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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칼날에만 베이는 건 아니다..

이세미나 |2007.10.08 19:28
조회 87 |추천 3


점심시간이 막 끝난 오후 1시,

여자는 이 시간의 대형서점을 좋아한다.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식자를 마치고

들른 직장인들의 유쾌한얘기 소리.

여자는 이런 것들이 사람이 만드는 듣기 좋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여자 옆의 남자는 이런 소리가 귀찮은

소음처럼 느껴진다. 성의 없이 책 몇 권을

골라내는 남자를 곁눈질하다가 여자는

책장에 손가락을 베인다.

 

여자_ 아 !

남자_ 괜찮아 ?

 

여자의 손가락에 붉은 실처럼 종이에 벤 흔적이 돋아난다 .

살짝 깨물자 피가 묻어나온다 .

 

남자_ 나가자 ! 그러게 내가 서점 재미없다고 했잖아.

   괜히 고집은 부려가지고…

   앞으론 그냥 내 말 들어 .

여자_ 그냥 괜찮냐고만 물어봐주면 안돼 ?

      꼭 다친 사람을 그렇게 몰아붙여야 돼?

남자_ 어서 나가자니까 ! 예민하게 굴지 마.

여자_ 꼭 칼날에만 베이는 게 아냐.

이렇게 얇은 종이에도 베이고 상처가 나는 게 사랑이야.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건 상관없어,

     귀 닫고 마음 닫으면 되니까.

     하지만 너한테만은 그렇게 안돼.

     네가 던지는 무심한 눈빛 하나에도 눈물이 나고

     네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 웃음이 나는걸 .

 

 

사랑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만 보인다

 

사랑을 하면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만 보인다.

복잡한 거리에서도 뒷모습만으로도 그를 찾아내고,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만으로 그인지 맞춰내며,

뒤에서 눈을 가리며 안아오는 두손의 감촉만으로도

그 라고 확신한다. 사랑을 하면 그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

다른 세상을 알게 된다 . 그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앤티크 가구 상점가와 청음기가 설치된 음반 가게.

 줄무늬 노트와 색색의 필기구가 있는 화방 앞에

발길을 멈춘다. 단지 그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세계는 내 세계를 제치고 중심에 선다 .

 사랑을 하면 부끄러움이 없어진다 .

커플티를 맞춰 입고 커플링을 낀 손을 맞잡고거리를 활보하고,

유치하게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대로변에서 사랑한다고 외치는 치기에 감동받고,

지하철 안에서 대답하게 키스하면서도 아무렇지 않다.

사랑을 하면 오로지 두 사람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세상을 대하는 눈은 냉정하지만

      사랑을 대하는 눈은 따뜻해진다 ..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세상의 조롱과 비난 따위는

단칼에 날려 버리는 당당함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 가장 큰 슬픔과도 맞서 싸울

준비가 된 전사지만 ,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방비한

선인이 된다 . 무성한 뜬소문에도 무신경하던 사람이

애인의 입 앞에서는 신경과민증 환자가 되어버린다.

 엠티 때문에 주말을 같이 못 보내 미안한 마음에 ' 잘지내? '

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 응 !!! ' 이라는 답신이 온다.

나 없이도 잘 지낸다는 뜻일까,

어떻게 나 없이 잘 지낼 수 있지,

자기 걱정하지말고 재미있게 보내고 오라는 뜻일까,

느낌표 세개를 찍을만큼 너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일까,

이렇게 잠시 떨어진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라면

이별을 해도 아무렇지 않을지도 몰라‥ '응'이라는 한글자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식당에서 자기 앞에만

수저를 놓거나, 자기 컵에만 물을 떠오는 작은 행위에도 성큼

이별이 온 건 아닐까 겁을 먹기도 하고, 미니홈피에 새로 깐

이별 노래에 혹시 헤어지자는 암시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본다.

 

지옥은 천국의 반대편이 아니라

애인이 약속을 취소한 토요일 오후에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렇게 애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행동 하나에도 상처투성이가 되는 민감성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밝은 귀와 예민한 눈과 연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얇은 나뭇잎에도 손이 베이고

넘기는 책장에 살점이 떨어져나가듯, 그의 작은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되고 이별을 부르기도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지옥은 천국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 .

그가 약속을 취소한 토요일 오후에도,

바뀐 헤어스타일을 못 알아보는 무심함에도,

생각없이 던진말 속에도 지옥은 존재한다.

 

작은 상처가 더 쉽게 이별을 부른다 ..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작은 것들은 가슴에 쌓인다.

피곤하니 일찍 집에 들어가 쉬고 싶다는 말,

약속시간에 10분씩 늦는 습관, 스타일보다 브랜드에

집착하는 모습, 영어학원에 등록한 지 사흘만에

포기하는 약한의지 때문에 받는 작은 실망과 상처들은

아물지 않고 언젠가는 곪아 터진다.

 한 개의 큰 상처보다 여러 개의 작은 상처가

더 쉽게 이별을부른다.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크게 다툰 것도 아닌데, 왜 그의마음이 변한 것일까?

이별을 먼저 말한 그의 가슴은 오랫동안 고름으로

가득 찬 상처로 부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中에서 >

글이 좋아서 ... 타이핑해서 옮겼습니다..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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