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란,
'처음부터 없던 것과 같은 것이다' 라고
건방진 정의를 내린 적이 있었다.
과거란 지나고 나면 그뿐.
단순한 상상과 무엇이 다를 것이냐고.
제법 염세적 시각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던 때의 객기 어린 정의였다.
그 객기는 오래 지속되었고 하류로 내려온 물줄기처럼
내 가슴속을 미세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
나도 모르게 훌쩍 뛰어넘은 하나의 관문. 과거의 회복.
구깃구깃 접혀진 편지지가 말끔히 펴지면서
쉼표 하나하나 꿈틀거리며 문을 열고 나오는 당시의 감흥에
내 염세주의적 객기는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그 꽃의 비밀 / 서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