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나잇 스탠드 - 5
거짓말..가장 싫어했던 단어.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단어.
"재식아.엄마 곧 올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있어."
"엄마.어디가?언제 오는데?"
"응.엄마 곧 올꺼야.그러니까 우리 재식인 여기서 울거나 소란 피우면 안돼."
잠시도 떨어지기 싫었던 나.
울면 안된다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도 두 눈에 이슬이 맺힐 수 밖에 없었던 건
이별이란 단어를 받아들이기엔 난 너무 어렸던 나이였기에..
"뚝.울지 말랬지?자꾸 그러면 너 다시는 안본다?"
"..............."
"엄마 거짓말 안하는 거 알지?"
난 그녀를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엄마 돈 많이 벌면 꼭 재식이 데리러 올께.
그때까지 이모 말 잘 듣고 착한 어린이 되야 해.약속."
약속..가장 믿고 싶었던 단어.
하지만 언제부턴가 거짓말 보다 더 싫어 진 단어.
아니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단어..
"아프면..아프다고 말해.
내가 이렇게 왔으니까.."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지어졌다.경멸의 눈빛과 함께..
-고독한 아이-
사랑은 배부른 자들이 만들어낸 달콤한 환상일뿐이다.
너희들이 말하고 꿈꾸는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하고 위대한 것이라면
내 앞에서 증명해 보이란 말이다..
일시적인 호감,한순간의 설렘 등을 사랑이라고 나불거리지 말란 말이다.
지나치게 흥분 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여자를 앞에두고 나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였다.
그렇게 화를 내고 소리를 쳐봤자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목이 아픈 것도 상처를 입는 것도 자꾸만 무너져 가는 것도 결국은 내 자신이였다.
모든 시발점은 선애의 한마디 때문이였다.
날 버렸던 어머니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듯한 착각과
어머니의 품속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상처가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난 그럴 수 밖에 없는 아이였다.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게 커온 아이였다.
성적이 나쁘면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는 아이가 아니라
빵 한 조각,과자 한 봉지 몰래 숨기고 있었다고
주먹질과 발질을 견뎌내야 하는 고독한 아이였다.
아프면 아프다고..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아이였다.
그녀를 깨워 큰 소리로 못박아 주고 싶었다.
나에게 동정 따위는 필요없다고.
동정은 정말 불쌍한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더이상 모텔에 머무르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던 나는 몸을 일으켜
구석에 던져버린 양말을 다시 신었다.
잠시 나 답지 않은 모습을 드러낼뻔 했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였다.
난 재빨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였다.
침대 왼쪽 편에 있는 거울 앞에 다가가 그 안에 비춰진 나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그리곤 눈썹 위까지 내려오는 앞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넘기고는 씨익 웃어 보인다.
"거참.새끼.아무리 봐도 잘생겼단 말야."
누가 들으면 정말 재수없을법한 대사 한마디를 내 자신에게 던져버리고는 거울 앞에서 돌아섰다.
쇼파에 앉아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문다.
담배를 다 피면 방안에서 나가버릴 생각이였다.
어떤 남자라도 술 취한 여자가 침대 위에 깊이 잠들어있다면
짧게는 10초 길게는 1시간동안 심각한 고민에 휩쌓이겠지만..-_-
난 그래도 그런 면에 있어서는 신사였다.
찝찝한 쾌락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침대쪽을 향해 뱉어내자
침대에 쓰러져있던 선애가 콜록 콜록 거리며 기침 소리를 낸다.
난 순간 깜짝 놀라며 눈동자가 휘둥그레졌고..-_-
담배를 재떨이 비벼 끄고는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날 모텔까지 끌고가던 악마의 얼굴을 떠올려본다면
내가 이렇게 깜짝 놀라는 것도 정상이다.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된다.
난 재빨리 현관으로 달려가 구두를 신고는 모텔에서 빠져나왔다.
썰렁한 새벽 밤 거리를 걸으며 한참을 웃어제꼈다.
군 복무를 하면서 고참 앞에서도 그렇게 당당하던 나였는데..
겨우 계집애 하나 때문에...-_-
난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그랬듯 지나가버린 시간들은 깨끗히 잊고 앞으로 다가올 일들만 생각 할 것이다.
그건 나의 단점이자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런 것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다.
고독한 아이의 눈에 비친 이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으니까.
-마법의 주문-
비발디 사계 中 여름..
그 멜로디가 나의 귓가에 들려온다.
참 인상깊게 들었던 곡이라 핸드폰 벨소리로 지정해놨는데
나의 달콤한 잠을 깨울때면 사계가 아니라 씹계로 들린다;
알람인가?하는 생각을 해봤지만..그건 아니다.
난 일을 안갔으면 안갔지 알람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다.-_-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었다.
"여보세요?"
