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풀릴대로 풀린 눈, 그리고 창백한 피부색.
그의 마음은 이미 그를 떠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는 목표 없이 떠돌아다니는 괴물이다.
괴물이다
괴물
이
다
그는 타락하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태어났을때부터 이미 타락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온 것 자체가 저주다.
그에게는 한숨도 없다.
한숨은 이미 다 쉬었다.
이제 남은건 심장 뿐이다.
영혼 없는 심장.
더러운 피만 찍찍 내뱉는 더러운 심장.
이제 그는 땅속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다.
그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본질이 그런 것이다.
그런 것이다.
이제 그의 몸의 절반은 이미 땅의 것이 되어 버렸다.
아직도 풀린 눈, 창백한 피부.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일까...
이제 그의 눈만 밖에 나와 있다.
비로소 그는 멈췄다.
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려 했지만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감히 쳐다볼 수가 없었다.
어디가 잘났다고 하늘을 보는가.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땅속으로 스스로 들어갔다.
사라졌다.
이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만족했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 세상에서 조용히 벗어날 수 있어서 그는 행복했다.
생애에서 처음으로 행복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