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은 좋은 나라를 물려받는다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 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필자는 이 나라의 정치·사회적 발전에 그러한 경험 또한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간 좌파적 내지 급진주의적 이상에 사로잡힌 채 현실을 무시한 어설픈 정책의 남발로 국민이 고생은 했지만, 그 결과 소중한 교훈도 얻었고 수평적인 정권 교체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제17대 대선을 통해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닌 성숙한 중도를 걷는 정치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다.
그럼 새 정부는 어떤 나라를 물려받는가? 일각에서 꼬집듯이 지난 10년간 엉망진창이 되어 대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환자 같은 나라인가? 아니다. 새 대통령은 참 좋은 나라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불과 40여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나라, 짧디짧은 20여년 만에 성숙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국민이 살고 있는 자랑스러운 나라를 이어받게 된다.
필자는 1960년대 초 여의도 비행장에서 처음으로 출국할 때의 우리 모습이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여건과 환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세 끼를 걱정하며 살아가던 나라, 오늘날 흔하디흔한 냉장고·전화·세탁기·자동차·에어컨도 당시에는 큰 부자들이 아니면 생각조차 못 하던 나라가 40여년 전 필자가 비행기를 탈 때의 우리나라였다.
고층 아파트,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고속도로, 지하철, 고속철 등 이제는 우리 생활 일부분이 된 이 모든 것들을 꿈에도 그리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외국에서 접하는 문물이 그렇게 신기하고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해외로 나가면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나라도 몇 안 된다는 조용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며칠 전 동남아에서 개최된 국제학회에 참석했다. 한때 우리나라 몇 배의 국부를 자랑하던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곳곳에서 한류 문화와 한국 제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에는 한국 차가 다니고 곳곳에서 한국 브랜드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었다. 심지어 현지에서 KBS와 MBC, 아리랑 방송도 청취할 수 있었다.
이제 세계 어느 주요 도시든 우리나라 국적기가 다니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대한민국 여권으로 가지 못 하는 나라도 없다. 심지어 9·11 테러 이후 입국이 한층 까다로워진 미국도 내년에는 한국에 비자를 면제한다. 이는 우리가 그간의 경제 성장으로 이제 선진국 대열에 섰다는 것을 뜻한다. 심지어 UN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던 나라에서 얼마 전 UN 사무총장까지 배출하였다.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본보기로 삼는 구미지역의 선진강국들도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의 저력으로 볼 때 문제를 개선해 나갈 의지가 있고, 사회적 공감대만 만들어지면 차츰 해결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너무 우리의 어두운 모습만 들여다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제 다시 한 번 뛸 때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을 전후에 탄생한 나라 중 가장 성공한 국가로 보는 전 세계의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반도체, IT, 전자제품, 화공,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오늘날 한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이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의 결집된 노력으로 일궈낸 성공 신화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이 되는 2008년 임기를 시작하는 새 대통령은 이 자랑스러운 나라, 이 좋은 나라의 국력과 국격을 한층 격상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노경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