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차량을 탄지는 이제 5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5개월 동안 출동차량을 타면서
우리나라의 소방차를 위해 길을 터주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어
동영상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글이 다소 길지만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tv에서 소방차가 출동할 때 길을 터달라고 하는 내용의 방송이 종종 나옵니다.
비슷한 내용의 방송이꽤 자주 나오는 편이라서 모두들 소방차가 출동해서 현장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는 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길을 비켜줬을 때 차가 긁힐 수 있는 상황 혹은 차를 잘못 돌려서 빠져 나오기 힘든
상황 등을 우려하여 머리로는 이해하고 계신데 실천이 안 된다는 점,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인 소방관들에게는 이런 모습들이 한없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차들이 이렇게 막혀있는데 뭐 내가 비킨다고 얼마나 나가겠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차량 한 대가 길을 비킨다고 해서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에 있는 모든 차량이 조금씩 서로서로 사고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비켜서서
통로를 만들어주시면 큰 소방차도 충분히 그곳을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생깁니다.
소방차량들도 급하다고 해서 애써 만들어주신 좁은 통로를 막 달려가진 않습니다.
지금 일어난 사고 이외에 저희로 인해 사고가 또 일어나는 일은 절대 생겨서는 안 되므로
소방차량들은 만들어 주신 길을 따라 사고가 나지 않게 조심해서 천천히 빠져나갑니다.
그렇게 해서 현장에 도착하면 사람을 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올 때는 사이렌을 끄고 옵니다. 가끔 소방차량들이 위급한 일도 아닌데 사이렌을 키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분들이 계시던데, 제 짧은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새벽출동으로 한없이 피곤해도 귀소 할 때는 사이렌을 끄고 신호법규를 잘 지켜서 돌아옵니다.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접근하고 있다면 정말 급해서, 출동으로 인해 그런 것이라는 걸 꼭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조용히 길을 가고 있던 차량이 갑자기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갈 때는 무전으로 출동명령을 받은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가끔 빨리 귀소하고 싶어 그런 거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실천해 봅시다^^
주위에서 사이렌이 울린다면 일단 비상등을 켜주시고 속도를 줄여 주세요.
(너무 무리하게 속도를 줄이지는 마세요. 잘못하면 사고가 납니다. 만약 보행자라면 주위를 살피시고 인도에 서계시면 됩니다. 그리고 소방차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다시 가던 길을 가주세요)속도를 줄인 다음에는 소방차가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해 주세요. 소방차가 반대편 방향에서 오고 있다ㅡ "그럼 나랑은 상관없는 거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소방차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소방차가 어느 방향에서 오든지 사이렌이 울리면 잠시 멈춰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소방차들이 다 지나가고 다시 가던 길을 가시면 됩니다). "소방차들이 무조건 우선이야" 라는 특별한 권위의식을 내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현장에 한시라도 빨리 도착해서 (어쩌면 여러분이 아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을 구출하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봤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혹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현장에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시면 꼭 말씀드린 사항들을 지켜주세요.
소방관들은 소방서비스헌장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려 오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노력만으로는 가끔씩 그 약속을 지키기가 너무 버겁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언제나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도 저희에게 약속을 해 주십시오.
지나가는 소방차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길을 비켜주겠다고.
***가끔 소방차가 아닌데 사이렌을 울리며 위험하게 달려가는 차량들을 봅니다. 그런 몇몇의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량들이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소방차량들은 소방차로 인한 사고가 생기지 않게 안전 운행하여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실제로 인근 경찰서(구로경찰서) 교통담당하시는 분이 오셔서 직접 교육도 하고 가셨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길 터주기 방법은 소방본부에서 직접 전달하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잠시 짧게나마 미국에 산 적이 있었는데 미국 시민들이 소방차가 출동할 때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그 방법을 적은 겁니다.(무조건 미국을 따라하는 게 옳은 것이냐? 하는 비난의 시선을 주시진 말았으면 합니다. 전 그 방법이 굉장히 모범적으로 보여 여기에 옮긴 것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