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공기업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구’
최용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 정책부장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에서 강력한 ‘공기업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10월9일 ‘다음 대통령, 취임 초 공기업 개혁을’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과 5면에 걸쳐 실었다. 보수언론에서는 공기업의 ‘경영평가 성과급’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이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이라고 한다. 심지어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영실적 평가가 나빠지거나 영업적자가 확대된 공기업에 성과급을 줄 수 없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현 정부도 이런 취지에서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줄세우기’ 경영평가 성과급 받기 싫어
그러나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경영평가 내용은 국민들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돈벌이를 잘했는가, 또 돈벌이를 위해 얼마나 구조조정을 잘 했는가가 그 기준이다. 예를 들어 2006년 기획예산처가 발행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경우 통행료 현실화(다시 말해 고속도로 요금인상)로 계량부문 순위가 2005년 14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고 투자기관 중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누가 더 국민의 주머니를 잘 털어 흑자를 낼 것인가 경쟁시키는 경영평가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경영평가를 바탕으로 기관마다 다르게 지급되는 성과급도 당연히 폐지되고 성과급 지급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기본급화 해야 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국민의 호주머니를 수탈하여 자기 배를 불리는 ‘세리’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값싸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공공노동자가 되고 싶다.
공기업 냉혹한 장사꾼 되라?
<중앙일보>는 부채와 정부 지원금, 인력이 많이 늘은 공기업들을 도표로 예시하며 공기업을 개혁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 지원금을 많이 받은 곳으로 지적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보면 암질환 등 중증질환과 병원 식대를 보험으로 지급하면서 정부지원금이 늘었다. 반면 인건비 등 관리재정 지원은 오히려 166억이 줄어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감소와 인원감축으로 고통 받고 있다. 결국 <중앙일보>의 논리는 국민들이 암에 걸려 고통 받든 말든 공기업은 돈벌이나 신경 쓰면 된다는 냉혹한 장사꾼의 논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채가 많이 늘어난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의 경우 부채가 늘어난 대표적 사례인데, 이는 가스 설비 및 신규투자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천연가스 도입 비용 증가액은 요금에 반영시키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장 손쉽게 부채비율을 줄이는 방법은 가스요금의 대폭인상뿐인데 결국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을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리는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과 환경관리공단이 부채가 많이 늘었다는 주장은 <중앙일보>가 공기업이 하는 역할을 도대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에너지관리공단과 환경관리공단은 정부의 사업을 위탁받아 재생에너지, 자원절약형 에너지 시설과 환경친화 시설들을 기업과 지자체 등에 설치하는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은행에서 저리로 자금을 융자해 기업과 지자체에 건설자금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업무를 진행한다. 즉 전문적인 중개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업과 지자체에 융자한 것이 모두 공단의 부채라니, 공기업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이 용감하기만 한 <중앙일보>가 놀라울 뿐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에너지관리공단 같은 공공분야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더 배우길 바란다.
<중앙일보>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인원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0배가 됐다며 ‘수익성에 신경 쓰지 않는 공기업들이 틈만 생기면 일을 벌이고 인력을 늘인다’고 개탄했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 보도는 오보였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인력은 같은 기간 동안 87명이 늘어 15%가량 늘어났을 뿐이다. 장애인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지원하며 직업 및 능력개발 훈련을 담당하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인원은 당연히 40배가 늘어났어야 하는 데 말이다. 이동하기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전국 대도시에 하나씩 15개 지사가 있을 뿐이다.
공기업 중 인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이 노동자1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인력이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인력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결국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들이 확대되는데 제대로 된 고용은 늘어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신이 내린 직장? 양극화시대 버팀목
그런데 보수언론은 ‘신이 내린 직장’ 공무원과 공기업 사원이 신랑 신붓감 선호 직업 1위라며 시샘과 질투를 선동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고용을 줄이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10월 10일 자 기사를 통해 대안은 민영화와 구조조정이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해결사’를 투입하라고 주문한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고 ‘사오정-사십오세가 정년’이라는 청년실업과 구조조정이 날뛰는 사회에서 의사나 변호사와 결혼할 가능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된 공공부문 일자리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2005년 정부 발표로도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19.1%로 OECD국가 중 공공부문의 규모가 작은 일본이나 미국의 3분의 2정도이고, 스웨덴 같은 나라와 비교하면 반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 전체의 복지와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늘어나야 한다. 공기업이야말로 사회양극화와 경제위기 시기에 국민들의 삶을 지탱하고 고용을 보장하고 확대하는 최후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낙하산 인사와 부정부패, 고위직들의 해외유람 여행 등 공기업의 문제점들도 존재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헌데 이 모든 문제 대부분은 정치권과 결탁한 고위 관료들이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보다 적극적으로 내부를 감시하는 기능이 강화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 자본 위한 집단이기주의
정부와 언론 그리고 사적자본은 노동조합이 공기업 개혁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집단이기주의자들이라고 호도한다. 공기업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막아내기 위해 지금까지 투쟁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적자본을 살찌우고 전체 국민들의 부담을 강화하는 사기업화(민영화)를 일정 정도 막아내기도 했다. 사기업화와 구조조정에 맞선 공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평범한 서민들과 노동자 전체와 함께하는 집단이기주의다. 반면 보수언론이 부추기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소수 자본만을 위한 집단이기주의다.
벌써부터 대규모 신도시, 남북경협, 공기업 지방 이전 같은 굵직한 사업에 사기업들은 군침을 흘리고 있다.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든 돈 되는 공기업은 사기업화하고 돈 안되는 공기업은 구조조정하기 위해 ‘해결사’를 투입해야 한다는 저들이야말로 진정한 집단이기주의자들이다.
<조선일보>는 대선후보들에게 영국의 수상이었던 ‘대처’가 돼라 주문하고 <매일경제>는 ‘차기 정부 출범시 최우선적 과제’라며 공공부문개혁을 대선공약에 담으라는 사설까지 썼다. 보수언론과 사기업들의 공기업 개혁 공세에 대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물론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대선후보들은 한목소리로 화답하고 나섰다. 공공운수연맹을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공익’을 위한 공기업 ‘개선’을 위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새 정부와 보수언론, 사적 자본이 한 패가 되어 공공서비스를 돈벌이로 전락시키고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나선다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