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이탈리아 / 드라마 / 100 분 / 감독: 루이스 부뉴엘
(★★★★☆)
1967년 제31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심리묘사 위주의 난해한 작품들을 쓰는 작가 조셉 케셀(Joseph Kessel)의 원작 소설을, 스페인 출신으로 전위적 영상의 대가인 명장 루이즈 브뉴엘 감독이 특유의 영상 감각으로 화면에 옮긴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현실과 환상이 특별한 구분도 없이 쇼트 단위로 연결되어 양쪽을 오가는 전위적 영상과 심리묘사 위주의 난해한 줄거리가 함께 펼쳐진다. 원제는 '낮의 여인'이라는 뜻으로, 그녀가 낮에만 나온다는 뜻으로 여주인공 세브리느가 나가는 창녀집에서 붙인 별명이다.
아름답고 즐거운 일만 찾아다니는 유능한 젊은 의사의 부인인 세브린느는 어릴 적에 당한 성폭행의 정신적 후유증으로 무의식적으로 강렬한 섹스를 추구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낮시간을 이용해 고급 콜걸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숨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동물적인 성적 능력의 소유자를 갈구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사람을 만난 순간부터 엄청난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여러 종류의 인간 군상들을 만나게 된다. 이상하고 야릇한 음화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 황금 이빨을 해 넣은 총잡이, 타락한 귀족 등과 사랑 게임을 하는 여인. 부르조아 사회 특히 위선과 억압을 가능케 하는 사회 제도에 대한 가차없는 공격이 나타내져 있으며 심리적, 초현실주의적 상황 속의 인물에 대한 묘사가 날카롭다.
여성 심리, 아니 인간 심리에 내재된 성적 욕구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 규범을 깨뜨리는 경우의 비극을 외과 수술의 칼날과도 같이 예리하게 해부한 브뉴엘 감독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이다. 카트린느 드누브가 가장 아름답고 성숙한 시기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연기에 있어서도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영화는 프로이트적 심리묘사를 에로티시즘에 담아낸 원조격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출시된 비디오는 마치 에로 비디오처럼 소개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