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아마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
그리고 한국에선 이미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 공지영.
작년이었는지 재작년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서 그 두 작가가 함께 쓴 소설이 있다.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오빠가 이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선 서점에 들려서
눈에 띄어 집어왔던 것 같다.
일본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의 사랑 주변엔 많은 것들이 있었다.
바다 건너 이웃한 두 나라의 역사.
아무리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 나라는 서로 불편한
관계이다. 한국인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일본에 관해 악감정을
품고 있다. 일본인들 역시 한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한 명 한 명 들여다본다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의 경향은 변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국 여자 '홍'의 할아버지는 더 이상
우리 다음 세대에게까지 같은 아픔을 물려주지 말자는 말씀을
하셨다. 이제 그런 것 상관하지 말고 홍에게 일본 남자와 사랑하라고 하셨다.(내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다.)
그리고 '홍'의 아버지의 이야기도 나왔다. 젊은 시절, 일본 여자를
사랑했지만 홍의 아버지는 그녀와 결혼할 수가 없었다.
그가 젊은 시절만 해도, 일본인은 한국에서 쉽게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걸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은지 오래 되었어도 기억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일본에서 함께 살던 홍과 준고의 싸움.
언어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부터 모든 것이 다른 그들의 사랑에는
시간이 갈 수록 부족해진 것이 있었다. 그 둘에게는 '대화'가
점점 부족해졌다.
둘 사이의 일로 말싸움을 벌이던 거였는데 홍이의 말로
서로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아닌 한국과 일본으로까지 벌어졌다.
"잘못한 건 너희 일본인데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가 왜 너희에게
그렇게 사과하라고 따라다니며 해야하는건데"
(이것도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다...-_- 아무튼 그런 내용.)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에게 더 이상 그 소설은 로맨스나 사랑을
이야기 하는 소설이 되지 못했었다.
'맞아. 잘못한 건 너흰데 왜 우리만 이렇게 날뛰어야 하는거야?'
홍과 준고가 어쩌면 양국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한국과 일본, 이 두 나라에겐 대화가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한 쪽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하게 하면서 그 책은 내게 잊혀졌다.
하지만 이번 주에 본 신문은 내 머리에서 다시 그 책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조선일보 1면에 나와있는 일본 후쿠다 총리 이야기.
지난 역사에서 일본이 중국에 대해 잘못했고 그걸 인정한다는니
뭐라니. 앞으로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는 봄날이라느니.
신문에서는 매화도 피고 벚꽃도 피었는데 무궁화꽃은 언제 필까라며 그 일을 말하고 있었다.
화가 났다. 정말로 정말로 화가 났다.
그들 때문에 아팠던 건 중국뿐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직접 고통받은 건 아니었지만,
나의 부모님의 부모님과 또 그 위의 부모님.
그 분들은 오랜 시간 힘드셨을 것이다.
학교에서 마음대로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고
조센징, 존공이라 불리며 아무 이유 없이 무시당하기도 했고
배를 주리기도 했고 어지러운 시대에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천황폐하를 받들었어야 했을 것이고,
한창 꽃피웠어야 할 나이에 전쟁터로 끌려나가고
원치도 않게 종군 위안부가 되었다.
그렇게 끌려간 가족이 제발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사는 내내
괴로워하기도 했다.
열심히 1년 농사를 지어놨는데, 그 동안 굶주린 자식들을 먹이고
싶은데, 그 쌀들을 빼앗기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의 패전으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일본의 조선인들.
더 이상 일본에겐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본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한 재일 한국인, 재일 조선인.
일본인이 되지도 못하고 분류되어진 그들 역시 지금까지도
무시당한다.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서라느니 자신들 덕분에 대한제국이 빨리
발전했다느니 그런 소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께는 정말 '정신나간 헛소리'로 밖엔 안 들릴 것이다.
