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파커의 를 보며 심각하게 두 눈을 부릅뜨며 시퀀스와 앵글에 대해 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렇다면- 뭐 말리지는 않겠다). 는 트레이 파커 감독이 좋게 이야기하자면 ‘되는 대로’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이 애니메이션 속에는 한 사람이 분출할 수 있는 수만 가지 코미디가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귀여운 꼬마 아이들이 나온다고 해서 를 EBS 교육만화쯤으로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는 베트남 참전부터 시작해서 물밑에서 캐나다를 조롱하는 미국을 맹렬한 속도로 비판하는 것도 모자라, 25세 관람불가정도 되는 장면들을 친절하게(?) 연출해주는 바람직한 성인 애니메이션이다. 골 때리는 핵폭탄 급 애니메이션의 풍자는 아무도 따라갈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 가 일찌감치 꼬리를 내린 애니메이션이 딱 하나 있다. 그 이름은 너무도 유명한 폭스(FOX)사의 거물, .
2007년 9월, 19번째 시즌을 맞이해서 방영을 기다리고 있는 은 1989년 첫 방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떨어지지 않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장수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달 드디어 영화로서 극장에 걸리게 된 명성의 역사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자는 것은 쓸데없이 머리를 굴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모하다. 가 개봉한지 4주차에 들어가는 지금. 아마도 노란색 괴상망측한 가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전 시즌을 틀어놓고 밤을 새우는 분도 계시리라. 그러니까 제작의 역사에 대해서는 지루한건 딱 질색인 ‘호머 심슨식’으로, 각자 알아서 공부하기로 하자.
이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 나라들에서 크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조롱하기’. 영미권에서야 열심히 무너지는 미국을 바라보는 게 흥미로울 거라고 동조하지만 미국에서도 그게 해당 하냐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도 늘 사회와 언론비판에 여념이 없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신문을 본다. 자신이 속한 국가가 풍자의 대상으로 쓰여 지는 걸 보는 재미는 위와 같은 이치다. 배를 통통 두들기며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도넛과 햄버거, 스파게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자랑스러운 한 가정의 가장 호머 심슨. 포도가 대 여섯 송이쯤 열릴 것 같은 머리를 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매진하는 마지 심슨. 그리고 장난수준이 상상을 초월하는 바트와 심슨가에서 가장 이성적인 두뇌의 소유자 리사. 그다지 비중은 없지만 한번 일을 냈다하면 손 쓸 재간이 없게 만드는 막내 메기까지 의 ‘심슨들’은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모습이다. 그리고 심슨 가족의 거주지 ‘스프링필드’의 주민들은 한 술 더 떠 물 흐르는 대로 생활하는 이기주의적인 면모까지 보여준다. 을 보고 있으면 현실의 미국을 빼어 고대로 박아놓은 ‘작은 미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미국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도 의 손을 피해갈 수는 없다. 실로 18개의 시즌 중 98% 이상의 이야기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이 왕래했고, 미 대통령 조지 부시를 ‘물 먹인’ 사건은 유명한 에피소드이며 세계정세에 맞게 심슨가도 빠르게 흘러간다. 스프링필드에 사는 이상한 발음의 소유자들은 다른 나라의 영어권 국민들에 대한 배려심 넘치는 풍자다. 아무리 위대한(설령 그것이 스티븐 호킹이라고 하더라도-18번째 시즌 20번째 에피소드) 인물이라고 해도 일단 스프링필드에 떨어지면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모든 스타들이 ‘심슨’화 되어가는 것은 배꼽 잡고 웃을 일이지만, 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실제로 몇몇 스타들은 자신의 목소리와 캐릭터를 흔쾌히 에 허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이클 잭슨이며, 그는 의 4번째 시즌에 직접 출연해 애호가들을 즐겁게 했다(물론 그 이후도 그는 스프링필드의 도마 위에서 풀려나는 협상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에서 보여준 패러디들은 하루를 꼬박 걸려 토해내도 모자랄 정도로 방대하다. 그리고 그 패러디들의 급류에 한국도 빼놓을 수 없다. 의 하청 작업 대부분이 한국에서 이뤄지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은 한국도 빼놓지 않고 방송에 싣는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4번째 에피소드에서 올림픽 경기 방영을 하며 ‘김 환’이라는 이름의 한국 선수가 불굴의 의지로 착지를 성공하는 모습이 나온다. 8번째 시즌에서는 혼다와 현대 자동차에 대한 언급이 있고, 2006년 17번째 시즌에는 시대에 걸맞게 위풍당당한 김정일의 모습도 보여주어 폭소 아닌 폭소를 자아냈다. 이밖에 ‘바보’, ‘젠장’, ‘안돼’등의 한국어 등장과 함께 에피소드 전체를 한국인을 주로 그려 내어주기도 하고, 한국의 조폭과 태권도, 그리고 극성 영어공부에 대한 풍자도 잊지 않는다. 의 전 에피소드를 훑어보면 한국이 얼마나 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화가 되어 나온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열 올리며 키보드를 집어 던지지는 마시길. 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풍자당하지 않은 나라 중에 한국이 있다는 사실은 즐거워해야 할 일이다.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영국에 대한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는 것과 비교한다면 말이다.
최근의 도 만만치 않은 패러디의 길을 걷고 있다. 18번째 시즌 중 17번째의 에피소드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즐겨하는 게임은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다. 얼마 전 특집을 맞아 동 시즌의 21번째 이야기에서는 정상급 미국드라마 의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와 클로이(메리 린 라즈스쿠브)가 직접 출연해 배꼽 잡는 웃음을 선사한다. 를 ‘24분’으로 바꿔버린 이 이야기는 정말 웃지 않고는 보기 힘든 에피소드로, 아직도 의 체력은 바닥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래 전부터 필자를 포함한 폐인들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아직 폭스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영원한 문제. 그것은 호머 심슨과 우리의 존 맥클레인 브루스 윌리스가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 혹자들은 이 음모론에 맞춰 도넛은 기본이요 먹다버린 핫도그와 콘 옥수수, 그리고 반지와 목걸이 등 심슨이 먹었던 모든 것들을 섭취하며 매일 거울을 본다고 한다. 늙지 않는 멋진 경관님을 꿈꾸는 남성들이여,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 아닐까?
은 어떤 에피소드에서 시작해도 문제가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의 오랜 팬으로 몇 가지 ‘죽이는’ 에피소드를 더욱 소개하고 싶지만, 나름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칸을 비워둔다. 진정한 미국식 콩가루 집안을 엿보고 싶은가? 끌리면 오라! 근데 저어기 식탁에 놔둔 먹다 남은 도넛 한 조각도 좀 들고 와주면 고맙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