그러자 나의 귓가엔 짐승의 한 맺힌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이 씹새끼야.여보슈?여보슈?지금 여보슈가 나오지?!!"
난 번쩍 정신을 차리며 이불을 걷어내었다.
잠이 확 달아나기에 충분했다.
상대방은 진수였으니까.-_-
진수의 비아냥 거림은 계속 이어진다.
"이 존만한 새끼야.그래 너 혼자 뜨거운 밤 잘 보냈냐?어?"
"아냐.니가 오해 하나본데 나 어제 걔 데려다 주고 집에 바로왔어."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어제 니 팔에 꼭 붙어서 오빠.나 제발 한번만 먹어줘요~하며 매달리던 그애를 그냥 놔뒀다고?"
듣고보니 진수의 말이 옳은 것 같다.-_-;
하지만 아닌 건 아닌거다.
"진수야.너 날 못믿냐?"
"그럼 너는 나를 믿니?"
"하,하긴..-_-;;"
이,이게 아니지;
"어젠 정말 미안했어.그렇게 가기 싫었는데 그애의 힘이 워낙 세서..."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자빠졌냐?"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리 변명을 해봤자 오해를 하고자 작정한 사람에겐 먹히지 않는다.--;
난 그래서 슬그머니 화제를 돌렸다.
"넌 어제 미란이랑 어떻게 됐는데?"
"나?풋..하하하."
"왜 웃어?어떻게 됐는데 그래?"
"말해줘?궁금해?"
"응."
혹시 이녀석 성공한 건 아닐까?
어제 미란의 흥분 상태로 본다면 분명히 불가능 했을텐데..
"화해하고.."
"화해하고..?"
"피씨방 가서 카트라이더 했다..;;;"
"으,응;;;;;"
여자랑 자동차 게임 하기 위해서 나이트에서 몇 십 만 원을 쓰다니...
진수가 화낼만 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나라면 돈 아까워서 미쳐버렸을꺼다.
그렇게 흥분한 진수를 진정 시키고나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일요일 오후 4시 40분.
생활비 문제도 있지만 내년에 학교까지 복학해야 할 처지인지라
BAR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짧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한달에 딱 두번 쉬는 휴가를 어제 그렇게 써버렸으니..
출근 시간은 저녁 8시까지라서 시간은 상당히 여유있는 편이였다.
될데로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이불을 다시 덮어 쓴다.
하지만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서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
"그렇게 아팠으면서.."
순간 나의 몸은 경직되어버린다.
이건 정말 잠꼬대가 아닌 환청이다.
캄캄한 방안에서 환청 따위나 듣다니..
온몸이 떨려왔지만 지금 이 증세는 공포 보단 두려움에 더 가까웠다.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걱정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 하다.
이 모든게 그 빌어먹을 계집애 때문이다.
그 계집애가 나한테 이상한 주문이라도 걸어버린 게 분명했다.
-그녀의 정체-
"어디 아퍼?"
같이 일하는 바텐더 누나가 날 보며 그렇게 묻고 있었다.
난 살며시 웃고는 그녀에게 되묻는다
"왜 아파보여?"
"응.평소에 비해 힘이 없어보이네."
"잠을 설쳐서 그래."
"왜?무슨 일 있었어?"
"누나가 많이 보고 싶었나봐."
"치.됐네요.-_-"
나의 그런 농담이 싫지는 않은 듯 실실 쪼개는 그녀.
난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오늘 밤에 뭐해?"
그러자 그녀는 주위의 눈치를 잠시 보더니 나의 귀에대고 말한다.
"오늘은 남자친구 만나야 돼."
"알았어."
그녀 이름 박진희.올해 스물 다섯으로 나보단 한살 많다.
바텐더로 일하는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키,몸매,외모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런 잘난 외모에 비해 성격은 또 왜 그렇게 다정하고 좋은지...
4년이나 사귄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랑 뜨겁게 놀아 주는 걸 보면
참 존경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그런 누나다-_-;
한번은 깊은 관계를 가진 후..내가 그런 질문을 했었다.
"누난 내가 좋아?남자 친구가 좋아?"
그러자 그녀는 한참을 고민한다.
참나..고민할게 뭐 따로 있다고.-_-;
"좋기는 그 사람이 더 좋은데..멋있기는 니가 훨씬 멋져."
"에?이해할 수 없네.내가 더 멋있다면서 왜 그 사람이 좋다는건데?"
"음..그 사람은 좀 못생기긴 했지만..^^;
따뜻하고 착하고 부드럽고 능력도 있어.무엇보다 돈이 많아.
그런데 반해 너는 남자로서의 매력은 넘쳐흐르지만 XX파트너 그 이상은 될 수 없어."
"그럼 누난 그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니잖아.안그래?"
"아냐.좋아해."
"말도 안돼.누나는 그 사람의 능력을 좋아하는 거지.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게 아니잖아?"
