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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마을에 내리는 죽음의 눈

장헤영 |2008.01.08 09:15
조회 303 |추천 0


 

온난화로 25년 동안 65%가 줄어든 아델리 펭귄…크릴 줄고

강설량 느는 남극 킹조지섬을 가다

‘첨벙첨벙 푸.’

여기가 킹조지섬 바턴반도구나. 지금쯤 한참 언니, 오빠들이 낳은 알들이 깨어나고 있겠지? 지난 11월부터 펭귄마을은 결혼 시즌이거든요. 지금은 12월 중순이니, 아마 모두들 알을 품고 새끼를 기다리겠네요. 나는 아직도 결혼할 나이인 네 살이 되지 않아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논답니다. 저 멀리 넬슨섬 아래 조그만 섬인 아들레이섬에서 왔어요. 아델리펭귄이지요.

한여름 펭귄들이 알을 품는 곳

아, 오늘도 따뜻하구나! 저기 고개를 넘으면 펭귄마을이에요. 젠투펭귄 1719쌍, 턱끈펭귄 2961쌍, 갈색도둑갈매기 11쌍 등이 사는 새들의 천국이지요. 벌써 펭귄 언니, 오빠들이 뒤뚱뒤뚱 올라가네요. 바다 사냥을 마친 펭귄들이 육지에 올라와서 마지막으로 넘는 ‘깔딱 고개’랍니다. 펭귄마을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한달음에 올라갈 수 없는 험한 고개예요.

펭귄마을은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알을 낳기에 이상적인 곳이에요. 양지바른 곳이라 한여름(아시죠? 남극의 여름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라는 걸)이면 남극에서 눈이 녹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거든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그리고 나 같은 아델리펭귄은 눈이나 얼음이 없는 맨땅에 둥지를 만들거든요.

후유, 이제 펭귄마을에 다 왔습니다. 역시 많은 펭귄들이 이미 둥지를 틀고 알을 한둘씩 품었군요. 일단 알을 낳으면 항상 품고 있어야 해요. 조금이라도 자리를 뜨면 금세 알이 얼거든요. 그러면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요? 아빠가 밥을 먹으러 바다로 나가면 엄마가 알을 품고, 엄마가 나가면 아빠가 품지요. 일용할 양식인 크릴을 듬뿍 먹어둬야 남극의 추위에 떨지 않고 알을 품을 수 있어요.

엄마가 둥지 안에서 알을 품으면, 아빠는 여기저기서 모난 돌을 모아 둥지를 돋워주지요. 알을 최대한 따뜻하게 덥혀야 하거든요. 부지런한 아빠는 멀리까지 나가서 돌을 주워와요. 음, 저 오빠는 조금 지치니까 옆 둥지에서 훔쳐오기도 하는군요. 혼자 앉아 있는 이웃 엄마가 “안 된다”고 부리로 쪼아대는데도 약삭빠른 오빠는 슬쩍 집어오고 있습니다.

젠투와 턱끈이 알을 낳는 이곳 바턴반도는 평화로운 편이에요. 우리 아델리들은 점점 멸종의 위기로 치닫고 있거든요. 내가 독립하기 전 엄마는 항상 “지금은 기아의 시대란다.

 

욕심 부리지 말고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현명하게 사냥해”라고 말씀하셨어요.

생존경쟁, 남극 펭귄의 대전투?

크릴이 예전만큼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섣불리 바다에 나갔다가 쉽사리 지치고 잘못하다간 굶어죽는다고 했어요. 게다가 수영하다 쉴 만한 널찍한 빙산도 줄어들었다고. 크릴이 뭐냐고요? 크릴은 길이 6cm, 무게 2g의 작은 갑각류죠. 새우처럼 생겼어요. 1㎡에 3만 마리가 모일 정도로 몰려다니는데, 크릴 떼가 나타나면 검푸른 바다 색깔이 변할 정도죠.

국제환경단체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은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 회의에서 이런 자료를 돌렸대요. 우리 아델리를 연구한 데이비드 아인리 박사 등 과학자들의 논문을 요약한 것이죠.

“아델리펭귄은 지난 25년 동안 65%가 줄었다. 아델리가 사는 남극대륙 북부와 남극반도의 온도는 극적으로 올랐다. 예전처럼 해빙(바다얼음)이나 빙산이 없으며, 여름 주식인 크릴 또한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따뜻해진 온도로 인해 대기엔 습기가 많아져 강설량이 많아졌다. 이는 마른 땅에 둥지를 짓는 아델리의 생육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그리고 이렇게 이어져요. 남극 펭귄의 대전투를 예측하는 끔찍한 내용이죠.

