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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131

김미선 |2007.12.19 15:53
조회 48 |추천 3


'이제 그만 갈까?'

 

남자가 말했을 때 여자는 아직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사실 이제 몸도 좀 녹고 기분도 안정되어

슬슬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만 갈까?' 라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를 보며

여자는 더 있자는 말을 포기하고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가자'

 

두사람이 지내 온 시간은 꽤 길었다

예전처럼 숨소리 하나에 원하는 것을 다 알아낼만큼

서로에게 지극하지는 않는다해도

최소한 같이 지내온 시간만큼은 서로를 잘 알았다

그러니 남자도 지금 여자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난 것쯤은

알수 있었다.. 다만, 모른척 할뿐..

 

잠시 후 지하철 입구에 도착하자 남자가 말했다

 

'가. 전화할께'

 

같이 지하철을 탈거라고 생각했던 여자는 조금 당황해서 물었다

 

'다른 약속있는거야?'

 

여자가 물어보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여자는 그것이 무슨 약속인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적당히 둘러대는 대답은 들으나마나 할것이고

듣고 싶은 대답은 그야말로 듣고 싶지않고

어쩌면 거짓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막 돌아서는 여자에게 남자가 되물었다

 

'어디가는지 안 물어봐?'

 

지하철역 계단을 한 칸 내려가던 여자가

등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뭐라고 말하든 너 어차피 거기 갈거잖아

그러니까 안물어보는거야'

 

그렇게 말한 여자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고

남자는 바삐 내려가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착찹해진 표정이었지만

되려 홀가분하니 발길을 돌려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자가 택시를 타고 자리를 떠난 후

계단을 내려갔던 여자가 지하철 입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잡아도 어차피 갈거였잖아'

 

아까는 야무지게도 말하던 그 입매가

보기 싫게도 삐뚜름하게 울고있었다

 

두사람은 아마 며칠후쯤 마주앉아 정식으로 헤어짐을 말할 것이다

한쪽은 간단히 말하면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할것이고

다른 한쪽은 간단히 말하면 알겠다는 이야기를 할것이고

 

하지만 두 사람의 이별은 이미 시작되었다

다 알면서도 모르는척 상대방을 아프게 만드는 그 순간부터

아파도 '악' 소리도 낼 수 없는 그 순간부터

 

 

#사랑을 말하다_시경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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