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씨네큐브에는 언제나 독립영화를 한다.
가끔, 나는 뇌를 돌리기 위해 독립영화를 본다.
혼자봐도 외롭지 않아야 진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독립영화는 그걸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사실 독립영화라는 말도 좀 웃겨.
돈 왕창 들여서 홍보하는 헐리우드 영화,홍콩 영화, 맨날 보는 배우들만 나오는 포스터랑 광고만 열심히 만드는 우리나라 영화....
어쨌든, 가끔 보면 해롭지 않다.
에프터 미드나잇은.
일단은 전형적인 유럽영화이다.
감정에 서늘하게 내보이고
섹시하지 않으니까.
별로 완벽한 영화라곤 생각 안했지만
여자가 보기에 기분나쁘지 않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건
이탈리아 영화박물관에서 마르티노가
이탈리아 고전영화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아래는 컬쳐뉴스에 실린 관련 기사.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002&title_down_code=002&article_num=8272
▲ 은 흔한 남녀의 삼각관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옛날이야기나 이솝우화를 듣고 자랐으며,
생판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뉴스)나 허구의 인물들의 이야기(소설)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영화 또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만족시키기도 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영화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으며, 오늘도 많은 이들은 극장을 찾는다. 여기 옛날이야기를 해주듯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편의 영화가 있다.
다비드 페라리오 감독이 연출한 (2004. 이탈리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르티노(조르지오 파소티 분)는 영화박물관에서 일하는 청년이다.
그에게 박물관은 삶의 터전이자, 꿈의 공간이다. 그는 소형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며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 마르티노는 인근 햄버거 가게에서 일을 하는 아만다(프란체스카 이나우디 분)를 사랑한다. 어느 날 아만다는 사장과 다투다 그에게 기름을 쏟아 붓고 박물관으로 몸을 숨긴다. 둘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아만다는 말이 없는 마르티노에게 무관심했지만 곧 그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가 자신을 좋아했음을 알게 된다.
마르티노와 아만다의 ‘1:1 사랑관계’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만다에게는 ‘공식’ 남자친구 엔젤(파비오 트로이아나 분)이 있기 때문이다. 엔젤은 차량절도범으로 유명하지만 뭇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는 아만다의 사건을 해결해주고, 박물관으로 그녀를 맞이하러 간다. 이제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세 남녀의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은 영화가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전제로 시작된다. 영화가 단순한 볼거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야기는 바람이 날리듯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로 시작하며, 화자가 직접 등장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또 화자는 ‘사람이 만나면 가슴에 뜨거운 노래가 생겨난다’ 등의 명언을 남기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런데 은 단순히 화자의 이야기를 인물들이 재현하는 ‘재현극’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영화다’라고 끊임없이 선언하며, 영화가 선보일 수 있는 ‘고유의 재미’를 선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르티노, 아만다, 엔젤 등이 보여주는 행동양식이다. 인물들의 행동은 마르티노가 박물관에서 본 영화를 통해 미리 예고된다. 마르티노가 아만다의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장면은 버스터 기튼의 영화와 교차편집 되면서, 마르티노는 버스터 기튼의 행동을 반복한다. 이 장면은 고전영화와 의 만남을 보여주는 동시에 마르티노와 아만다가 가까워지는 것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 엔젤과 결투를 벌이는 마르티노.
그의 멋진 포즈가 무술실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아만다를 사이에 두고 마르티노와 엔젤이 벌일 한판 승부 또한 미리 예고된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통해서다. 마르티노가 고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채플린이 한 여성을 위해 덩치가 큰 사내와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마르티노는 엔젤에게 가서 결투를 신청하고, 아만다를 사이에 둔 한판 승부(?)를 벌인다. (감독은 영화 내내 고전영화를 통해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예고하지만,
단 한번 관객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장난(?)을 친다.)
카메라 앵글 또한 이 영화임을 인식하게 하는데 한몫한다. 사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 이야기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돼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비뚤어진 카메라 앵글이 만들어 낸 영상은 그들이 발을 내딛고 있는 공간인 일상공간을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비스듬히 카메라에 담긴 박물관 첨탑은 곧 쓰러질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붉은 조명, 카메라의 질감 등과 함께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평과 수직구조가 지배하는 세계에 등장한 영화 속 기울어진 세상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사진) 카메라를 약간 비틀어 사진을 찍을 때 낯익은 공간이 순간 익숙한 세계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가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처음에 화자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듯 했으나, 곧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창작자”라고 말하며,
영화를 주도한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마르티노와 아만다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여기서 ‘급만남’은 아만다가 햄버거 가게 사장에게 기름을 쏟아 붓고 박물관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말하는데, 이 장면 혹은 이들의 만남은 감독이 억지로 만든 설정 같으나 곰곰이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먼저 아만다의 행동을 살펴보면 그녀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평소 사장과 사이가 안 좋았으며, 그날은 엔젤이 약속을 어겨 굉장히 분노했던 날이다.
그런 그녀에게 사장이 또다시 기름을 붓자 아만다는 진짜 기름을 사장에게 부은 것이다. 또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 아만다가 숨을 곳 또한 많지 않다. 경찰차가 쫓아오는 상황에서 햄버거 가게와 가까운 박물관으로 몸을 숨기는 것은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밖에도 감독은 영화 곳곳에 여러 요소를 배치함으로써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서, 그 재미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 평범한 삶을 살던 마르티노와 아만다는
어느덧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된다.
다비드 페라리오 감독은 “이 영화를 말로 표현하긴 힘들다.
그냥 좌석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겨라. 영화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이야기 그리고 기적. 이런 감독의 의도는 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은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기자상, 국제영화협회연맹상,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은 자신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씨네필’들에게 더없이 좋은 영화이다. 마르티노가 영화박물관에서 일을 한다는 설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극장에 불이 꺼지면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영화박물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다양한 종류의 영상기와 소품 등 영화사 초기의 흔적들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또 다양한 고전영화를 볼 수 있다. 뤼미에르 형제의 (1895)부터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까지 지금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