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지나간다 I, the Song, Walk Here
안미륵 엮음
19살 소년이 맑은 눈으로 고르고, 아름답게 번역한 인디언 노래와 잠언 모음
이 책을 엮은 안미륵(19)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메리카 인디언의 시와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
유아기 때 아버지 류시화 시인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인디언 추장들의 명연설문을 모은 책을 집필하고 있었는데, 연설문을 번역하면서 실제로 연설하듯이 그 모든 글들을 수십 차례씩 반복하여 소리 내어 읽었던 것. 자라나는 소년 안미륵의 주위에는 450여 종에 달하는 인디언 관련 서적이 있었고, 다양한 인디언 음악과 미술품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통해 아메리카 인디언의 삶과 역사, 생활과 지혜, 각종 시화와 우화, 노래와 미술품을 자주 접하며 자랐다. 이후에 그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책을 직접 꺼내 읽기 시작했는데, 인디언의 지혜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그들의 종교적인 심성, 침묵 속에서 경건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생활 태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직접 인디언 문화를 체험하고자 미국 여행에서 인디언들의 ‘파우와우 의식’에 참가해 그들과 함께 춤을 추며 교감을 나누기도 했고, 미국 유학 중에는 캘리포니아 부근의 인디언 보호구역과 유적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 책은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인연 속에서 성장한 소년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인디언들의 노래와 기도, 잠언과 축복의 글들을 모아 번역한 책이다.
아마도 그것들은 별들이 아니리라.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자신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우리에게 빛을 내려 보내는
천국의 입구이리라.
— 이누이트족의 전설
하늘의 별들을 천국의 입구에 비유한 아름다운 글로 시작하는 이 책, 의 의미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 이 세상을 여행하는 한 편의 노래와 같은 존재이고, 지금 이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특별한 노래(삶)를 들려주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엮은이 안미륵은 대입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다. 이제 막 세상으로의 뜀박질을 시작하려는 소년의 맑은 눈에 든 글들인 만큼 이 책에는 삶과 세상에 대한 발견과 세상을 보는 방식을 전하는 잠언들이 자주 눈에 띈다. 생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글, 삶을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되는 글, 모두의 삶에 축복을 구하는 글, 다른 이를 배려하는 글들은 장황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진정성과 순수성이 녹아 있어 감동을 준다.
모두 오래도록 간직해 두고 보아도 좋을 만큼 삶의 기준이 되어주는 글들이며, 아메리카 인디언의 글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원문도 함께 실었다. 또 인디언 그림과 문양, 벽화를 함께 싣고, 고서의 제본 방식을 따른 디자인을 도입하여 한층 멋을 살렸다.
내 앞의 아름다움, 내 뒤의 아름다움 내 안과 밖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아메리카 인디언들 그들이 세상에 주는 특별한 선물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 지혜의 목소리를 가진 현자, 대지를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한 자연주의자들로 일컬어진다. 그들은 또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속에서 ‘위대한 신비’를 찾아낼 줄 아는 종교인들이었다. 그들의 노래, 기도문, 축복의 시, 잠언들이 그것을 잘 말해 준다.
그들의 노래에는 희망이 담겨 있고, 그들의 잠언 속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들로부터 물려받은 힘이 깃들어 있으며, 시에서는 반짝이는 사랑이 느껴진다.
또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시와 노래와 기도는 자연과의 대화이고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며, 지혜를 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의 책은 가장 지혜로운 현자들에 의해 소중한 씨앗이 뿌려지고 어린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입술과, 호기심에 찬 눈동자 속에서 새롭게 되살아나는 살아 있는 책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자연의 교과서이며 삶의 교과서였다.
이 책에 실린 글들 또한 아메리카 인디언 자신들의 세계와 생명의 근원인 대지, 참다운 지혜와 가치관, 마음이 안내하는 소리를 전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인간의 가치관과 맞물리는 것으로 문명인임을 자랑하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정신세계에 일침을 가하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화살처럼 듣는 이의 가슴에 가 꽂히는 글들이다.
아름다움 안에서 걷기를.
하루 종일 걷기를.
다음 계절까지 걷기를.
꽃가루가 뿌려진 오솔길을 걷기를.
내 발 옆에 메뚜기들과 함께 걷기를.
내 발 옆에 이슬과 함께 걷기를.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를.
내 앞의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를.
내 뒤의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를.
내 위의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를.
내 아래의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를.
내 주위 모든 곳의 아름다움과 함께 걷기를.
늙어서도 아름다움의 오솔길을 기운차게 걷기를.
늙어서도 아름다움의 오솔길을 다시 살아서 걷기를.
아름다움 안에서 모든 것이 끝나기를.
아름다움 안에서 모든 것이 끝나기를.
— 나바호족의 기도(본문 53쪽)
나는 대지의 끝에 가 보았습니다.
나는 물의 끝에 가 보았습니다.
나는 하늘의 끝에 가 보았습니다.
나는 산들의 끝에 가 보았습니다.
나는 나의 친구가 아닌 것들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 나바호족 격언(본문 65쪽)
그대가 태어났을 때 그대는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그대가 죽어 위대한 영에게로 갔을 때
세상은 울고 그대는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라.
— 라코타족의 오래된 기도(본문 85쪽)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북인도 라다크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 책
인도 북부 고산지대의 작은 마을 라다크. 현대문명에서 벗어나 있지만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스스로의 삶에 만족할 줄 아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은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닮아 있다.
고3 수험생으로서 시간이 부족하지만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글을 선별하고 번역하여 책으로 엮은 데에는 엮은이의 라다크 아이들을 위한 정성스런 마음이 있었다. 그는 이 책이 북인도 라다크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데 작으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미륵은 어려서부터 가족과 함께 네팔, 인도 등지로 여행을 자주 했는데, 2006년 여름에는 더욱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인도 북부 고산지대 라다크 현지 학교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것. 그때 월 5만 원이면 라다크 학생 한 명의 학비와 생활비 모두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지인들과 함께 라다크 학생을 후원하는 자선단체 ‘델와www.delwa.org’를 만들어 11명을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 여름, 안미륵은 더 많은 라다크 아이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빚은 도자기 전시회을 열고,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도자기 전시회를 통해 얻는 수익금과 후원금, 그리고 이 책의 인세 전액을 라다크 아이들 후원금으로 쓰기로 계획한 것이다. 실제로 도자기 전을 통해 그는 상당금액(1천만 원 가량)을 라다크에 후원했고, 이 책을 통해 얻은 인세 전액도 곧 그들을 위해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