“더욱이 아델리펭귄은 경쟁자인 젠투펭귄이나 턱끈펭귄보다 일찍 둥지를 튼다. 젠투, 턱끈은 일단 내린 눈이 완전히 녹고 나서 둥지를 지어 산란하지만, 아델리는 습성상 눈이 완전히 녹기 전부터 마른 땅을 찾아 둥지를 짓는다. 따뜻해진 환경에서 삼자가 경쟁을 벌이면 아델리가 맨 먼저 도태될 것이다. ”

정말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이 시대엔 크릴 구경하기가 쉽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로 얼음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아델리가 사는 남극반도는 지난 50년 동안 2.5도가 올랐어요. 12월 서울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질 때 우리는 영상 2~3도를 웃돌지요. 요 몇 년째 여름이 이래요. 남극이라 말하기 우스울 지경이죠. 이러니 빙하가 녹고 빙붕(육지와 맞닿아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이 떨어져나가는 거예요.

대륙의 매나 콘도르가 날아오면…

크릴은 해빙 아래에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얼음 조류’(ice algae)를 먹고 살지요. 그런데 이 얼음 조류 또한 번식하지 못한대요. 왜냐하면 얼음 조류는 바다가 겨울에 얼고 여름에 녹는 반복 현상이 활발해야 번성하는데, 따뜻한 요즈음엔 아예 바다가 얼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의 일용할 양식인 크릴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거예요.

크릴이 줄어드니까 어린 아델리들은 굶어죽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보통 11월에서 12월 초순에 알을 깨고 나와 엄마, 아빠한테 수영을 배운 뒤 이듬해 2~3월에 독립하죠. 많은 친구들이 독립하자마자 굶어죽었어요. 수영도 익숙지 않은 터에 크릴을 찾아헤매다 배고파 죽는 거죠. 빙하에서 빙하 조류로, 빙하 조류에서 크릴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이 우리에게 파급되는 거예요. 우리가 사라지면 우리를 먹고 사는 해표나 고래도 사라지겠죠?

영국남극조사단(BAS)의 데이비드 아인리 박사가 남극반도 최북단 앤버스섬의 아델리 개체 수를 조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1974년에 1만5천여 마리였던 게 최근엔 5천여 마리로 3분의 2가 줄었어요. 이 지역 또한 더 이상 해빙이 생기질 않는다는 거예요. 어떤 곳은 아예 멸종하기도 했대요.

이곳 펭귄마을도 위험할지 몰라요. 가장 가까운 빙하는 마리안 소만 빙하지요. 하지만 이 빙하 역시 50년 동안 1.7km가 사라졌대요.(32쪽 기사 참조) 그 때문인지 이 근처에도 먹을 게 없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요. 매년 펭귄마을을 찾아오는 한국 극지연구소의 ‘새 박사’ 김정훈 연구원이 이런 말을 했대요.

“너희 젠투·턱끈 3600쌍을 관리하는 건 단 서너 마리의 남극도둑갈매기야. 이 새들이 너희 알을 훔쳐먹잖니? 그렇다고 너무 미워하진 마. 그 친구들은 다른 새들이 펭귄마을에 침범하면 쫓아내거든. 덕분에 너희가 알을 많이 빼앗기지 않는 거야.”

“그런데 요즈음처럼 날씨가 계속 따뜻해지면, 언젠가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남아메리카 대륙의 매나 콘도르 같은 맹금류가 침입할지 모르거든. 걔들은 무서운 놈들이야. 제 아무리 남극에서 힘세다는 남극도둑갈매기라도 밀리게 마련이지. 그러면 소수의 남극도둑갈매기에게 관리받던 너희는 다수의 맹금류에게 경쟁적으로 잡아먹히면서 줄어들 수 있다고.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는 거지.”

누구의 잘못 때문인가

어쩌면 우리 대가 끊길지 몰라요. 날지 못하는 우리 펭귄들은 이리저리 치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죠. 몇 년 전에는 참새가 킹조지섬에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인간에게 묻혀 들어왔다가 추운 날씨에 적응 못해 죽긴 했지만, 만약 계속 기후가 바뀌고 독수리가 들어오면요? 우리는 날지 못해요. 치명적인 약점이죠. 인도양 모리셔스의 날지 못하는 새 ‘도도’도 인간과 함께 들어온 동물 때문에 150년여 만에 멸종했잖아요.

우리도 멸종하는 걸까요? 누구의 잘못 때문인가요? 어머, 양지바른 둥지에선 이미 새끼가 알을 깼네요. 12월8일에 난 2007~2008년 시즌 1호 펭귄이라고요?

