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에서 이미 블루칩이 되어버린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중국어 학습 열기도 지금처럼 뜨거울 수 없는 가운데, 중국어를 정복하기 위한 한국 젊은이들의 중국유학은 끊이지 않고 있다. 끊이기는 커녕 오히려 해가 지날수록 두세자리의 증가율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가지리라 기대를 하고 오는 유학생들이 늘지만 이러한 유학생들을 벙어리로 만다는 몇가지 방해꾼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쉽지만 유학생들은 모르는 듯 싶다.
우선, 한국인이 너무나 몰려있다는 점이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탠다면 북경에서 공부하면서 중국인보다 더 많이 보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13억 인구보다도 많은 한국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하지만 북경내 이곳, 우다코에 온다면 아마 본인의 주장이 이해가 가리라 생각된다.
이전엔 저녁이 되어서야 북경대학교 옆에 위치한 한인촌 우다코 주변에 술 마시러 나오는 한국인들이 우다코전역을 점령했던 것이 전부였다. 저번 학기까지만해도 학교 안에서 한국어 소리를 가끔에야 들을 수 있었지만 이번 학기에는 유학을 하는 학생이 중국인인가 할 정도로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북경대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없는 편에 속한다. 우다코를 기점으로 북경대 반대쪽에는 HSK주최대학인 어언대학이 존재하는데 그곳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들은 정말로 셀수가 없을 정도로,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은 그런 이상하기까지 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처럼 많은 한국인이 전역에 있는 중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는 이 곳에서 중국어를 얼마나 많이 배울까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인이 늘어날 수록 중국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상권이 한국인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구지 중국어를 몰라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을 가지지 않게 되니 말이다. 몇 일전,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기로 하여 나 또한 손님맞이를 위한 여러가지를 알아 보아야 했다. 어떻게 알아보아야 전전긍긍했지만 예상외로 중국어를 쓸 기회는 젼혀 없었다.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에 모든 것이 나와 호텔부터 시작하여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기사가 달린 승용차 임대까지 한국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때문에 하루에도 매일 몇십마디 중국어로 떠들어대야 살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온 유학생들의 경우는 매일 실망에 휩싸여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중국 유학의 불리한 상황에 더하여 중국에서 한국인이 중국어를 잘 배우기에 어려운 점이 또 하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HSK, 공식적인 성적증명서란 위력이 정말로 대단한 것이다. 이유야 다들 다르겠지만 유창하게 한국어처럼 중국어를 쓰겠다는 포부를 들고 온 한국 유학생들이 점차 목을 매다는 것이 HSK성적이다. 워낙에 한국 사회에서 공식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중국어실력이 먼저가 아닌 HSK성적이 먼저인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처음에야 높은 토익성적에 한마디도 못하는 영어실력을 반성하며 중국행을 선택하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거부할 수 없는 힘없는 유학생들은 이 무서운 바람에 휩쓸려 너도나도 우선 HSK성적을 따고 말을 배우자는 식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다코에는 지구촌이라는 유명한 학원이 있다. 규모가 엄청나 북경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한번쯤 등록해봤을 정도라 말할 수 있다. 사실, 유창하게 말을 하려면 어느정도 문법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기있는 학원에서 그런한 순수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몇이나 있을까? 한국에도 충분히 많은 중국어학원이 있지만 학생들이 느끼기엔 중국으로 가서 공부하면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터득하리라 기대하고 오지만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그들은 쉽게 그리고 순식간에 그들의 순수했던 목표를 수정하곤 한다. 말하는 능력과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은, 한시간에 한마디조차 할 필요가 없는 HSK학원을 다니기 위해 그들은 중국으로 온 것이 아닐 것이다. 또한 자습실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책상에 머리를 박고 공부를 하려고 중국에 온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HSK를 보다 더 쉽게 딸 수 있는 학원의 장점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역으로 HSK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 남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학생의 경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오히려 더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보다 더 완벽한 중국어를 사용하려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 보면 이미 말할 기회를 놓치게 되 중국인과 눈빛만 교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또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되지 못한다. 중국에 와 벌써 두학기 째 공부를 하고 있지만 중국인과 긴대화를 나누기엔 너무나도 실력이 부족하기만 하다. 게다가 주어지 시간에 HSK성적을 따야하는 압박감에 이렇게 비판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 끼어 책상에 머리를 박고 공부를 하고 있다. 우다코에서 한국인들끼리만 노는 유학생들을 보며 비판하지만 내 룸메이트도 한국이며 매일 밥을 같이 먹는 친구들 모두가 한국인이다. 왜 중국에 왔나 싶지만 이게 현실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10년을 넘게 배워도 외국인과 "hello"한마디 하기 어려워하는 한국인들에게 최소한 중국어는 그렇게 배우지 말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