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S 이인경] 2001년 국내 최초로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하리수. 그는 모든 성전환자의 우상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이후 '제2의 하리수'를 꿈꾸는 트랜스젠더 연예인들이 등장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유명 여성복 모델이 아담에서 이브로 거듭나 화제가 됐다. 영화 '색즉시공'과 Mnet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에 출연했던 모델 이대학이 그 주인공. 올해 초 성전환 수술을 한 그는 이시연이라는 예명으로 '색즉시공 시즌2'에 출연한다.
하리수를 제외하고 많은 트랜스젠더 연예인들의 평균 활동 기간은 만 1년이 채 안 된다. 2005년 데뷔한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를 통해 '왜 성전환 연예인들이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힘든지' 그 이유를 알아봤다.
●이중잣대와 역차별
레이디는 2005년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그룹이라는 타이틀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신애·사하라·비누·유나로 구성된 레이디는 활동 전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금세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기획사의 오디션을 거친 이들은 1년간의 합숙 기간을 거쳐 댄스곡 '어텐션'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이들은 한 팀이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트랜스젠더들의 활동 범위가 이태원의 유명 클럽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서로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디의 한 측근은 "하리수의 성공을 보고 트랜스젠더 그룹을 기획하게 됐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이태원의 클럽 등을 다니며 트랜스젠더계에서 끼가 있는 사람들을 소개받았다"고 설명했다.
성전환자들이 연예인을 꿈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양지에서 자신의 끼를 표출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한 트랜스젠더는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집을 나와 빚을 내 성전환 수술을 하고, 그 빚 때문에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게 된다. 취업은 언감생심"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레이디는 선택받은 경우였다. 그러나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가지도 못한 채 첫 시련을 맞았다. 레이디의 측근은 "케이블 프로그램에 근근히 출연했지만 이 역시 일회성이었다. 아직까지 보수적인 방송계 풍토 때문에 활동이 힘들었다. 케이블에 출연했지만 '꼴보기 싫다'는 반응 때문에 다들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레이디 데뷔 1년 만에 사실상 해체
행사나 업소에서도 호기심을 앞세운 반짝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연락이 끊겼다. 팀 유지비가 만만치 않자 회사에선 누드 화보 제의를 했다.
한 관계자는 "레이디를 결성할 때부터 계약 조건에 팀 수입이 좋지 않으면 누드 화보를 찍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멤버들이 위약금을 물고라도 찍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후 멤버들이 의욕을 상실했다"고 귀띔했다.
데뷔 석 달 후 사실상 국내에서는 설 무대가 없었다.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한류를 이용해 트랜스젠더계 한류 스타를 꿈꿨지만 이 또한 언어의 장벽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결국 레이디는 활동 1년 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고, 올해 2월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신애는 현재 미용계로 돌아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멤버들은 동남아쪽으로 건너가 각자 생활하고 있다.
한 측근은 "연예계에 데뷔한 트랜스젠더들은 나중에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며 "이들이 성전환자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발버둥쳐도 아직 대중들은 호기심으로만 이들을 바라볼 뿐이다.
기획사들 또한 트랜스젠더의 화제성을 이용해 단기간에 돈벌이에만 급급한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하리수는 모든 난관을 이겨낸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이인경 기자 [best@je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