일본의 잘못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말로 잘못한 건 그들인데, 왜 정작 그들은 알지 못하는 건지.
왜 이렇게 한국만이 분노에 차서 그들을 노려봐야하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원래 난 이런 거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어짜피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거슬러 올라가고 또 올라가다 보면
결국엔 모두 한 인간에게서 태어난 존재인데, 굳이 역사의 잘잘못을
따져야하는 건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조금 생각을 바꿨다. 오래 전의 역사도 아니고
여전히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이 계신다. 그 분들이 여전히 여기
지구에 존재하신다. 그 모든 것들을 겪은 분들이 계신데
잘못한 이들이 사과를 해야지 마땅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은 것도 애니나 소설 드라마 같은 걸
번역없이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일본 인터넷 홈페이지나
역사책엔 대체 어떻게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지 내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모든 인간이 제대로 된 역사를 공부했으면 좋겠다.
몇 년전에만 해도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일본의 역사 교과서는
어느새 조용해졌다. 여러 소설에도 나오듯 '냄비' 같은 한국인은
부글부글 끓다가 그 놈의 '먹고 사는'문제로 역사 같은 건 몽땅
잊어버렸다.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일본은 제대로 된 역사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본인 그들의 조상이 저지른 일들을 정작 일본인 자신들은
알지 못하는, 이 상황이 대체 뭐야.
세월은 흐른다. 그렇게 흐르다 보면 고통을 받았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곧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 잘못을 했던 일본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세상을 떠난다. 결국 남게 되는 건 기록뿐이다.
그렇다면 그 땐 정말 영영 사과를 받을 수가 없게 된다.
잘못했던 일은 쏙 빼버린 역사책으로 공부했던 일본인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오히려 한국에게 말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의 한국인은 아마 제대로 자기 역사를 알고 있을 사람이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국사'는 선택과목으로 지정해버리고... 그나마 그 망할 '국사'란 과목은 서울대 갈 인간들이
필수로 보기에, 등급이 잘 나오지 않으므로 선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한국 근현대사'도 선택과목일 뿐이다.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도 넘쳐난다.
만일 나중에 일본이 사과를 하려고 맘 먹었다고 해도
정작 한국이 '뭘 사과한다는거야?' 이럴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는 늘 잠깐 뜨거워졌다가 급히 식어버린다.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고 더 공부하는 사람을 보긴 힘들다.
다시 역사에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냄비가 아니라 언제나 늘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힘들었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끝까지 외쳤으면 좋겠다. 고통받은 노인들이 한국에 있다는 건, 고통을 준 노인들 역시 일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모두 생을 마감하기 전에
제대로 된 역사를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에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종군위안부 일에 대해서 미국이나 유럽 같은 제 삼국에서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용서를 못한다니? 다들 각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아픈 역사를 그렇게 들쑤시지 않으면 한다.
이런 역사는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종군위안부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는 국가들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덮는 것보단 그 잘못을 당당히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게 올바른 일이지 않을까?
한국과 일본. 그 어떤 다른 이해관계도 없는 객관적인 올바른 역사 공동 연구는 가능할 수 없는 것일까?
-다음 세계엔에서 본 일본유학생이 찍은 사진들.
"우리나라에 A급 전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베 수상은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라."
"시나(중국의 일본식 옛 표현),한국이여!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논하지 말라"
"주권 회복을 목표로 하는 모임"
"중국,한국의 역사위조를 용서하지 않는다! 사상 최대의 거짓말! 위안부 강제 연행"
"'고노담화'의 백지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모임"
*고노담화=위안부 관계 조사결과 발표에 관한 고노 내각관방장관 담화는 1993년 8월 4일에 미야자와 개조내각의 고노 요헤이 내각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이다.
주로 고노 담화라고 불린다. 종군위안부의 모집에는 ‘관헌 등이
직접 여기에 가담했던 일도 있다’고 기술했으며,
일본군이 강제 연행을 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다음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