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동기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러더라
그것도 모르고 장난스럽게 안부를 물었던 우리는 그만 머쓱해져셔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
'괜찮아 그래도 정말 좋았어 좋은 사람이었어'
그 한마디에 우린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했어
그렇게 오래 사귄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
언제 헤어졌는지..
다들 궁금함이 목까지 차오른 표정이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
'좋은 사람이었어'
친구의 그 말은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
더이상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였으니까..
헤어지고 나면 한번씩 원망하고 싶어지잖아
나는 그랬었거든
보통 땐 다 내 잘못이다 생각하고 그래서 너한테 모든 걸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가 그러다 또 어느날은 이렇게 된 게
순전히 니 탓인거 같기도 했어
정말 그렇게 나를 좋아했다면 헤어질 결심을 하기 전에
나한테도 기회를 줬어야 하는거 아니었냐고
어떻게 돌아올 여지도 없이 떠나버리냐고
혹시 처음부터 헤어질 작정은 아니었냐고
그래서 더 잘해준 건 아니었냐고
말도 안되는 원망들을 전개시키면서 그렇게
나는 왜 그 친구처럼 못했던 걸까?
'좋았어 좋은 사람이었어'
그렇게 말해주면 좋았을텐데
사귀는 동안 너 정말 좋은 애인이었는데
처음엔 친구였던 우리
그땐 서로 예전 애인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훗 막상 사귀게 된 후에는 그것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했었지
내가 예전 여자친구들 얘기할 때 니 모습들도 생각난다
내가 조금이라도 기억에 빠져든다 싶으면
넌 장난스럽게 입속에 들어있던 물을 꺄르륵 거리면서
내 회상을 배해하곤 했었잖아
혼자 삐쳤다가 심술 내다가 그러다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 지으면서
'괜찮어 그래봤자 넌 지금 내 옆에 있으니까'
너의 그 귀엽던 질투
그대에게 내가 어떤 애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겠죠
나는 이제 더이상 그대의 나도 아니고
나는 더이상 그 시절의 나도 아닌데..
내가 그린 원 밖에서 이미 잘 살고 있을 그대이니
대답은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