그녀는 피식 웃더니 날 향해 타이르듯 말한다.
선생이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듯...
"너 답지 않게 참 바보 같은 질문을 하네?
생각해봐.사람 자체를 좋아한다는 게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사람을 좋아할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 돼.
눈 앞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이유가 없다는 게 말이 안되듯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도 반드시 계기가 있어야 해.
사람의 겉 모습을 보고 좋아하든,능력을 보고 좋아하든,마음을 보고 좋아하든..
계기가 항상 존재하지.
사람들은 참 웃긴게 겉 모습과 능력은 변할 수 있어도 마음도 변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가장 쉽게 변하고 믿기 힘든게 사람의 마음인데 말야.
왜 굳이 사람의 마음을 보고 좋아해야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
"그리고 난 너랑 이렇게 즐기는 거에 대해 죄의식 같은 거 전혀 없어.
설령 이런 일로 그 사람이 헤어지자고 하면 쿨하게 헤어질거야.
남자만 즐기라는 법은 없잖아?"
그랬다..그녀는 원 나잇 스탠드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여자였다.-_-
그렇게 쿨하게 사는 여자기에 내가 더 누나 누나 하며 따르는 걸지도..
어차피 자기 자신이 가장 우선시 되는 세상 아니겠는가?
사랑따위 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괜한 사람에게 마음을 줘서 자신이 상처를 입을바에
차라리 자신이 상처주고 즐기고 끝내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한 여자 손님이 내 앞에 앉는다.
얼굴도 그럭저럭 생겼고 돈도 제법 있어보인다.
단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것만 빼면...
바텐더 일을 하다보면 이런 일 흔하다.
은근슬쩍 그 여자에게 다가가 아부 떨어주고 귀담아 얘기 좀 들어주면
나에게 관심을 보이며 명함 한장 달라고 하는데..
그럼 뭐 쇼부 끝난 거다-_-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이 오빠.참 매력있으시네.."
"매력은 무슨요.제가 좀 생긴 건 사실이다만.^^;;하하."
-_-
"오빠.연락처 있으세요?"
적게 잡아도 나보다 다섯 살은 많아 보이는 여자가 오빠라고 부른다.
지금은 참 익숙하지만 처음엔 진짜 적응하기 힘들었다.-_-;;
"네.있죠.잠시만요.."
난 호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꺼내어 나의 명함을 ..
큭;;이게 뭐야??
주 민 등 록 증
이선애(李宣愛)
xxxxxx-xxxxxxx
이건 그 계집애 지갑인데...
왜 내 호주머니에??
그러고보니 그때 모텔에서 계산을 하고 난 뒤 나의 호주머니에 넣어버렸구나?
난 앞에 있는 손님을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하.명함이 없네요.잠시 화장실 좀.."
잽싸게 화장실에 들어 와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지갑을 제대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부담스런 하얀 수표가 잔뜩 들어가 있다.-_-
이,이게 얼마야...
백만원 짜리 수표가 한장,두장,세장.....네,네장...
헉.간떨려서 더이상 못 세겠다 -_-;;
이거 도대체 뭐하는 지지배길래..
카드도 아닌 현찰을 이렇게 잔뜩 들고다니는 거야?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이렇게 큰 돈이 들어가 있는 지갑이라면...
내가 지금 그녀의 지갑을 들고 추축 따위나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듯 싶다.
지금쯤 내가 도둑놈으로 신고 되어 경찰서에서 난리가 났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_-;;
지갑을 뒤져보면 분명 명함이나,연락처가 있을거라는 추측하에 지갑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명함 한장을 발견 할 수 있었고..
실장 이준식
011-xxxx-xxxx
시,실장?;
뭐냐.왠지 모를 이 압박감은..
일단 핸드폰을 열어서는 명함에 적혀있는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통화음이 가고...잠시 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이준식입니다."
같은 남자지만 이런 군기 있는 목소리..참 싫다..-_-
내가 대답이 없자 다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여보세요?"
"아.네.저기요."
"네.말씀하세요."
"저..혹시 이선애씨라고.."
그러자 전화기에선 "헉.."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의 놀라는 목소리에 내가 더 놀랬던 거 같다.-_-;;
놀란 그의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들려온다.
"저,저희 아가씨 말씀이십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지?아가씨라니?
"저기..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니까 지금 저희 아가씨를 보호하고 계시는 분 아니십니까???"
-_-
서,설마...
나의 어설픈 추측대로라면 이건 무슨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인데..
날 더욱 놀래키는 그의 목소리는 이어진다.
"아가씨를 무사히 보내주겠다고 약속만 하신다면..
경찰도 부르지 않을테고,돈도 실망하지 않을 만큼 드리겠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아찔해져옴과 동시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나도 모르게 떨어트렸다.
Written by Love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