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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하려면; 양의들에게 바란다

전지현 |2008.01.18 01:07
조회 90 |추천 3

양의/한의학에 대해서는 쥐뿔만큼도 모르는 영어 강사입니다.

 

다만, 우물 속 개구리마냥 서구식 합리주의에 기반한 패러다임에만 함몰된 채, 지네들과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이 그저 색안경이나 끼고 (한의학을) 배척하려고만 하는 일부 ─그러나 '일부' 치고는 너무 많네요.─ 양의들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방자하다 못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양의들은 의대에서 양의학 이론에 대해서만 교육, 즉 '세뇌'받고 실습했지, 한의학 이론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잖습니까. 물론 이는 반대 경우(한의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배운 게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 하십니까? 만약 당신들이 대학에서 양의학이 아닌 한의학을 전공했다고 해도 지금처럼 똑같이 배척할까요? 오히려 상황은 그 반대일 것임이 불 보듯 뻔하지요.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만약 현재의 입장이 아닌 다른 입장에 처해 있었더라면 내 처신과 신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가정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든, 인종이든, 국가든, 이념이든, 의학이든 말입니다.

 

각설하고, 암 증상을 처음 발견하던 당시, 암인 줄 모르고 한의 처방만 받으시다가 그만 양의학 치료 시작을 늦춰버려, 좀 더 일찍 세상을 떠나신 저희 외할머니처럼 급한 치료를 요하는 난치병 진단의 경우엔 저또한 양의학이 더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허나, 며칠 전 구강건조증 때문에 내과 병원에 갔더니 그 증상의 여러 원인들 중 하나에 불과한 당뇨병의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없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황당무계한' 진단을 받은 저의 경우에서 보듯이 양의학의 한계 또한 분명 있습니다. 원인(문제)이 없는 결과(구강건조증)가 도대체 세상에 있습니까?

 

참고로, 그 내과 의사 분은 소화기 계통 내과의 중에서 소위 '알아주는' 분이십니다. 허나, 그 분은 참 단순하고 오만하게도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만 ─마치 자신이 아는 것이 의학의 전부인양─ '당뇨가 아니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결론만 지으셨습니다.

 

만약 그 의사 분이 더 책임감있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셨더라면 "내가 아는 내과의학적 소견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평소 구강호흡을 하는 편이라면 그것이 원인일 수 있으니 이비인후과에 가서 먼저 비호흡을 할 수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치과의 구강내과에 가세요. 아니면 양의학에서는 다루지 못 하는 체질 문제 때문일 수도 있으니 한의원에 가보는 것도 권유합니다."라고 조언을 해주셨겠지요.

 

물론 저는 그 날 바로 한의원에 가서 한약 지어 며칠째 복용하는 중입니다. 이처럼 저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의사 분들이 흔히 지적하시는 '양의들의 한계'와 '오만'이라는 것이 의학계에 분명 팽배해 있습니다.

 

흔히 양의들 사이에서 한의학에는 '결과'만 있고 '근거'가 없다 하여 '비과학적이다', '미신이다', 등 말씀들 많으시던데요, 서양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과학적'이라고 단정짓는 건, 죄송하지만, 참으로 무지몽매한 판단에서 비롯된 어폐인 것 같습니다.

 

지구구형설이 상식화된 오늘날엔 아무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반기를 들 수 없지만, 아리스토텔레스나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구형설을 제창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당신네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배척, 미치광이 취급까지 했지요. 마치 당신네들이 한의사 분들을 심지어 '무당' 취급까지 하면서 비웃듯이 말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만 '과학적'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비과학적'이라는 이러한 단순 이분법적 명제가 참이라면, 그 옛날 코페르니쿠스의 주장도 거짓인 셈입니다. 물론 논리적으로도 오류이고요.

 

세상엔 과학적 잣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이 참 많습니다. 서양에서도 '에너지'라고 불리는 '기(氣)', '수맥', '영혼' 등과 같은 '비과학적' 불가사의 현상들이 만약 많은 세월이 흘러 하나하나가 보다 진보된 과학으로써 증명된다면 그 때 당신들은 오늘날 당신들이 늘 고수해왔던 오만/독선적 태도에 대해 어떻게 변명하실 건가요? 현 서양과학의 한계란 있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고 착각하시는 건 설마 아니시겠지요? 한계가 없다면 더 이상 진일보할 것도 없으니 과학자들은 연구 중단하고 각자 집에서 다리 뻗고 주무시는 편이 낫겠네요? 지금처럼 계속 "환자들아, 한의학은 미신이니까 우리한테로 와라"라는 식의 오만방자한 태도도 일관하며 밥 그릇 쟁취 싸움만 하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다름'과 '틀림'은 엄연히 구분해 주셨으면 합니다. '똘레랑스(tolerance)'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 새기면서 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종 매체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양의와 한의간의 각종 합작 프로젝트 소식들은 참으로 반갑게 와닿네요.

 

이처럼 양의와 한의학계가 서로의 장점들을 현실에 맞게 적절히 수용, 단점은 보완하는 노력으로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계기의 장을 마련한다면 저같은 환자들 입장에서도 기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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