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화랑의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인 공주형씨(36). 홍대 예술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지난 97년 큐레이터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1년 후 결혼해 첫째 수민이(8)와 둘째 수완이(4) 두 딸을 낳고부터는 엄마이자 큐레이터, 교수, 작가 등으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해서인지 ‘미술교육은 어떻게 시키는 게 좋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미술교육에 특별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찾아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죠. 놀이하듯 즐겁게 참여하면 자연스레 미술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공씨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미술교육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일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에 데려가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200~300호의 커다란 캔버스를 직접 보고, 유화 냄새를 맡으며 작업실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다보면 오감으로 미술을 느낄 수 있다고.
“외국 작가가 참여하는 갤러리 전시가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가요. 제가 일하는 갤러리에도 가끔씩 데리고 와 갤러리 청소를 시키거나 전시 준비 중인 작품들을 보여주죠. 이렇듯 어릴 때부터 일상처럼 미술을 접해서인지 두 아이 모두 또래들에 비해 작품을 보는 안목이 높은 편이에요. 그림 그리는 것도 무척 좋아하고요(웃음).”
미술은 즐거운 일이라는 인상 심어줘야 효과적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하는 수민이.(좌) 유리공예전시장을 구경 중인 수완이.(우)가장 손쉬운 미술교육법은 아이와 함께 전시회에 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작품의 이름이 무엇인지, 작가의 작품 경향은 어떠한지, 작품이 언제 탄생했는지 등 전시회에 소개된 모든 정보를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려고 애쓴다.
“전시회에서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요. 하늘을 보고 ‘무슨 색과 무슨 색이 섞인 듯한 색깔이 난다’고 말하지 않고 ‘파랗고 예쁘다’고 느끼는 것처럼 아이들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게 내버려두세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저 그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라는 식으로 질문을 유도하는 것은 좋아요.”
전시회에 억지로 데려가는 것도 금물!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전시회는 물론 미술 자체를 싫어할 수 있다. 전시회에 가면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사주는 등 아이들에게 작은 상을 주는 것도 효과적. ‘전시회 가는 일 = 기분 좋은 일’이라는 공식이 생기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미술과 친해질 수 있다.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전시회 기념엽서를 구입해 친구나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등에게 편지를 쓰게 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서점에 가면 어린이 관련 미술책이나 화집이 많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고 서로의 의견을 얘기하며 책을 보는 것도 좋아요. 집에서 클림트 그림이 새겨진 벽시계나 머그컵 등 미술작품으로 꾸며진 생활용품을 사용해도 미술을 친근하게 여길 수 있고요.”
아이들에게 미술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공씨는 얼마 전 두 딸을 키우면서 겪은 일화와 미술작품을 접목시킨 ‘아이와 함께한 그림’을 펴내기도 했다. 큐레이터가 아닌 엄마로서의 생생한 인생살이와 경험이 강익중, 석철주, 밀레, 클림트 등의 작품과 함께 고스란히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