*협찬 posco




펭귄마을, 세계공원 된다

환경부가 남극조약당사국회의에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신청할 예정

남극에도 ‘국립공원’이 있다. 아니 국립공원이라기보다는 ‘세계공원’에 가깝다. 국가가 관리를 책임지지만 세계가 지정하기 때문이다. 바로 남극조약에 따라 운영되는 남극특별보호구역(ASPA·Antarctic Specially Protected Area)이다.

환경부는 펭귄마을을 ASPA로 오는 6월 열리는 남극조약당사국회의에 신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07년 1월 펭귄마을 생태계 조사를 벌이고 최근 ASPA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를 마쳤다.

ASPA 예정지는 바턴반도 해안가의 촛대바위(나렙스키곶)에서 해발 180m의 태백봉까지 100ha. 생태조사 결과 지의류 51종, 선태류 35종, 대형 담수조류 1종과 현화식물인 남극좀새풀이 서식하고 있다. 젠투펭귄 1719쌍, 턱끈펭귄 2961쌍을 비롯해 갈색도둑갈매기, 남극도둑갈매기, 윌슨바다제비 등 9종의 조류도 번식한다. 아델리펭귄과 남극가마우지 등 5종의 조류와 코끼리해표와 웨델해표도 자주 관찰된다.

ASPA에서는 과학적 목적 이외의 출입이 제한되고 스키두, 설상차 등 동력을 이용한 운송 수단이 금지되는 등 생태계 보존 조처가 취해진다. 환경부 지구환경담당관실 관계자는 “오는 6월 ASPA 등재를 신청하면 남극조약당사국회의가 환경적 가치나 보호 필요성 등을 심사해 내후년에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ASPA는 현재 67곳이다. 킹조지섬에는 애드머럴티만, 포터반도, 아들레이섬, 라이온스 럼프, 필데스반도 다섯 곳에 보호구역이 있다.





 



남극엔 어떤 펭귄들이 살까

17종 가운데 5종, 황제·아델리·턱끈·젠투·마카로니

17종의 펭귄 가운데 남극에 사는 펭귄은 5종. 남극대륙에 사는 황제펭귄을 비롯해 아델리, 턱끈, 젠투, 마카로니 펭귄 등이다.

사자도 없고 북극곰도 없는 남극은 펭귄에게 천국이다. 사람을 제외하면 최상위 포식자인 포유류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펭귄은 먹이사슬의 중간에 위치하면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겪지 않는다. 되레 남극 펭귄의 가장 큰 적은 기후변화다.

△황제펭귄=키가 1m가 넘는 가장 큰 펭귄. 남극대륙 44개 지점에서 겨울에 산란한다. 다른 펭귄들처럼 맨땅에 둥지를 짓지 않는다. 대신 암·수컷이 번갈아 두 달여를 얼음 위에 서서 알을 품는다. 가장 추운 곳에 사는 펭귄이지만, 이 역시 기후변화로 위협받는다. 뤼크 자케 감독의 다큐멘터리 을 찍은 포인트 지올로지(Pt. Geologie)에서도 펭귄이 줄어든다. 남극 펭귄 연구그룹인 ‘펭귄사이언스’(penguinscience.com)는 “최근 들어 얼음이 얇아져 바람이 불면 쉽게 얼음이 깨진다”며 “이에 따라 (수영을 잘 하지 못하는) 새끼 펭귄들의 생존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아델리펭귄=머리와 목, 등이 검다. 키는 0.7m. 남극 펭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남극반도를 비롯해 황제펭귄처럼 위도가 높고 추운 대륙 안쪽 해안가에서도 산다. 하지만 황제펭귄과 달리 완전 결빙된 얼음이 아닌 맨땅에서 둥지를 짓는다. 한여름 눈이 녹은 해안가 절벽이 이들의 안식처다. 새끼들은 태어난 지 서너 달 만에 독립해 두 살까지는 바다나 얼음 위에서 보낸다. 이 때 새끼 펭귄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죽는다.

△젠투펭귄=주황색 부리를 가졌다. 평균 키 0.76m. 아델리처럼 맨땅에 둥지를 지어 알을 낳는다. 남극반도와 아남극이 주요 서식처. 펭귄마을에는 턱끈펭귄보다 한 달 이상 빠른 9월 초순에 찾아오기 시작한다.

△턱끈펭귄=턱에 검은 끈이 있어서 턱끈펭귄이다. 평균 키 0.76m. 성격이 사납다. 남극반도와 아남극에 산다. 역시 맨땅에 알을 낳는다.

△마카로니펭귄=부리 위에 노란 털이 솟았다. 평균 키 0.7m. 위도가 낮은 남극권에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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