부끄러워하는 나에겐
지하철에서 아무렇지 않게 돈을 주고
그 순간 물끄러미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끔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가급적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에만 돈을 준다.
버릇이란 참 무서운 것이어서
선행을 반복하다보니 그럴때의 마음가짐도 점점 부드러워져갔다.
사실 그런 행동을 하고 나면
뿌듯함과 당당함, 그리고 가슴이 푸근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것에 나만의 철학을 갖게 되었고
기회가 있을때 주위에 이렇게 말을 한다.
"돈주는거 아까울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이 한심해 보일수도 있어.
당연한거야. 하지만 사실 그런게 문제가 되진 않아.
대상이 누구냐, 그 사람들이 그 돈을 어디다 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떳떳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게 중요한거야.
난 선행을 했고, 그로 인해 행복함이란 보답을 받았어"
요즘은 그런 행동에 규칙을 갖게 되었다.
1.천원은 과하다.
2.기부횟수는 하루에 한번 이하로 제약한다.
3.주머니에 천원이하의 잔돈이 있을 경우 모두 기부한다.
4.사람의 시선이 많은 장소는 되도록 피한다.
5.아이들이 주위에 있을땐 선행을 배울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한다.
유비는 상산의 노인이, 자신을 왜 업은채로 두번이나 냇가를 왕복하는 수고를 했느냐고 묻자
선행을 행함에 있어 중도에 관두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나, 끝까지 행하게 되면 그 수고와 고마움은 두배가 된다고 했다.
그에 상산의 노인은, 덕의 진리를 알고 그걸 이용할줄 아는 무서운 놈이라고 유비에게 말하고
훗날 조자룡을 유비의 휘하에 들어가게까지 한다.
내 마인드는 유비의 그것과 다를바 없다.
점점 각박해져가는 세상에, 먼저 손을 내밀고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마음과 그것을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회사에가는 월요일 전철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장님 할머니에게 500원 기부해봄이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