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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감

김종욱 |2007.11.06 00:33
조회 74 |추천 0

 

대량마을 가장 큰 집 종가댁에서 며느리를 들였다

두모마을 지나 뭍에서 먼 작은 마을

한 여자가 바다를 건너 마을로 들어온다

 

 

 

 

본가에 들리지 못한것이

몇달만이던가

할머니를 찾아뵌 것은 당연히 그 기억을 넘는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 되었다

진영 마산을 지나

남해대교를 건너고

두모 소량을 지나 대량

 

고개를 넘은 차가 산마루를 빙글 돌면

소량보다 조금 큰 똑같은 형새의 마을이 나타난다

대량이라 하기에는 너무 소박한 마을 하나가

말그대로 나타난다

 

국민학교를 다닐때 동무와 단 둘이 이곳을 찾았다

똑같이 생겨먹은 마을을 차창으로 보며 소량에서 내려버렸다

10리길을 걸으며

어린 놈들은 이런 실수가 여행이라

스스로 뿌듯했다

 

동네 입구에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아는 얼굴이든 모르는 낯이든

무조건 인사를 해야한다

이것이 어린날 처음 배운 처세다

 

 

 

 

여자는 아들을 낳았다

그래도 집안의 안주인은 할머니였다

여자는 밭일을 했다

동네에서는 땅이 제일 많은 큰집이래도

워낙에 가난한 동네였다

장정 몫의 일을 해야했다

아들을 돌보거나 사랑을 쏟는 일은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몸이 성할 날 없이 일을 하여도 여자는 이방인 같았다

 

 

 

 

 

파란대문의 동네에서 제일 큰집이다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단 둘이 사신다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가 누워 계신다

주무시는가 다가간다

기척에 돌아보시며 왔나 하신다

아무 기력이 없는 목소리

 

전에 뵌것이 길어야 반년인데

그 사이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어머니가 목욕을 시켜드렸다

욕실까지 걷질 못하신다

 

읍에서 사온 튀긴 닭을 드렸다

그리 좋아하시던 음식인데 몇점 드시지 못한다

음식을 먹으면 변소에 가야된다며 먹지 않으시겠단다

어머니가 타일러 얼마간 더 드시고

다시 누우셨다

 

 

 

 

 

여자의 남편이 된 남자는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 시절 남편의 따듯함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여자를 지켜줄 사람이었다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당연히 여겼다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남자는 여자의 오빠와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 사업이 틀어지기 시작하더니

집안의 재산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었다

 

여자는 한동안 영문도 모르고 온 집안의 냉대를 받았다

노골적인 핍박이 시작되었다

집안이 기울기 시작하자

집안 어른들은 여자에게 곡기를 끊었다

여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야위었다

 

남자가 몰래 넣어주는 음식으로 하루를 견뎠다

 

 

 

 

건너방에서는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얘기를 나누신다

큰소리가 오간다

할머니는 돌아누우신다

조용히 조용히 시간을 흘리고 있다

 

난 할머니에게 아무 정이 없다

함께 살거나 함께 나눈 기억이 없다

시골에는 자주 들리는 편이라해도

시골의 경치와 아늑한 집이 좋은 거지

할머니를 그리워한 적은 없다

슬퍼보였다

할머니가 아니라

산다는 것이 슬펐다

 

 

 

 

 

여자의 집에서 여자를 데려갔다

이곳에서는 딸이 죽겠다 싶었다

시집에서 쫓겨난 것인지 도망을 온것인지

어느 쪽이든 여자는 사는 것이 먹먹했다

 

몇일이 끔찍하게 흘렀다

남자가 여자를 찾았다

자신의 처를 지키겠다고 약조를 하고

남자는 여자를 데려 나왔다

 

대량까지 바다를 건너야 했다

작은 배에 남자와 여자가 올랐탔다

남자는 노를 젖는다

어떻게든 우리 사세

어떻게든 우리 사세

어둑한 안개 속에서 내 할머니는 눈물을 흘렸을까

 

 

 

 

 

할머니는 날 좋아하셨다

큰사람이 될꺼라고 남의 얘기하길 좋아하는

집안 사람이 얘기했기 때문일게다

안방에 누워 창밖을 보시며

저 감은 종욱이가 따라

하신다

 

무슨 얘긴가

할머니의 손을 따라가보니

까치밥으로 남긴 것인지

뒷마당 큰 감나무에 선명한 주황빛 감이

혼자 붉게 매달려 있다

 

감을 따다 드렸다

떫은 맞이 심해 바로 먹을 수 없으나

홍시가 되면 가장 깊게 단맞은 내는 뾰족감이다

 

다음 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우리가 떠날 때에도

누워계셨다

 

 

 

어떻게든 우리 사세

한 남자가 홀록 썩어갈 뾰족감을 따러온다

 

할머니

꿈속에 젊은 할아버지를 만난다면 편한 잠을 주무실까

 

 

 

 

그 감은 내가 따지 않을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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