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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황일성 |2007.10.10 23:09
조회 103 |추천 1


며칠 전, 할머니가 죽었다. 깜짝놀랐다.

확실하게 존재하였던 가족이란 것이,

세월을 두고 한 명 두 명 줄어들어, 지금은 나 혼자라 생각하니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보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태어나고 자란 방에 나 혼자 있다니, 놀랍다. 무슨 SF같다. 우주의 어둠이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한 사흘은 멍하고 지냈다.

눈물도 마른 포화 상태의 슬픔이 흔히 동반하는 나른한 잠의 꼬리에, 조용한 부엌에 요를 깔았다.

라이너스처럼 담요를 둘둘말고 잠든다.
위~잉, 냉장고 소리가 내 고독한 사고를 지켜주었다.
그곳에서는, 그럭저럭 평온하게 긴 밤이 가고, 아침이 와주었다.

다만 별 아래서 잠들고 싶었다.
아침 햇살에 눈뜨고 싶었다.
그 외의 모든 것에는 그저 담담했다.

 

-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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