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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실용주의와 등소평 실용주의

이양자 |2008.01.20 11:55
조회 75 |추천 0

 

      

                                   이명박 실용주의와 등소평 실용주의

 

 

 

역사는 돌고 돈다더니 진짜 그런가 보다. 중국이 10년간의 문화혁명을 완전히 끝낸 것은 1978년이 뉘엿뉘엿 저물어가던 요즘 같은 때였다.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 동안 중국공산당은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주로 ‘문화대혁명 기간 중의 좌경적 착오’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문화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둥(毛澤東)이 내린 지시와 결정은 무엇이든 옳다는 이른바 ‘량거판스(兩個凡是·두 개의 범시론)’는 오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 잘못된 주장에 기대어 권좌에 앉아 있던 당 주석 화궈펑(華國鋒)은 무력화됐다. 권력은 마오가 후계자로 지명한 화궈펑의 손에서 당 부주석 덩샤오핑(鄧小平)의 손으로 넘어갔다.

회의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사전에 ‘진리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실천이다’라는 실용주의를 당내에 확산시킨 당교(黨校) 교장 후야오방(胡耀邦)의 역할 때문이었다. 후야오방은 덩샤오핑의 오른팔이었다. 1966년부터 10년 넘게 계속된 문화혁명은 그렇게 해서 공식 종결됐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 “남쪽으로 오르든 북쪽으로 오르든 언덕만 오르면 된다”는 ‘남파북파(南坡北坡)론’으로 표현되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의 시대가 시작됐다. 중국은 지금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8년부터 10년간 좌파 정권의 시대가 계속됐다”고들 말한다. 문화혁명시대의 중국과 비교해볼 때 과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말들이 많다. 하지만 실용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이 보기에 극좌(極左)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김정일 정권을 용인하고 지원한 ‘햇볕정책’을 통일정책으로 삼은 김대중 정부나 물려받아서 고수한 노무현 정부가 좌파 정부라는 말에서 멀리 달아날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한국의 이른바 좌파 정부 10년의 종식은 공교롭게도 덩샤오핑이 ‘실용주의’를 선언한 날과 비슷한 날에 이뤄졌다. 이명박 당선자는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주의를 선택했다”고 선언했다.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 외교를 하고 남북 협력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 앞으로 이명박의 실용주의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까, 어떨까.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22일 끝난 11기3중전회 직후 두 가지 지시를 내렸다. “군인들은 훈련하고, 열차는 제 시간에 운행하라”는 것이었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학교가 문을 열지 않은 것은 물론 군인들은 훈련을 하지 않았다. 열차는 제 시간에 안 다닌 정도가 아니라 스케줄이 통째로 취소되기도 했다. 기차역마다에는 언제 올지 모르는 열차를 기다리는 인민들로 가득했다. 인민들의 모습은 모두 거지꼴이었다. 덩샤오핑은 그런 인민들에게 ‘원바오(溫飽·등 따뜻하고 배부름)’를 약속했다. 그리고 1980년에서 20년 뒤인 2000년까지 국민소득을 ‘판량판(?兩?·2배에 또 2배 즉 4배)’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산층이 잘 사는 ‘샤오캉(小康)’사회를 만들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런 덩샤오핑의 약속은 이미 초과해서 지켜졌다.

앞으로 이명박의 실용주의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갈까. ‘747’ 공약이 이명박 실용주의가 걸어갈 궁극적 목표일까.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명박의 실용주의 가운데 실용주의적 남북 협력정책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이른바 좌파 정부가 10년 내내 유지해온 햇볕정책에 대해 분명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보통사람들도 “2500만명을 못 먹여 살리다니…”라면서 깔보는 김정일을 잘 살고 선진적인 한국이라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왠지 제대로 못 다루고 쩔쩔매온 이상한 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할 것이다.

 

박승준 베이징 지국장 sj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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