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연탄이 휙휙 날아다닌다.
“새신랑이 이렇게 힘을 다 써서 어떻게 해?”
“뭘요.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하하.”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산동네 좁은 골목길.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났다. 비탈진 골목길에서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과 매일우유 직원 등 70여명이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집에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한 연탄 배달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한 집에 200장씩 32가구에 모두 6400장의 연탄이 전달됐다.
70여명이 한 줄로 섰다. 아래쪽에 있는 사람이 위에 있는 사람에게 차례로 연탄을 전달하는 ‘사랑의 릴레이’가 이어졌다. 끝없이 올라오는 연탄을 받아 올리면서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걸 언제 다 나르나…. 아이고, 죽겠네.”
“연탄 나르다가 내가 먼저 쓰러지겠다.”
오전에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호기롭게 나섰던 봉사자들이 오후가 되면서 조용해졌다. 차츰 팔과 허리가 아팠지만, 내색도 할 수 없는 처지. 조용히 연탄의 행렬만 이어졌다. 잠시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숨을 고르면 리듬이 깨져버리기 때문이었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연탄 배달은 겨우 끝났다.
직장 생활 1년째인 새내기 박찬미(25)씨는 “연탄 배달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선뜻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 밤 밤새 끙끙 앓았고, 다음 날부터 사흘간 온몸을 파스로 감싸고 지내야 했다.
박씨는 “연탄 200장을 받아도 쌓을 곳조차 마땅치 않은 집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도시락을 전달하는 다음 행사에도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말연시가 되면 소외된 이웃을 위한 각종 행사가 줄을 잇는다. 생색을 내기 위한 행사라는 비난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손길마저도 아쉬운 게 현실이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안도현·연탄 한 장)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연탄.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연탄 같은 사랑’이 아쉬운 겨울의 문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